나는 공상(망상, 환상 등)을 좋아하던 소녀였다. 책을 읽으면 그냥 읽는 것이 아니고 꼭 한 번은 책 속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했다.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인물을 한 명 더 창조해서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상상 속 인물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무협지에 한참 빠져있을 때는 무협지를 썼고, 판타지에 한참 빠져있을 때는 판타지를 썼다. 로맨스에 미쳐있을 때는 로맨스를 썼고, 역사 소설에 빠져있을 때는 역사 소설을 썼다.
물론, 대부분의 소설은 완결을 내지 못하고 내 노트북 어느 한 구석 폴더에 조용히 잠자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빠르게 치고 빠지는(?) 단편소설을 좋아하게 됐고, 지금은 단편 소설, 더 짧은 엽편 소설 위주로 쓰는 중이다.
그런데 그 어떤 흥미도 생기지 않는 시기가 오면, 글쓰기는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 정말 글쓰기를 좋아하는 게 맞나?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2024년 목표를 "나 자신을 제대로 알자."로 정하고 나니 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하나씩 머릿속을 휘젓는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다른 사람들의 시선, 오랫동안 나를 움직이고 있는 관념들, 이 모든 것들을 버리고 바라보는 "나"란 존재. 좋고 싫음에 대한 내 생각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요즘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곧 답을 찾을 거라고 믿고(뭐,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겠지), 주절주절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우선 쓰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몇 줄이라도 나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