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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31. 2021

워킹맘과 전업맘이 함께 공감한 것들

삶과 행복에 대한 L과의 대화(2)

 사회 생활에 대한 L과의 대화에 이어, 우리는 워킹맘 혹은 전업맘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5. 나와 다른 성향의 아이를 온전히 바라봐 주기


나: L은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어? 집에서 애들 보고 살겠다거나 하는 등의 생각도 해봤어?

L: 많이 생각해봤지. 회사 일이 힘들고, 성과도 잘 안나와서 그만두려고 했던 적이 있었어. 애들 때문에 내가 회사에서 충분히 잘 못하고 있고 죽도 밥도 아니다 그만두고 육아만 할까 생각을 했던거야. 그런데 애들은 내가 일을 못하는 유일한 이유가 아닌데, 다른 이유들이 있는데 그 다른 이유들을 해결해 보지 못하고 애들때문에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 꺼려졌어.

 결정적으로 한 일주일정도 휴가를 내고, 전업주부로 생각하고 지내보자 결심을 한 적이 있었어. 그랬더니 내가 계속 오히려 더 애들한테 화내고 애들은 울고 난리가 난거야. 내가 전업주부를 하는건 가정의 행복을 파괴하는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했어. 가정주부를 잘 할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못그만둔게 큰 것 같아.

나: 애들은 어린이집에 계속 다닌거야?

L: 일본에서는 봐주는 사람이 없이 첫째가 어린이집에 오래 있었어. 싱가포르에 올 때는 친정엄마가 오셔서 3년 동안 같이 지냈어. 일본에서는 애들이 12시간씩 어린이집에 있었어. 아침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도움이 없이 그렇게 지냈던거지. 첫째가 만 5살에 싱가포르에 왔는데,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았어. 타고나기를 소심하게 타고난건지, 어린이집에 오래 있어서 더 소심해진건지, 둘째한테 치여서 저런 면이 있는건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 내가 어렸을 때 그런 면이 있었으니 나의 성향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하고. 그래도 싱가포르에 와서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

나: 너랑 많이 닮았어? 성향같은거.

L: 나의 성향과 같은 부분도, 다른 부분이 많이 보여. 내가 엄마한테도 나 어렸을 때 저랬냐고 많이 물어봤어. 닮은 부분도 있어. 나도 어릴 때 친척들오면 방에 숨고, 사람들 안보는데 혼자 책보고 그런 시기가 있었거든.

나: 내성적인 성향이었나보다.

L: 그런데 초등학교 어느 시점에는 뽑아주지도 않는데 반장하고, 회장한다고 계속 선거에 나가고 그렇게 활발하게 지내던 때도 있었어. 성향이라는게 많이 바뀌는 것 같고, 내 안에는 많은 성향이 숨어있는데, 어떤 상황에 따라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숨어 있던 성향이 튀어나오는 것 같기도 해.

나: 그러면 너가 지금 아이를 봤을 때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는거야? 나는 첫째가 성향이 나랑 너무 달라서 화가 나는 경우가 많았어. 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 그런 경우가 많았거든. 그랬더니 애가 더 위축되고. 애를 온전하게 바라봐주지 못하고 나한테 맞추려고 하고 있었던거야. 그걸 인식하고 안그래야지 싶었는데, 그게 내 마음에서 조절이 안되서 힘들었었거든.

L: 내 생각에 너는 그렇게 얘기해도 중간 이상은 조절하고 있을 것 같아. 너무 높은 수준으로 조절하려다보니 잘 안된다고 느끼는거 아니야?

나: 아니야, 물론 밖에 나가면 사람들한테 화내고 그런 적은 한번도 없어. 그런데 집에서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애한테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발견했던 거야. 아마 어릴때 부모님이 엄하셔서 계속 눌려왔던 감정들이 분출되지 못하고 내 안에 안좋은 찌꺼기로 남아서 그랬던 것 같아. 지금은 좀 좋아졌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야지, 애는 아이만의 성향이 있고, 아이가 원하는 것도 다르고, 아이가 하는 생각 자체가 다르니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나랑 똑같을 수 없다. 이 생각을 많이 했어. 그랬더니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게 되었고, 화가 거의 날 일이 없더라.

