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M은 메일이 편하다며 메일로 나누고 싶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내주었다. 길고 상세한 M의 답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친구들로부터 많이 배우게 된다.'어설픈 선택과 모습들도 결국 내 일부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것이 삶의 길이라 생각한다.'는 M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진지하게 답해준 M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들어가며 하는 이야기 by M
네가 친구들에게 화두를 던지며 시작한 이번 일을 보면서 올해 초에 읽었던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윌 듀런트, 유유]라는 책이 생각났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윌 듀런트가 1931년 당시 세계의 지성 100인에게 '인생의 의미 혹은 가치'에 관한 질문이 담긴 편지를 보내어 받은 답변들을 모아 작성한 책이야. 저자가 던진 질문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아.
"당신에게 삶은 어떤 의미인지, 무엇인 당신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지, 종교가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만약에 준다면), 당신의 영감과 활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지, 당신은 어디에서 위안과 행복을 구하는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세계의 지성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스타일대로 답변을 하지. 그중에서 인상에 남아 내가 따로 기록한 내용은 이런 것들이야.
"나라는 개인이 행복을 구하는 곳은 두 가지, 예술과 내 가족입니다." - 오시프 가브릴로비치(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작곡가, 지휘자)
"'내게 적합한 일' 다음으로 나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헉슬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정적인 애정'이라 하겠습니다." - 헨리 멩켄(미국의 기자, 작가, 비평가)
"진리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행복이란 정식적으로 만족스러운 사태라는 점입니다." - 오언 C. 미들턴(뉴욕 싱싱 교도소 종신현 죄수)
네가 거진 1세기 전의 어느 작가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읽어보렴.
네가 던진 화두를 보고 느꼈고, 이어서 너의 질문을 받고 확신했지. '이거 쉽지 않겠구나'라고 말이야. 물론 가볍게 이야기 나누다 보면서 풀어갈 수도 있을 거야. 그러나 난 따로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야겠다고 판단했어. 우선은 네가 던진 질문들에 대해서 나는 일상에서 단편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라, 그 조각들을 모아볼 필요가 있었어. 그리고 아마도 당장은 몇몇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테니, 그동안 내 이야기를 정리할 시간을 벌어보자는 요량이었지.
나는 네 질문을 크게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해서 정리해 볼까 해. 너무 주절거리지 않고 간결하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잘 될지 모르겠다.
#1. 과거
나: 다시 돌아가도 열심히 살 것인가? (고등학교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성실함이 배어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며 사회가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고 가정하여 이 질문을 만들었다. 혹시 그렇게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가 없는지, 혹은 다른 삶을 꿈꾸어 본 적은 없는지 궁금했다.)
M: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열심히 살 것이냐고 물었지. 딴소리 같지만, 난 그다지 열심히 산 것 같진 않아. 예전을 떠올려보면, 너를 비롯해 몇몇 친구들은 옆에서 봤을 때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게 느껴졌어. 암튼 그리 열심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어. 남들이 보기에는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대학원 중반까지는 설렁설렁 산 것 같아.
뭔가에 몰두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지냈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무기력하게 살거나 한 건 아니고, 그래도 주어진 과제도 하고 시험 기간에는 나름 열심히 하곤 했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생각해 본 적은 있는데, 별건 아니고 그저 뒤처지고 싶지는 않다는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그런 단편적인 집중으로만 살았지 뭔가 긴 호흡에서 집중하고 노력한 건 박사 2년 차부터야.
나: 내가 학창 시절에 대해 물었던 건, 나는 학창 시절 하면 공부한 것 밖에 기억이 안 났기 때문이야. 그런데 친구들 얘기 듣다 보니 나만 너무 공부에 매달렸던 것 같네?ㅎㅎ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 회사 관두고 사회적으로 아무런 일도 못하게 된 순간,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거든. 제일 힘들었던 건 다른 친구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면서 느껴진 감정 때문이었던 것 같아. 남들이 어쩌든 말든 나는 나대로 살면 됐는데, 그런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 진짜 너무 늦게 철들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들 낳고 이런 시간들을 견딤으로써 사회적 시선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로서 살게 된 게 참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야.
