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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요주 Apr 16. 2023

나도 거북이처럼 살고 싶다

수륙양용이 되기 위한 수포자의 수영 생존기 01

1990년 여름 어느 날, 스무 명 남짓한 초등학생 무리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수영장 물속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분명 지금부터 게임이라 했는데 대뜸 물안경도 없이 잠수를 하란다.

물속에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이긴 짝은 계속 물속에 남는 게임이다.

'물안경 속으로 좀만 들어가도 눈이 따가운데 물속에서 눈을 뜨라고?!?!'

물속에서 눈을 뜨고 있는 자신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세상 소심했던 여자 애는 짝꿍에게 귓속말로 ‘내가 졌다고 할게. 니가 남아.’하고 수영장 모퉁이로 슬그머니 걸어 나갔다.


돌이켜보건대 피험자 입장에서 90년대 서울의 수영강습 실태는 그야말로 막무가내였다. 어린이 개인별 성향은 돌볼 새가 어디 있었겠는가? 사고만 안나도 다행이지. 물에 대한 친숙감은 밀어붙이면 생기는 것이라는 명제는 오히려 물 공포감 키우기로 귀결되었다.


나는 수포자다. 수학도 포기했지만 수영도 포기했다.
수영은 자전거와 같아서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어도 몸이 기억한다는 얘기는 순 거짓말이다.

초등학생 6년간 학교 정규 여름 수영 수업마다, 그리고 아빠월급 축내가며 수영 강습까지 받았건만 수영은 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이 마흔이 넘을 때까지 바다에 놀러 가도 발이 닿을 수 있는 최전선까지만 까치발로 동동 떠다니며 가오리처럼 물속에서 날갯짓하며 떠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아, 나도 목 내밀고 물 위에 떠 있고 싶다!’


나라고 이것저것 안 해봤을까. 고르고 골라 전문 강사도 만나고, 유튜브 보며 땅집고 헤엄도 쳐보고, 소싯적 물 좀 저어봤다던 친구들 따라 물속에 들어가 봤지만 수영은 영 몸에 붙지 않았다. 22년 여름,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켜본다. 이제 물안경은 내 맘대로 쓰고 벗을 수 있으니.


일지는 수영선수를 지망하는 사람, 멋들어진 수영영법이 필요한 사람들은 읽지 않길 바란다.

맹세코 내가 받아들인 어떤 정보도 절대적 답이라고 할 수없으니까.

숱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휴양지 인피니트 풀에서도 팔순 할머니 관절운동하듯 물속을 걷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한 사람이 동아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개인 수영레슨의 기록이다.

참고로 내 실력은 물에 뜰 수만 있고, 숨을 참을 수 있는 만큼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숨이 다하면 필시 발이 땅에 닿아야 한다.

부디 간절한 이 기록이 나는 물론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언젠가 물과 내가 혼연일체 되는 기쁨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배움]

01. 깊은 수심에선 오히려 잠수하자

무엇보다 생존 수영이 중요하다. 의외로 성인 익사 사고는 아주 깊은 물보다 1 m80 cm-2m 깊이가 많다고 한다.

깊은 수심에 당황했다면 무조건 뜨려고 버둥거리지 않는 것이 중요.

잠수로 물속에 들어가 발을 딛고 점프하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호흡을 하고 다시 잠수와 뛰어오르기를 반복. 시야를 반복적으로 확보해 수영장 가장자리나 몸을 의지할 곳을 찾자.

팔 벌려 뛰기처럼 뛰면서 수면 위에서 만세를 하고 내려올 때 물살을 아래로 내리며 점프하는 것도 가능하다.

>> 실제로 이것은 수영 연습할 때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25m 레일의 끝까지 가면 키가 작은 나는 부담스러운 수심이 되는데 도착 지점에서 물속에 여러 번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면 헤엄쳐오느라 버거웠던 호흡도 정리되고 안정적으로 수영장 모서리에 기대 있을 수 있다.


02. 닭꼬치가 된 자유형과 배형
자유형과 배형은 이동축이 동일한 영법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꼬치가 껴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뻗어나가는 팔이 스케이트 날이 얼음 위를 스치듯이 ‘슈육’ 나갈 수 있도록, 젓는 팔은 긴장하지 않고 물살을 밀어낸다고 생각하고 추진력을 주다가 되돌아올 때 역시 긴장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생각하자.


03. 발치기도 역시 코어인가?

발차기는 배-엉덩이-허벅지 큰 근육의 움직임으로 한다. 무릎과 발은 따라올 뿐-

발차기는 조급하게 하지 않고 우아하게


photo by 우요주 @ Anse de la Fausse Monnaie, Marse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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