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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가족의 대화17

등이냐 배냐

by 난생

금요일 하루는 우리 첫째 아이와 단둘이

늦게까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하나 보고

같이 자는 날.


그래서 이날은

둘째는 아빠와 먼저 자러 가는데

어제 둘째가 유난히 떨어지기 아쉬워했다.


“얼른 가~ 오늘은 형아가 엄마랑 자는 날이야~!!”

“아, 나도 형아랑 엄마랑 재밌는거 같이 보고 싶어…”

“원래 엄마랑 둘이만 추억 만드는 날이야~ 가~”

“나 그럼 여기 방바닥에라도 누울게 그럼 안돼?”


순간 너무 짠해져서

내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여기 귀퉁이에라도 누울래?

첫째야,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알았어, 그럼 너 여기 이상 넘어오지 마~!”


귀여운 협상이 끝나고

첫째가 좀 아쉬워할까봐

안아주려고 첫째 쪽을 바라보고 누웠다.

그 사이 둘째는 내 등에 찰싹 붙어서

야금야금 영역을 늘려나가던 중이었다.


“어? 엄마 등은 내껀데! 엄마 등이 더 판판하고 딱 달라붙기 좋단 말이야~~ 엄마 돌아누워줘. 내가 등쪽 할래“


“나도 등이 좋아~!”


“안돼! 엄마는 내꺼야!”


“엄마가 무슨 형아거야~ 엄마는 엄마거지”


둘째가 이 뻔한 대화의 흐름을 꺾었다.


‘오, 뭐지?’싶어서 잠자코 있었는데

이어서 하는 말


“형아야. 엄마는 그냥 우리를 사랑할 뿐이야… 그냥 엄청 사랑해서 그런거지… 엄마는 엄마거야. 누구의 것도 아니야”


첫째는 뭐에 기가 막힌 것 같다.

그 후로 아무말이 없다.

등인지 배인지 따지지도 않고.

내가 돌아 누우면 돌아눕는대로

그냥 가만히 누워서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둘째는 내 옆도 아닌 형아 옆에서

좁은 침대 구석에 구겨진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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