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
M: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고 싶냐고? 이에 대한 답은 이어지는 '후회' 관련 질문과도 연결이 되는데, 결론은 다시 돌아가도 난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살 것 같아. 난 지금의 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런가, 과거 내 삶의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굳이 그 과거들과는 다른 모습들을 상상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여겨진다.
예전에는 '과거에 그러지 말고 이랬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하곤 했지. 근데 어느 순간, 나의 그 과거가 바뀜으로 인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까지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골치가 아파지더라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그래서 대답을 정리하자면 'let it be'야.
나: 이전에 나는 '내 인생 실패는 없다! 내 인생 후회란 없다!' 하며 살았었어. 그런데 감정적으로 바닥을 찍고 나니 실패나 후회라는 것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진 것 같아. 실패해도 괜찮고, 후회해도 괜찮고. 그런 생각 말이야. 그 전에는 진짜 실패도 싫고, 후회도 절대 하기 싫었거든. 그게 오히려 딱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살게 했던 것 같아.
M: '살면서 후회되는 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후회'라는 것에 대한 내 최근의 생각을 말해볼게. 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간 일에 후회를 생각하는 순간, 그 일은 진정 후회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가 '후회'라는 말에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난 후회는 그다지 발전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해. 지나가는 넋두리보다 더 마음에 부정적인 잔상을 남기는 행위라고나 할까. 예전에는 어떤 일에 후회하고, 미련이 남기도 했지. 근데 머리가 좀 크고나 서부터는 '결국 모든 순간의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그때의 내 선택 이외의 상상들은 결국 나의 것이 아닌 것이라는 판단이 들더라.'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난 똑같은 결정을 하고 똑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는 것이 지금의 내가 가진 답이라고 할 수 있어.
'나'라는 것은 지금 순간의 나(오일러리안)라기보다는 오랜 흐름 속의 나(라그랑지안)라 생각해. 요즘에도 간혹 아차 싶은 선택과 행동을 할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먼저 '그런 어설픈 선택과 모습들도 결국 내 일부다.'라고 먼저 시인해버려. 그리고는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 그런 선택과 모습보다 더 나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라고 하면서 넘어가지. 물론 그러고도 실수를 반복하곤 해. 어쩔 수 없지 뭐 그게 나니까. 난 그런 나를 인정하고 좋아하면 그만이야.
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 맞아. 그렇게 나의 모든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그건 내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똑같이 살고 싶단 말이야? 나는 지금이 참 좋고, 가정도 안정적이고 다 좋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다르게도 살아보고 싶어. 공부도 좀 덜하고 다른 도전들을 더 많이 해보며 살고 싶더라고. 너무 공부 쪽으로만 도전하면서 산 것 같아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얻고, 그 안에서 성취하고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틀에서만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쨌든 후회 없이 놀았고, 후회 없이 살았다고 느끼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2. 현재
나: 아이를 키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M: 아이를 키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참 어렵다. 잘 모르겠다. 오은영 박사님은 알고 계실까? 내년에 학교 가는 딸과 유치원 가는 아들 녀석들을 보다가 종종 생각하곤 하지. ‘내가 뭘 해줘야 할까? 뭘 어떻게 해야 이 녀석들이 잘 자랄까? 요즘 너무 밖에서 놀기만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매일 책을 몇 권씩 읽어 줘야 하지? 어디를 가보고 무엇을 보여줘야 좋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답도 모르는 의문들이 끝없이 이어져. 그래서 최근에 그냥 어렴풋한 깨달음(사실 깨달음 수준도 못되지, 그저 주관 확립이라고나 할까?) 끝에 생각한 것은, '무엇을 하더라도 (최대한) 함께하자'라는 것. '함께하자'라는 말에 꽂혀있어. 어느 순간에는 이 녀석들이 날 떨쳐내려고 하겠지. 그때까지는 최대한 함께하자는 것이 요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야.
