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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의그녀 Sep 03. 2023

01. 치앙마이를 닮은, 행복을 담은 컵

오롤리데이 유리컵 Cup Glassver 1 2types 150ML

오롤리데이 유리컵 Cup Glassver 1 2types 150ML

이 컵은 오롤리데이 초기에 만들어진 컵으로, 치앙마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적혀있어요. 쨍한 빨강과 초록이 치앙마이와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손이 작아도 가볍게 쥘 수 있는 크기이고, 가득 따르면 가벼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만큼 담을 수 있어요. 어디에 놔도 예쁘고, 자주봐도 질리지 않는 컵입니다.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취를 광흥창역에 있는 원룸에서 시작했다. 그 원룸은 거짓말 안하고 진짜 내 손뼘으로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만큼 작고 또 작았다. 혼자 사는게 처음이라 나는 그 조용하고 작은 방에 들어가고 싶지않아 연남이고 상수고 쏘다녔다.


정처없이 떠돌다 방문했던 오브젝트에서 오롤리데이 컵을 샀다. 서울에 와서 내가 먹고 자고 입는 것 외에 처음 산 물건이었다. 필요와 쓸모를 정하지 않고 산 첫 물건이 컵이었다.

이걸 산 날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 일이 힘들었고 혼자 자기에 외로워서 내게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에 샀던 것 같다.


내가 내게 준 선물에 물을 마실 때, 나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이유도 모르고 근거도 모르지만 오롤리데이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실 때마다 나를 아껴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롤리데이는 행복을 판다는데, 그 행복이 컵에 묻어서 따라왔나 싶었다.


그 작은 방에서 슬픔이 컵만큼 차오를 때마다 이 작은 컵을 찾아 물을 따르고, 그 원동력으로 마신 물만큼 울었다. 그러고 나면 이상하게도 나름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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