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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생 Nov 01. 2022

늘 똑같은 제목의 글을 반겨준 독자님께

단골 독자님께 바치는 러브레터

독자님, 안녕하세요. 난생입니다. 독자님을 향해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보겠습니다. 오늘은 늘 똑같은 제목의 글을 반겨준 독자님들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절절한 러브레터를 써 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제가 얼마나 바보 같은 브런치 작가인지 깨달았습니다. 그걸 깨달은 때는 자정을 막 넘긴 시간이었는데요. 자기 전에 브런치를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모바일 화면에서 추천되는 글들은 부제목이 뜨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물론 검색창에서 글제목을 별도로 검색하면 부제목이 같이 노출됩니다. 그러나 브런치 측이 큐레이션해서 소개하는 리스트를 넘겨볼 때 한해서는 부제목이 노출되지 않더라고요. 혹시 제가 뭔가를 또 놓쳐서 바보 같은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거라면...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요






사실 제목과 부제목의 노출 여부에 대해 전략적인 접근을 해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위 사진처럼 글제목만 보고 들어갔다가 부제목을 보고 내막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고나서야, 부제목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 글과 연관지어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저는 그걸 깨닫자마자 입이 쩍 벌어지고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최근에 주력하며 연재하고 있는 '유쾌한 가족의 대화'는, 제목란에 항상 '유쾌한 가족의 대화'라고만 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제목에 글 내용을 암시하는 진짜 제목을 쓰곤 했답니다. 


즉, 제목에 쓴 '유쾌한 가족의 대화'가 책 제목이라고 치면, 부제목에 쓴 제목이 글 하나 하나에 대한 진짜 제목인 것이지요.


그런데 부제목이 뜨지 않았다니. 대부분 독자님들께서 모바일로 브런치를 이용하실 거라 짐작합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님들께서 늘 똑같은 제목만 보고 와서 읽어주셨다는 점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또한,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늘 똑같은 제목을 보고도 클릭하고 읽어주신 단골 독자님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전에도 브런치 때문에 입을 쩍 벌리고 놀란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제가 꽤 괜찮은 브런치 작가가 된 것 같아서 그런거였거든요. 초현실주의 결혼이야기2에 연재 중인 [결혼 생활 10년, 가전도 늙는다]는 글이 다음 포털에 소개됐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조회수도 빵 터져서 4천 이상의 조회수를 돌파했어요. 



관종끼가 제대로 충족된 날이라 그날 하루 종일 어깨가 으쓱했답니다. 글 쓸 맛도 나고요. 이게 불과 얼마 전 일인데, 며칠만에 이렇게 뒤집어지다니요. 살면서 자만하지 말라는 교훈을 이렇게나 자꾸 잊어버립니다. 착각했던 것을 고개 숙여 반성합니다. 


이번에 부제목 참사를 겪고, 내가 얼마나 무심한 작가인지를 직면하고 나니 독자님들의 방문이 그동안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걸 깨닫기 전까지는, 큰 거(?) 한 방을 노렸던 것 같습니다. 브런치 메인에 제가 쓴 글이 노출되어 수만명이 읽어주거나, 아니면 다음 포털에 소개되어 소소하게 몇 천의 조회수를 돌파하는 일 같은 것들이요.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생기는 대형 이벤트가 작가 생활에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절절히 깨닫습니다. 비루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 글을 보러 들러주신 독자님들이 있었기에 제가 여전히 난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실 요즘들어 생긴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번에 라이킷을 눌러주고 간 독자님이 또 오셨는지 확인하는 습관이요. 처음엔 라이킷 숫자가 2개나 3개 남짓했는데 요즘은 라이킷 목록에서 많게는 단골 독자님을 10명 가까이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어찌나 힘이 되는지요. 


작가는 배고픈 직업이라지요. 돈도 명예도 인기도 늘 고픈 게 작가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돈도 명예도 인기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일에 몰두한다고 자책한 적도 많았는데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번 이상 제 글을 보러 와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이미 차고 넘치게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크나큰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저도 더욱 성실해지겠습니다. 연재 중인 작품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획중입니다. 아마 내년에는 브런치 출간 이벤트에 응모해 볼 수도 있겠지요. 


사실, '유쾌한 가족의 대화'는 제목을 이제와서 바꿔야하는지 엄청 고민이 되긴 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출간 이벤트 응모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니, 제목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일단 작품을 완성하는 데 전력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되어 즐겁게 읽어주신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싹 작가가 보내는 사랑과 감사가 잘 전해지기를, 곳곳에 숨은 행복을 발굴해 내시기를 바라며.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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