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냐 배냐
금요일 하루는 우리 첫째 아이와 단둘이
늦게까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하나 보고
같이 자는 날.
그래서 이날은
둘째는 아빠와 먼저 자러 가는데
어제 둘째가 유난히 떨어지기 아쉬워했다.
“얼른 가~ 오늘은 형아가 엄마랑 자는 날이야~!!”
“아, 나도 형아랑 엄마랑 재밌는거 같이 보고 싶어…”
“원래 엄마랑 둘이만 추억 만드는 날이야~ 가~”
“나 그럼 여기 방바닥에라도 누울게 그럼 안돼?”
순간 너무 짠해져서
내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여기 귀퉁이에라도 누울래?
첫째야, 이 정도는 괜찮지 않아~?”
“알았어, 그럼 너 여기 이상 넘어오지 마~!”
귀여운 협상이 끝나고
첫째가 좀 아쉬워할까봐
안아주려고 첫째 쪽을 바라보고 누웠다.
그 사이 둘째는 내 등에 찰싹 붙어서
야금야금 영역을 늘려나가던 중이었다.
“어? 엄마 등은 내껀데! 엄마 등이 더 판판하고 딱 달라붙기 좋단 말이야~~ 엄마 돌아누워줘. 내가 등쪽 할래“
“나도 등이 좋아~!”
“안돼! 엄마는 내꺼야!”
“엄마가 무슨 형아거야~ 엄마는 엄마거지”
둘째가 이 뻔한 대화의 흐름을 꺾었다.
‘오, 뭐지?’싶어서 잠자코 있었는데
이어서 하는 말
“형아야. 엄마는 그냥 우리를 사랑할 뿐이야… 그냥 엄청 사랑해서 그런거지… 엄마는 엄마거야. 누구의 것도 아니야”
첫째는 뭐에 기가 막힌 것 같다.
그 후로 아무말이 없다.
등인지 배인지 따지지도 않고.
내가 돌아 누우면 돌아눕는대로
그냥 가만히 누워서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둘째는 내 옆도 아닌 형아 옆에서
좁은 침대 구석에 구겨진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