L: 응, 그렇지. 내 경우에는 첫째가 조금 부정적이야. ‘나랑 친한 친구들은 같은 반이 안될거야’, ‘나는 잘 못할거야’와 같은 말을 하고는 해. 그런데 이런 건 화가 나기보다 안쓰러운 경우가 많았어. 내가 자라오면서 일관적이지 않게 다양한 성향이 나왔듯이 ‘아이도 언젠가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겠지’라고 생각하고 터치를 별로 안하는 것 같아.   

 좀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이가 뭘 잘 흘리고, 장애물을 잘 인식못해서 지나가다 사람들 발을 밟기도 하고, 사람들 불편하게 하는 행동도 많이 했어. 그럴 때는 나도 화를 많이 냈지.

나: 우리도 아이가 실수를 많이해. 식당가서 컵도 많이 깨고, 젓가락도 잘 떨어뜨리고. 우리가 보기에는 부주의해 보였어. 그럴때마다 혼을 냈지. 그런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직 어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대. 자꾸 혼을 내고 화를 내면 아이에게 남는 건 그 내용이 아니고, 엄마 아빠가 나에게 화났던 것만 남게 된다고 하더라고. 나도 어릴때 생각해보면, 나는 순하고 순종적인 편이라 별로 혼날 일이 없었을 것 같은데도 아빠한테 많이 혼났었거든. 근데 내용은 잘 기억 안나고, ‘아빠가 나한테 왜 화냈지?’ 이것만 기억에 남는거야. 그래서 아직 애들이 어리고, 부주의한 것도 사회에 악의적인 행동을 하거나 그런건 아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L: 맞아. 우리는 아이가 야무지게 크면 좋겠다는 마음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그랬던 것 같아.  


#6. 건강한 꿈을 가진 엄마


나: 네 카톡 프로필에서 ‘건강한 꿈을 가진 엄마’라고 쓰여 있는걸 봤어. 그건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L: 언제 썼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 최근에 2~3년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의 시기를 보냈잖아. 일단은 아이한테 화를 많이 내는 내 모습이 있었어. 그리고 회사 다녀오면 내가 체력적으로 완전 소진되서 애들한테 신경을 못썼고. 신경을 써도 ‘숙제 했어, 안했어?’ 혹은 ‘빨리 자자’ 이런 식의 행동을 했던 거야. 주말에도 애들하고 놀때 진이 빠져있고. 내가 애들한테 체력적으로나 건강하게 밝게 못한다는 부분에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  

 아이들에게  ‘인생이 밝고 즐겁다’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싶었거든. ‘노력하면 다 잘 될수 있다’, ‘인생은 살만한거야’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실상은 항상 지쳐있고 그랬지. 회사를 그만두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회사를 그만둬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런데 막상 회사에 안나가니까 오히려 더 완전 에너제틱하게 애한테 화를 내고 있던거야. 바로 이건 아니구나 했어. 회사에서 내가 더 기분 좋게 회사일을 끝내고 성취감을 느끼고 애들에게 갔을 때 ‘엄마 오늘 회사 끝났어! 같이 놀자!’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 ‘우리 가족들에게 가져오는 에너지가 긍정적인 에너지면 좋겠다’ 그게 나의 꿈인 것 같아. 우리 가족에게 송곳처럼 행동하기 보다는 ‘우리 엄마는 어떻게 저렇게 기분이 좋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어.

나: 건강한 에너지로 가족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해 주고자 하는 그런 마음과 생각들이 분명 아이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7. 오늘날 전업 주부로 산다는 것


나: 그런데 나 궁금한게 있어. 아까 일주일 쉬었을 때, 아이들에게 화를 많이 내게 됐다고 했잖아. 왜 그랬을까? 아이들하고 오랜 시간 함께 있다보니 힘들었던 걸까?