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은?
M: 박사 말미에 결혼을 하고, 국책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교수 일을 하고 있어. 아무래도 지방대 교수니까, 연구는 별로 못해. 아직까지 대학원생이 한 명도 없어. 연구는 시나브로 포기할까 해. 교육에나 집중해야지. 학교에 좋은 점도 있어. 도서관이 상당히 좋더라고 책도 많고 없는 책도 잘 사주고 그래. 더군다나 학교가 시내와는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교내 사람들 말고는 외부 인이 거의 없어. 즉, 책 빌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지. 뭐 암튼, 교수라는 직업이 '정년보장'만 얻으면 참말로 맘대로 할 수 있어서 말이지. 어떻게든 잘 살아남아서 정년보장을 받으려 해. 그렇게 정년보장을 받게 되면, 개인적으로 계획한 몇 가지들을 이루는 데에 가진 자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지금처럼 살 것을 계획하고 살았나? 어릴 때 생각한 것과 지금 삶 중에 무엇이 가장 다른가?
M: 지금처럼 살 것을 계획하면서 살았겠어? 지내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사실 교수가 될 생각도 없었고, 그럴 말한 업적도 딱히 갖고 있지도 않았지. 우연한 기회에 나를 알아본 선배가 '너한테 더 맞을 것 같다'라고 제안하였고, 그 후 더 우연한 기회가 닿아서 여기까지 왔네. 그 와중에 내가 노력한 것이라면, 임용 원서는 낼 수 있게끔 의식적으로 논문을 쓰려고 했다는 것뿐.
사실 어릴 때는 내가 뭐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 솔직히 박사 졸업하고 나서도 뭘 해야 할지 몰랐어. 그래서 뭔 사업이나 해볼까 꺼덕거리다가 발 뺐고, 그냥 회사 가서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알아보다가 내 분야와 들어맞는 연구원 자리가 생겨서 들어갈 수 있었지. 뭐가 계속 우연이라고 하냐고 하겠지만, 달리 표현을 못하겠어. 내가 뭔가 지독히도 노력해서 얻은 성과라기 보단 그저 하던 거 하다 보니까 시기적절하게 기회가 열렸던 것 같아.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
#3. 미래
나: 지금도 꿈이 있어? 이루고 싶은 거?
M: 꿈이라. 그래 이루고 싶은 것, 있지.
이직을 하고 생활터전이 바뀌면서, 가까이에 훌륭한 도서관이 생겼어. 물론 그렇다고 바로 애용하지는 않았지. 팬데믹이 터지고, 남는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작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어. 책 읽는 게 좋아졌다고 하면 좀 그렇고, 책 읽는 게 익숙해졌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책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목표들이 생겼어.
첫 번째는 도서관장이 되는 것. 책과 함께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야. 좋을지 나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두 번째는 출판사를 만드는 일이야. 특이하게도 출판사는 다른 업체들과 다르게 사무공간이 없어도 일반 가정집 같은 데서도 차릴 수 있다고 하네. '상업'과 '문화'의 경계에 있어서 그런지 애매한 규정들에 얽혀 있나 봐. 그러한 신비로움에 끌린 것 같아. 세 번째는 출판사와 더불어 책방을 꾸미는 것이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책도 팔고, 책도 만들며, 책에 대한 삶과 이야기가 쌓이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거지.
