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해정 Mar 22. 2020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생존이다

다윈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작가 -






영광과 흠결을 같은 방향에 두는 건
인간의 발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퇴보적인 관점이야.
인간이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전 세대의 영광은 이어지고
흠결은 사라진다고 하는 게
문명의 발달에도 부합되는 것 아니겠어? 모든 인간은 과거에서 유래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인간은 새로운 존재잖아.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중에서



 

천재작가의 천재소설



쫄깃한 스릴러 + 성장소설 + 방탈출게임 + 연극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박지리작가님의 소설덕분에 코로나로 힘든 나날을 씻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이런 여러 매력 덕분에

지컬이 각색되어 공연되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 죄책감, 독백 등

지킬 앤 하이드의 흥행요소를

다윈 영의 악의 기원도 담고 있다.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하고

해리포터가 생각나는가 하면

데미안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해리포터와 달리

해피엔딩이 아니라 악의 생존으로 마무리가 되는 소설이라 흥미로웠다.

많은 소설의 주제가 사랑과 정의였으나 이 소설의 주제는 #생존 이었던 점이 남달랐다.


작가가 오랜기간 취업준비를 했었고, 글을 쓰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백수로 칭했다고 한다.

작가의 배경을 듣고 생각하니,

소설의 결말이 더욱더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 세상은 살갑지 않고 약육강식의 생존이었다는 것. 세상에 정붙이지 못한 작가가 안타까우면서도 작가의 불행은 좋은 글의 양분이라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부분들은

복선과 대립의 구도다.


방탈출 게임을 하는 듯

하나씩 풀어지는 복선들이

매 장마다 입을 틀어막고

 내적 소리를 지르게 만든다.


다윈 - 종의 기원 저자

러너 - 발빠른 하위지구 인간

니스 - 행복의 상징


버즈 - 시끄러운 미디어

헌터 - 괴롭히는 사람

루미 - 빛이 나는, 시작점


이름에서 풀어지는 성격도 흥미롭지만


호두, 후디, 끈의 상징을 깨닫게 되면

죽은 작가의 관을 두들기고 싶은 심정이 된다.



많은 나무들 중 왜 하필 호두나무를 선택했는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목재와 열매가 두루 유용하게 쓰이는 호두나무의 특성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료들의 구미에 맞았을 거라는 가설과, 실리보다는 오히려 후손을 의미하는 호두 열매의 신화적 상징성이 건국 영웅들에게 더 큰 영감을 주었을 거라는 추측이 넝쿨처럼 얽혀 있었다.


“면제되는 3그램은 뭐야?”

 "그건 인간이 타고난 원죄 같은 거야. 호두가 인간의 뇌를 닮았다고 하지? 호두 한 알을 3그램으로 보고 그 정도는 인간으로 태어난 죄로 봐주는 거야."



특히 후디끈과 넥타이의 대립구도는 흥미롭다.



후디끈 - 대를 이은 살인의 도구

넥타이 - 대를 잇는 유대감의 상징


삼대가 후디끈으로 상대 목을 졸라 살인을 했다면

영 가문의 삼대는 넥타이로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했다.



작가의 빈틈없는 설정은

이 소설의 핵 중의 핵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이 소설의 또다른 특이점은

 엄마의 역할이 극히 제한되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 또한 수많은 복선 중 하나다.

아마 주인공 이름이 다윈이라 눈치챘겠지만, 종의 기원에 관한 내용이라 엄마라는 변수를 차치하고 종의 뿌리에 염두를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버즈 마샬.

다윈 영의 친구인 레오 마샬의 아버지다.


자신을 닮은, 자신의 자녀인 레오보다

다윈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자.


이에 대한 해석은

지컬에서 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자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아버지.


그러나 나는 그 설명보단

자기애가 없는 자존감이 낮은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리는 이상형의 현신은

초 엘리트 코스를 밟는 다윈 영이며,

자신을 닮은 자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인정이 되지도 않으며

종내 관심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동경하고 닮으려는 레오.

일찍이 죽은 엘리트 삼촌을 동경하는 루미.


선조를 뛰어넘는 종은 살아남고,

선조를 답습하는 종은 사라진다.


등장인물의 결말은 종의 기원과 닮았다.

제목은 악의 기원이나

사실 작가가 말하고싶은 것은 종의 기원.

즉 세상의 기원을 말하고 있다.




#한줄리뷰

진화하는 자는 생존하고

답습하는 자는 멸종한다.

삶은 해피엔딩이 아니며

생존의 연속이다.






 래서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가.


작가는 여기에 스스로 답하지 못했다.



9지구처럼

영원히 하층민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나면

패배의식이 더 도드라질 수도 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흙수저라면 삶은 시궁창이다.


그럼에도 흙수저라며

지레 겁먹고 인생을 포기한다면

정말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나는 그냥 그렇게 없어질지라도

조금이라도 선조보다 나아져서

내 후손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도 있다.



나의 발전은

나만의 영광이 아니라

내 후손의 영광이다.



진 것을 어떻게 갖고 태어났든지 간에

답보하려는 행동패턴보단,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현생 삶의 태도가

당신을 이 땅에 뿌리 내리게 할 거라고 믿는다.



누가 내 인생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다.


진보한 사람은 생존하고

진부한 사람은 멸종한다.


현실은 서바이벌이다.








책한 여자



30대 여자들의 독서모임

#책한여자들

운영자






매거진의 이전글 책한 여자들의 독서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