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눌의 시
조선 시대의 시 한 편을 본 적 있다.
제목은 '기가서(寄家書)',
즉 '집으로 부치는 편지'이다.
이안눌(李安訥, 1571-1637)이라는 분이
먼 북쪽 추운 곳 함경도에 북평사로 파견 나갔을 때
남쪽의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재로 했다.
집으로 부칠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欲作家書說苦辛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恐敎愁殺白頭親
북녘 산에 쌓인 눈이 천 길인데도 陰山積雪深千丈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却報今冬暖似春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잘 있느냐는 부모님 물음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잘 지내노라고 대답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시에서도 그렇다.
눈이 몹시 많이 오는 북녘에 파견 나간 아들은
남쪽의 부모님 걱정하실까 봐 거짓말을 한다.
천 길 같이 눈이 쌓였는데도
편지에는
봄날처럼 따뜻하다고 적는다.
그런 것이겠지.
부모와 자식이라는 게.
이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본가와 처가에 전화를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은
내가 처해있는 현실과는 약간쯤 차이가 나는 인사를 여쭙게 된다.
하얀 거짓말.
그런 게 자식…
어디 한 번 물어보자.
그대도
가끔씩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