모르겠어, 정말 꿈같은 이야기지. 한 가지 위안이라면 지금 하는 일과 어느 정도 병행하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랄까? 어떤 책에서 그러더라고, 책방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 쉽지 않데. 그래서 오히려 뒷배가 있는, 다시 말해 다른 생계 수단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책방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면 좋다는 거야. 내가 거기에 꼭 맞다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역시나 '책을 쓰는 것'. 작년까지는 책을 몇 권 읽다 보니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근데 책을 더 읽다 보니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좋은 책들을 접할수록 나 스스로가 작아지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범접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지. 비문학을 읽을 때면 '나는 이 작가처럼 넓은 사고를 보여줄 수 있을까?' 싶고, 문학을 읽을 때면 '나는 도저히 이렇게 깊고 깊은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순 없어'라고 할 뿐이지. 물론 책 읽은 건 즐거운 일이야. 다만, 책을 쓴다는 생각을 하면 점점 더 작아질 뿐. 꿈 얘기를 하다 보니 말이 길어졌다.
최근 감동 깊게 읽은 책 한 권이나 소개하며 마무리할게. [초정리 편지, 배유안, 창비]라는 책이야. 혹시 알고 있니? 이 책은 아동문학으로 나온 책이야. 애들이나 읽어주자는 심상으로 샀는데, 읽다 보니 내가 빠져들었지 뭐야. 이 작가는 어쩜 이렇게 멋진 상상을 하고, 어쩜 이리도 재밌게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싶었지. 감탄하고 감동하면서 읽었기에 추천해본다.
나: 우리 삶에 성공이란 뭘까?
M: 우리 삶의 성공이란 게 진짜 뭘까? 모르겠어. 어떠한 삶이 성공적인 것일까?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 것일까? 뭐 당연히 돈, 명예, 권력 이런 거 따지자는 건 아닐 테고, 심지어 생각하다 보면 사랑, 가정, 나아가 세계 평화 이런 거도 과연 성공일까 싶기도 해. 나도 모르겠다.
난 그저 요즘엔 '나'에 대해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누굴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는 잘하고 있을까? 나는 과연 나 스스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잡생각들을 이어가다가 일단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가는 것이 삶의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은 그 후에 해보자는 거지. 물론 평생 나 스스로를 알아가다가 끝날지도 몰라.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지. 일단 뭘 좀 알아야 '판단'을 할 수 있지 않겠어?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참...ㅎㅎ
나: 어떻게 살고 싶어?
M: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앞에 이야기들로 정리되겠네.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면서 살 거야. 설령 이루지 못하더라도, 실패하더라도 말이야. 그 와중에 '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는 거지. 삶의 끝자락에서 '그래, 내 삶은 OO이었어'하고 맺을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겠다 싶네.
#마무리하며 하는 이야기
M: 마흔을 앞두고서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네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의 질문 덕분에 나도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던 것을 정리할 수 있었어. 고맙다. 난 한 동안 그저 관음의 삶을 즐기고자 해. 여러 삶이 담겨 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어 본다는 말이지. 관음의 끝에는 내 삶을 드러내는 책도 한 번 써보고 말이야. 네가 던진 질문들에 대해서 정리하다 보니 나 혼자 실컷 얘기한 모양새가 됐네. 네가 가진 생각들도 편하게 얘기해줘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혹시라도 네가 글을 쓰고 책을 내고 한다면 꼭 공유해주고 말이야.
나: 와 자세하게 얘기해줘서 너무 고마워!! 너도 책을 좋아하는구나!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을 너도 고민하고 있었고. 이런 걸 고민한 나이인 걸까?
내가 최근 일 년간 나를 찾기 위해 엄청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책을 읽고, 글도 쓰고 그랬었거든. 그러다가 최근에 ‘나를 찾는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어. 그래서 다른 거 다 신경 안 쓰고 오롯이 나만 봤을 때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봤지.
나는 글쓰기가 좋고, 사람들하고 삶과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하더라고. 그래서 지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거야. 얘기를 함께 나눠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네! 이렇게 나의 질문에 상세히 얘기해줘서 고마워.
아무쪼록 너의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 생각하지 말고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해 봐! 우린 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한 번뿐인 인생 실패도 좀 하면 어떤가. 해보고 싶은 거 해보고, 잘 안되면 또 다른 것도 해보고.. 그러면서 살고 싶다. 건강히 잘 지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