L: 맞아. 아이들하고 오래 붙어있으니 힘들더라고. 아침에 애들 등원시키고, 하원 시키고.

나: 그러면 아이들 등원 하원 중간에 너의 시간도 있던거 아니야?

L: 어. 있었지. 그래도 힘들던데? 난  참 힘들었어.

나: 혹시 너가 잠깐 쉬면서 아이들한테 너무 잘하려고 했고, 그런데 생각처럼 잘 안되고 그래서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L: 맞아. 그런 것도 있어. 내가 애들 일일이 다 쫓아다녔지. 첫째가 짐나스틱 할 때 둘째를 그 사이에 다른데 보내고. 그렇게 스케줄 다 맞춰서 다 했지. 이런걸 전업 주부 엄마들이라면 다 했을일이라고 생각했고. 근데 해보니까 전업주부가 진짜 힘든일이야. 나는 완전 난리법석이었어. ‘뭐 놓고 왔어? 너 이거 안챙겼어? 너가 챙겼어야지.’ 이러면서 완전 정신없고 난리도 아니었어.      

나: 그랬구나. 난 그런 것도 있었어. 집안일도 아이 키우는 것도 다 잘하고 싶었던거야. 너무 잘하려고 하다보니까 아이들이나 남편이 내 뜻에 안따라와주면 그런 상황자체가 너무 힘든거야.

L: 나는 가정주부가 진짜 어렵다고 생각해. 가정주부로 살면서 만족감, 성취감, 행복감 느끼는 건 신의 수준이라 생각해. 왜냐하면 회사는 스탠다드가 있잖아. 정확하게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어. 9시부터 6시까지라는 시간 제한도 있고. 가정주부는 job scope이 너무 넓고, 불명확해.

 예를 들어 너가 요리를 잘한다고 해. 그래도 '내가 애들 영어 공부는 잘 못시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수도 있잖아. 그런식으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심지어 요즘은 '재테크로 재정 독립을 이루었어야 했는데 내가 왜 못했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scope이 너무 넓기 떄문에 한가지를 잘해도 다른 한가지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가정주부에게 요구되는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나: 이것도 사실 마음 먹기에 따른건데,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회가 사실 집에서 일하는 엄마들에게 요구하는게 예전보다 굉장히 많아진 것 같아. 집에서 애들 공부시키는 것도 너무 빡세졌지. 예전에는 학교 공부만 하면 됬다면, 지금은 영어 공부도 따로 해야하고, 학원도 종류별로 다 알아보고, 정보도 다 구해야 하고. 나는 이런거 다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내 페이스대로 하려고는 하거든.

 그런데 우리 애가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좋은 직장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야. 왜냐하면 남들 다 그렇게 하니까. 그거를 따라가려고 하면 어쩔수 없이 나도 그 트랙에 올라서서 같이 뛰어야 하는거야. 그렇게 안하면 우리애는 계속 뒤쳐져. 그게 아이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고. 물론 내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해. 그럼에도 오늘날 엄마들에게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게 참 많다는게 느껴져. 그거에 맞춰서 또 열심히 사는 엄마들도 많고.  

L: 근데 너같은 경우는 예전에 너의 역할에서 착한 딸이자 공부도 잘했고 그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었잖아. 그런데 엄마라는 역할을 너가 맡았는데, 너가 생각하기에는 너가 뛰어나지 못한거지. 제대로된 엄마에 대한 정의가 없고, 해야하는 일의 범위도 너무 넓고. 그러니 엄마라는 역할에서 내가 정말 탁월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거야.

나: 그리고 제일 어려운 부분은 이게 나만 잘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나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거야. 예를 들어, 내가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면 내가 그냥 하면 되잖아. 그런데 아이를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이는 내 마음대로 안되는거야. 내 의지대로 하지않는데 혼내가면서 한다고 해서 애한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건데. 그게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 엄마로서 꼭 무슨 성과를 내야하나?

