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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가족의 대화16

초1의 깊은 속내

by 난생


금요일, 점심에 남편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지금 우리 첫째가 학교에서 열이 38도가 넘어서

조퇴를 해야한대“


“정말?? 어떡하지 나 올해 휴가가 몇 개 안남았어;;

당신이 일단 휴가 쓰면 안될까?

당신 일 너무 바쁘면

일단 그럼 집에 먼저 와있으라고 하고

내가 점심시간에 아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올게“


“그런데 첫째가 열이 많이 나는데 혼자 집에 걸어갈 수 있을까?”


아 이건 누가 휴가를 쓰는지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집에 혼자 걸어와야될 아이 걱정부터 했어야 했다.


그래도 나는 지난번처럼

당장 뛰쳐나갈 수 없었다.


둘째가 아팠을 때 한번

위에 급하게 말씀드리고

점심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갔다가

점심시간 전에 돌아왔는데


다음날 상사에게 한 시간 동안

근태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자기가 이젠 이사님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혼났다.


평소에 지각도 하지 않고

혹시나 아이가 갑자기 아플 걸 생각해서

미리미리 근태를 관리했던 건 별 소용 없었다.


그때 정말 인류애가 바사삭돼서

이 회사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눈에 선했고, 그 정떨어지는 경험을

두번 했다간 내가 이 회사를 뛰쳐나갈 것 같았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남편이 반차를 쓰기로 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바로 첫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첫째랑 같이 방에 있는데

나도 얼굴에 열감이 느껴졌다.


“여보, 나도 몸이 이상해;;

타이레놀 집에 있나?“


하고 첫째와 같은 방에 누워있는데

둘째가 방에 들어왔다.


“엄마도 열나?”


“아직 심하진 않은데 근육통이랑 열감이 좀 있어”


“헐, 그러면 아빠가 둘을 돌봐야되네“


그러곤 둘째가 방을 나가려는데

퇴근 후에 둘째는 같이 많이 못 있어줬던 것 같아서

한 번 안아주려고 하니

둘째가 안타깝지만 그건 안되겠다는 표정으로


“그럼 병 옮을수도 있어서 안 될거같은데… 그럼 아빠 혼자 셋을 돌봐야 하잖아…(입술 삐죽)”


그때 알았다. 엄마가 바로 달려와주지 못해도 우리 아이들이 서운하다고 표현하지 않던 이유를.


초1 아이도 알 정도로 아이들은 맞벌이 엄마아빠의 고단함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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