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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의그녀 Jun 09. 2019

회사 생활은 처음이라.

회사에서 '생활'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회사 '생활'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써왔던 게 회사 생활이잖아?'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내가 생각하는 회사 생활이란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이다. 

그래서 이번 글의 주제는 회사에서 겪은 '인간관계'를 담은 '회사 생활'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을 기본으로 타고났다. 그래서 계산없이 타인에게 마음을 준다. 10을 주고, 3을 받는 다고해도 괜찮다. 내 기본값이 사람을 좋아하는 거니까 굳이 돌려받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과는 별개로 무척이나 낯을 가린다. 다행히도 낯 가림이 티가 나지 않아 여느 무리에나 문제없이 어울릴 수 있었고, 나이를 먹어가니 사람을 적당히 사랑하는 법을 익혀 문제없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어느 집단에 가도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사람을 대하면, 외롭지 않을 정도로 사랑받으며 살았다. 

내가 겪어 온 사람들이 감사하게도 다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한 몫하겠지만 말이다.

옅은 관계에서는 말을 섞었고, 더 나아가 깊은 관계에서는 마음을 섞을 수 있었다. 언제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있다는 사실은 나를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만들어줬다. 


아무튼 과분하게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인간관계로는 골머리를 썩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종종 내가 가진 복 중에 제일은 부모복 다음으로 인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도 나는 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회사에서의 인간 관계도 별 다를 것이 없다고.

하지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갈피를 잡지 못해 꽤 힘들었다. 

이제는 내가 가져온 의문들에 대한 (스스로 혹은 타인의 입으로)해답을 찾아서 해결된 부분이지만 

그 당시에는 퇴사를 결심할정도로 큰 문제였다.


우리 회사는 상당히 소규모의 회사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더욱 더 소규모였는데, 분위기가 다소 동아리같았고, 그런 분위기때문에 몇몇가지 문제들이 생겼다고 했다. 점점 사람이 늘어나기도 하니, 회사다워지기 위해 서로 서로 조금 거리를 두기로 했고 그 무렵 2018 하반기 인턴이 들어왔다. 나와 내 인턴 동기들이 첫번째 '회사 분위기'로 변한 사무실의 인턴들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잘못이다. 평소에는 10을 주고 1을 받아도 전혀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미새처럼 생각하는 사수가 그러니 퍽 속상했다. 그러면 안됐는데 아직 대학교 4학년의 마음은 참 구제불능이었다. 후에 저런 배경을 듣고나니, 그리고 회사 정수기에서 물을 6개월 이상 먹으니 나의 서운함이 어떤 종류의 응석이었는지 짐작간다. 


누군가가 회사'생활'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물어본다면 명쾌하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눈을 보고 생각을 읽지도 못하겠고, 분위기를 읽고 정치는 더더욱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1년 전보다 냉소적인 마음과, 배우려는 태도와,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물론 이미 나를 사로잡아버린 우리 팀 한정으로는 잴 수 없는 애정을 보내지만)

또, 마음을 떠보는 무례한 질문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질문에는 되도록 텅 빈 마음으로 답하려고 노력한다. 회사란 곳이 토끼를 말하면 사냥꾼으로 변하는 곳이라는 걸 배웠다. 가끔은 누군가 사슴을 가리키면 말이라고 해야하는 상황도 온다는 것을 배웠다. 능숙한 대처는 차차 배우게 되겠지만.


그리고 외로움을 유난히 타는 내가 이리도 평화로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 마음 있을 곳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내 마음을 맡긴 곳은 회사를 떠난 동기들이다. 내 마음이 있을 곳을 정하면 인간관계에서 여유를 찾게 된다. 조바심이나 질투같은 것 없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안해도 된다. 저 사람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맡겼구나 하고 생각한다. 괜찮아 내 마음이 있을 곳은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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