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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정 Feb 18. 2023

고마웠어요,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박병호와 서건창을 보내며

히어로즈의 시작을 알렸다고 볼 수 있는 선수가 누가 있을까? 이택근? 강정호? 나는 박병호와 서건창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박서김(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히어로즈라고 했을 정도로, 두 선수가 히어로즈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엄청나게 컸다. 솔직히 히어로즈 팬이라면 이별에 익숙해지는게 당연한데, 그래도 이 두 사람은 안 나갈줄 알았다. 영구 결번을 할 줄 알았다.


서건창 선수는 신고선수 출신으로 데뷔 첫 해에 신인상과 골든 글러브를 받은 선수다. 단일시즌 200안타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히어로즈란 팀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서건창 선수가 아닐까? 그런 서건창 선수가 FA 등급을 낮추려고 일부러 연봉을 깎아서 계약했다고 했을때도 설마 나가겠어 했다. 그런 선수를 트레이드 시켜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에는 서건창 선수가 남긴 마지막 인사 영상이 있는데, 아직도 마음이 아파서 그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박병호 선수는 어떤가. 히어로즈에서 때린 홈런이 몇개이며, 1루수 골글을 몇번을 받았으며, 홈런왕은 또 몇번이나 했는가. MVP는 몇번이나 했는가. 박병호가 없는 히어로즈는 솔직히 히어로즈가 아니었다. 중간에 포스팅으로 MLB에 도전하느라고 잠깐 없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돌아왔고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40년 역사의 프로야구에서 영구결번은 17명 밖에 없다. 그만큼 한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 힘들고, 또 FA 계약 때마다 기존 구단에 남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어찌보면 자본주의에 따라서 옮기는게 당연해보인다. 근데 박병호, 서건창은 흔히 말하는 세자릿수 연봉 받고 옮긴게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서건창 선수는 FA로 제대로 뭐 대우도 받아보지 못하고 황망하게 트레이드 됐다. 기사 도배하면서 화려하게 갔으면 그래 부잣집 가서 행복하라고 하고 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도 못했다. 박병호 선수는 심지어 남을 의지가 충분했는데 구단으로부터 오퍼조차 받지 못했다. FA 미아 될 뻔 했다. 그런 선수를 다른 팀에서 거의 헐값에 주워갔다.


트레이드 되어 간 후에 서건창 선수는 십자인대 부상 후유증 때문인지 기량이 예전만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죽어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 박병호 선수는 올해 이적 첫 해였는데 다시 홈런왕도 탈환하고 옮겨 간 팀에서 더 잘되는 모습이라서 뿌듯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라운드에서 우리팀이 아니라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을 보는게 사실 너무 힘들다.


이번 가을 야구때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두 선수의 이름이 마킹 된 유니폼을 들고온 키움 팬들도 많았다. 다들 경기를 보면서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눈물을 삼키지 않았을까? 


'야빠'. 빠라는 단어는 안 좋은 의미에서 파생된 단어지만, 어쩄든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속칭 '빠'라고 부른다. 야구팬들이 좀 욕을 많이 하긴 해도,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정말 순수하다. 


이번에 우승 못하고, 키움 팬들 인터뷰 보면서 한 일주일동안 울었던 것 같다. 팀을 생각하는 팬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이만큼 진심이다. 구단은 우리에게 프차도 허락하지 않았고, 사회면을 장식하며 팬들 속을 뒤집어 놓았지만... 그래도 팬들은 키움 히어로즈를 사랑한다.


두 사람이 없는 히어로즈를 이제는 슬프지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물론 작년에 코시 안갔으면 못 받아들였겠지. 왜 그렇게 못한다고 구박하고 욕을 했는지 후회 되는 것도 많고, 두 사람이 있을 때 더 열심히 야구 보고, 직관도 많이 가고 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긴 하지만....두 선수도 비록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있긴 하지만, 많은 키움팬들이 두 사람을 그리워하고, 두 사람에게 고마워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볼 수 있을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멀어져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쉴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하나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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