L: 나는 막연하게 상상을 할 수 있었어. 늘상 자기 역할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온 우리가 갑자기 전업주부라는 역할을 할 때 굉장히 힘들겠구나. 그리고 거기서 스스로 만족할만큼 훌륭한 엄마다 느끼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너가 말했듯이, 엄마라는 역할이 노력한다고 아웃풋이 팍팍 나오는게 아니잖아. 길게 봐야 하잖아.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내가 애들을 억지로 공부시키고 할 수도 없는거고. 내가 아이들에게 영감이 될 수 있다면 그게 엄마로서 바로 옆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아이가 나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더 열심히 살겠다,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세를 갖게 된다면 그게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가 책도 많이 읽고 스스로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잖아. 그리고 나는 그걸 너의 애들이 보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그걸 보면서 참 좋아보였어. 그래서 너랑 통화도 하고 싶고 그랬어.

나: 고마워. 맞아.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행복해야지 아이들도 행복한거잖아. 근데 내가 오랫동안 아이들의 엄마로 그리고 주부로 집에서 지내면서 나의 의미를 못찾았었어. 그게 아이가 열살 즈음에 깨달음으로 다가왔어. 계속 남편에게 의존하고, 아이들 중심으로 살아가고 했었거든. 그래서 내가 바로서고, 주체적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거지. 책도 보고, 온라인으로 다양한 활동도 시도해보고. 그런 것들이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됐어.  


#8. 힘을 덜 들게 하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 워킹맘으로 살고, 회사에서 일하고 하는 상황 속에서 너를 잃지않고 너 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떻게 산다는 것일까?

L: 모르겠어. 나다운게 뭔지. 우리 같은 모범생들은 특별히 싫어하는게 없잖아. 뭐든지 해야한다고 하면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다보니까 약간의 재미도 느껴버리잖아.

나: 맞아. ㅎㅎㅎㅎㅎ

L: 그래서 사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모범생들한테 참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 힘을 덜 들게 사는 것이면 나답게 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회사에 좀 더 다니고 싶어. 하지만 지금까지 지난 1년 동안 한 것 처럼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절대 오래 못다녀. 왜냐하면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긴장감 때문에 내가 버텨내지를 못할 것 같아. 그래서 회사에서 말하는 것도 좀 더 힘빼고 자연스럽게, 일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나를 축내지 않을 수 있게끔. 인위적으로 애쓰는걸 최소화하고, 내가 즐겁게 웃으면서도 할 수 있게끔 회사에서 그 밸런스를 잘 찾아가자는게 나의 목표야.

 나의 성공은 내가 그렇게 최대한 힘을 빼서 사회인으로 해야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내가 고갈되지 않아서 내가 가족들을 채워줄 수 있는 에너지가 남은 상태로 유지하며 살고 싶어.  


#9. 그래도, 가족.


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 너가 10년 뒤, 20년 뒤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 있어?   

L: 나는 생각보다 가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 내가 미래에 소망하는 모습은 우리 가족들하고 나하고 사이가 좋아서 웃으면서 행복하게, 애들이 독립하더라고 자주 연락하고 그러면서 잘 지내고 싶어. 거기에 곁가지로 내가 10년 정도는 더 일을 하고, 따로 사회나 경제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면서 애들한테 진학이나 이럴 때 조언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롤모델같은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

나: 사회적으로 이루고 싶거나 그런 모습은 없어?

L: 이게 진짜 신기한 일인데. 내가 옛날에는 야망이 있었거든. 오히려 15년 이상 회사에서 일하고, 직급도 높은 편이야. 여기서 더 올라가려면 진짜 임원이 되야하는 거거든. 그런데 이 상태로 은퇴한다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 것보다 그냥 일을 유지하면서 가족들이 더 잘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 나도 가족과 잘 지내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것 같아. 나와 제일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잘 살아가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그게 삶을 행복하게 하고,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 같아.


 어느덧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다. 우리는 워킹맘, 전업맘이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서로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도 가정의 행복을 늘 마음 속에 품고 지내는 친구의 마음에 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L의 말처럼 온몸에 긴장을 빼고, 여유롭게, 나다움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자 생각했다.


CoverImage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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