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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Dec 03. 2022

트렌드 코리아 2023, 현직 마케터의 생각 더하기2


본 글은 현직마케터의 생각 더하기 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ong-sawon/97



뉴디맨드 전략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지속적으로 상향 표준화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불가항력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수요 창출 전략'을 뉴디맨드 전략이라 명명했고, 이러한 뉴디맨드 전략의 방법론으로는 교체 수요와 신규 수요를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두 가지 방법론 모두 고객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점에서 동일 맥락을 가지며, 고객의 니즈를 면밀히 파악하고 세심하게 행동하는 브랜드가 선택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자 마인드로 행동하는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어걸리는 브랜드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식품업계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 하는 대표적인 전략이 '용량 줄이기'인데, 최근 소식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용량을 줄인 240ml, 350ml짜리 소형 맥주캔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바이럴 하는 것도, 사실은 흐름에 얻어걸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치 최신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한 제품을 만들어낸 것처럼 포장했으나, 실상 소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ml당, kg당 가격을 조금 더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고객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 것은 분명하다.



디깅모멘텀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대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을 고르라면, 나에겐 '취미'를 묻는 질문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소개팅을 할 때, 면접을 볼 때, 사람들은 특정 인물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취미'를 묻곤 한다. 뚜렷한 취미생활이 없던 나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취미랍시고 이야기해왔다. 책 읽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운동하기, 그런 것들 말이다.

십 년 전만 해도 애니메이션에 과몰입하여 코스프레를 하거나, 방 하나를 인형으로 가득 채우는 사람들을 덕후라 불렀고, 그들은 관종이나 별종이라 불리며 정상적인 사회에서 배척되곤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만큼 특이하지만 내가 저렇게 되고 싶진 않아, 뭐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덕력'이 장점이자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무언가를 덕질해본 사람이야 말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이며, 좋아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덕후 기질을 살려 취미를 일로 만든 사람을 우리는 덕업일치 그 자체이자 진정한 성덕이라 부르며 리스펙하기에 이르렀다.

과도한 덕질은 '과몰입'을 부르기도 한다. 이미 그 옛날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때부터 우리는 부캐에 몰입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코미디언들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부캐로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리며 사람들을 실제 하지 않는 부캐의 세계로 몰입시킨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성행하며,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해 절절한 개인사를 공개한 것만으로도 팔로워 몇십만을 불러 모으며 셀럽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기꺼이 과몰입하는 우리들 덕분이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은 몰입하는 그 자체로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진 요즘, 몰입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몰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인간의 행복은 마음속에 관심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 상태"이며, "그 대상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가 행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297p.) 적절히 디깅하고 온전한 행복을 얻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갓생이 아닐까! 엄청난 취미가 없어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만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디깅모멘텀이 찾아온 것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반갑고 고맙다. :)



알파세대가 온다

나의 첫 경제학 서적은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였다. 나는 나와 똑같은 열두 살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똑똑하고 실행력 있던 키라에게 큰 감명을 받았었다.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본 요즘 초등학생들은 마치 예전에 보았던 '키라' 같았다. 용돈으로 주식이나 NFT를 배당받고, 모의 투자를 하며 수익 개념에 대해 배우며,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조그만 사업을 일궈보기도 하니 말이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나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했던 아이들을 전에 없던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라 부른다. 이들의 부모는 80, 90년대에 태어난 M세대로,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가는 것이 곧 성공이며 미덕이라 배웠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자녀만큼은 목적 없는 공부보다는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자존감 높은 삶을 살길 바라며, 성공과 돈의 중요성에 대해 어릴 때부터 가감 없이 가르치면서 일찍이 현실적인 선택을 해나가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알파세대의 첫 주자인 2010년생 아이들이 서른 살이 되는 2029년이 되면, 나는 서른일곱이 된다. (ㅠ_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세대와 우호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열린 사고를 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현명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다.



선제적 대응기술

'선제적 대응기술'은 고객이 깨닫기도 전에 미리 솔루션을 제공해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기술을 말한다. 초개인화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것이다. 선제적 대응기술은 고객의 불편을 먼저 해소해 줌으로써 자신도 몰랐던 Unmet needs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일어난 국가적 비극, 이태원 사고에서 애플워치나 갤럭시 워치 등의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해당 기술은 사용자에게 심각한 차량 충돌 사고나, 넘어짐이 감지되었을 때 자동으로 긴급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이후,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에 긴급 연락처를 설정해두었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의료 정보를 업데이트해두는 등 기술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렇듯 어느샌가 우리 삶에 스며들어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되고 있는 선제적 대응 기술들은 앞으로도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인간친화적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그 편의성이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는 바이다.



공간력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집 안에서의 집콕 + 비대면 라이프가 성행했다면, 엔데믹 시대를 맞은 지금 '공간'에서의 대면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현대 서울, 잠실 롯데타워 등 대형 오프라인 공간의 디스플레이는 물론,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디올 성수와 같이 존재만으로도 힙한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주는 힘이 강해지고 있다. 특정 공간을 방문했다는 인증 개념에, 이러한 공간에 동화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메타버스를 통해 비대면 공간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도 가능해졌는데,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브랜드를 경험해보고, 실제 브랜드의 고객이 될지를 결정하며 더욱 강한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사실상 팬데믹이 종료된 요즘이지만, 그렇기에 오프라인 공간의 편파성이 더욱 짙어졌다고 생각한다. SNS에 여러 번 언급되는 '힙'한 곳에는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기회 속에서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오프라인 공간을 설계하는 브랜드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들을 한 공간 안에 선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점원의 친절함으로부터 보여줄 수 있는 기초적인 긍정 경험에서부터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인증샷의 공간까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전략적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저 그런 팝업 스토어나 예술 공간은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 공간에서 어떠한 경험을 남기고 가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지속성이 판가름 날 것이다.



네버랜드 신드롬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인생의 삼분의 일까지는 어린이라고. 그러니 백세시대가 된 지금은 적어도 서른셋까지는 어린이인 셈이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어떻게 안가, 네가 선생인데!'

어릴 때 생각하던 어른의 개념은 가족과 자기 자신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책임감 강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른 가까이 되어 보는 어른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당장 나부터도 완벽한 '어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십 대 청소년의 미숙함을 갖고 있으면서 어느새 나이만 잔뜩 먹어 노화를 겪고 있다며 불평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사람도, 오십 가까이 중년을 바라보는 사람도, 마음속 깊이 어린아이의 천진함을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속마음을 감추기보다는 훤히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며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하며 퇴사짤을 뿌리는 것도, 직장인이지만 직장인이 아니고픈 사회인들의 웃픈 마음을 대변한다. 최고심이나, 잔망루피같은 공감형 캐릭터들이 사랑받게 된 것도 이러한 사회현상이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늦게까지 부모에게 독립하지 않고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결혼은 하더라도 자식은 낳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같은 나이를 살더라도 더 젊은 삶을 누리려는 니즈가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니즈는 자연스럽게 '갓생'으로 이어진다. 나 자신의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또 10년 차 팀장도 1년 차 말단 사원도 일하기 싫은 것은 매한가지이니, 이왕 출근한 거 조금이라도 즐겁게 일하자는 기조가 짙어진 것도 네버랜드 신드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젊게 사는 것은 좋다. 젊게 사는 것을 핑계로 철없이 행동하는 못된 어른들이 많아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당장 나부터도 매월 들어오는 월급이 절실한 하루살이 같은 직장인이기에, 나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조금이라도 어른스럽고 똑똑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어른의 마음을 건드릴 줄 아는 마케팅이라면,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203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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