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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28. 2023

[섭식장애 회복]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계속해서

이 모든 계절을 흔들리며 다 통과할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팀즈를 통해 구독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섭식장애부터 커리어나 다른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일주일에 한번 한시간이지만 이 한시간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다.

이제 그만 이야기 하고 싶다 하면서도 결국 다시 같은 주제로 돌아오는 건, 

그만큼 나에게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몇일 전에 썼던 글은 더딘 회복으로 답답해하고 있을 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여전히 열심히 싸우는 중인 나를 위해서 썼다.

섭식장애 회복이라는 게 그리 간단한 일도 아니고 완전히 벗어났다 싶다가도

뜬금없이 재발의 문턱에 서있는 나를 만나면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서 짜증도 나고 극단적인 날에는 

그냥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회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한지 어언 3년이 흘렀고 

이제는 그 모든 게 지나가는 과정이고 

지나고 나면 짜증도 극단적인 생각도 한 순간임을 알기에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어차피 돌아갈 생각은 없으니까.'

확실한 마음 하나가 나를 살린다.



"어느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나요?"

"어느 정도라는 평균을 내긴 어려워요. 사람마다 다 달라서"

"그래도....너무 아득하고 멀게 느껴져서 두려워요."

"저는 기본....3년은 꾸준히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3년이 지나도 마음은 흔들리고 재발하기도 한다.

사실 '완전한 끝'을 바라는 순간, 다시 통제와 제한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이기에 힘들고 버거울 수 밖에 없다. 

3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마음/결심 대한 확신이 있다면 '통제와 제한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아도 회복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끝'이 아닌 '지속적인 회복' 

나에게 있어 섭식장애 회복은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은 평소에 알아치리지 못했던 생각이 불쑥 말로 튀어나왔다.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근데 시스템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안한다. 그만한다. 벗어난다.'가 아니라 '어떻게'를 만드는 일

돌아보면 짧지 않은 기간동안 재발과 악화를 경험하며 온 몸과 마음을 통해 직접 깨달았던 것 같다.

그냥은 없다. 스스로 말리지 않을 방법을 찾고 회복으로 돌아오는 단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끝없는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에러와 버그와 충돌하며 구축해 나가야 한다.

'완전하고 완벽한 끝'을 바라기 시작하면 업데이트나 버그가 좌절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엉망진창인 채로 살아야 하냐고 다시금 자신을 탓하게 된다.


기억하자.

우리는 엉망인 존재가 아니다.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것은 없다.

완전과 완벽의 기준 또한 없다. 

혹여나 있다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과 완벽을 바라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지, 완전과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수한 업데이트와 노력이 필요하다.

완전과 완벽도 어쩌면 과정일지 모른다.

왜냐면 지금 맞이한 완전과 완벽이 언젠가는 과거의 것이 되어 다음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

엉망이어서가 아니라 살아있어서 그런거다.

우리가 살면서 에러나 버그를 만난다면, 그건 못나서가 아니다.

살아있기 때문이고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섭식장애와의 이별을 결심했다면

회복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 마음만 기억하자. 

그게 제일 중요하다.

흔들리는 모든 순간을 다음으로 가는 과정이라 여기며

어떤 계절이 오든 그 마음을 꼭 붙들고 지나가자.

가끔은 멈추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가고자 한다면 고통에도 재발에도 무기력에도 끝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반드시 다음이 올 거다.


그리고 당신이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면,

어디라도 이야기하고 싶다면

여기에 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다음을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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