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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가난뱅이 Aug 24. 2018

뉴욕 여행 7일째

#6/24(일)



오늘은 차차뉴욕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103번가에 위치한 하이호스텔로 옮긴다. 


맨해튼 중심에서 머물 때 밤늦게 다니는 일정을 소화하고, 뉴욕을 대강 한 번 둘러볼 생각이었다. 다음 주는 갔던 곳 중 좋았던 곳들을 다니면서 느긋하게 여행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제 덤보로 간다. 



낮의 덤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하여 좀 일찍 덤보로 향했다. 




뭐 그래도 이미 사진 찍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침을 안 먹고 출발했었기에 근처 빵집으로 갔다. 
 



Almondine Bakery, 85 Water St, Brooklyn, NY 11201 미국




아몬드 크로와상. 바삭하고 고소하고 맛있다.











덤보는 맨해튼 브리지가 배경이 되는 곳이다. 덤보에서 브루클린 브리지 방향으로 걸어간다. 






철로 만들어진 맨해튼 브리지에 비해 돌로 만들어진 브루클린 브리지는 따뜻한 느낌이다.





















브루클린에서 다시 첼시로 이동했다. 
더 하이라인 끝 쪽에 휘트니 뮤지엄이 있다. 
휘트니 뮤지엄은 그림 자체도 좋지만 3,4,5 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있다. 








































미술관을 구경할 때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미술관 의자에 앉아 졸기도 한다. 휘트니에서도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잠깐 졸았다. 
졸다 일어나서 스케치 한 장. 










 에드워드 호퍼 그림이 몇 개 있다. 











12시부터  Pride parade가 있다고 해서 1시 넘어 미술관을 나왔다. 어젠 5시부터 시작이라고 하고는 좀 늦게 시작하길래 그걸 감안하고 움직인건데 벌써부터 거리가 통제되고 사람이 많다. 

가는 길에 매그놀리아가 있다. 점심을 못 먹어 출출한데 잘 됐다.
먹을까 말까 망설였던 바나나 푸딩을 먹을 테다. 줄을 서 있는 동안 사이즈와 가격을 비교했다. 
스몰은 4.25달러, 중간은 6달러다.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난 바나나를 안 좋아한다. 그런데 슈크림은 많이 좋아한다. 
바나나를 안 좋아해서 한국에서는 먹을 계획이 없었다. 
며칠 전 리뷰를 포함 이걸 먹어본 사람들은 모두 아주 맛있다고 했다.  
줄이 짧아진다. 레드 벨벳 케잌도 맛있다고 했다. 그런데 난 컵케잌은 맛이 없었다.
배가 고프다. 스몰보다 미디엄이 훨씬 더 크다.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난다. 이제 내 차례다. 

중간 사이즈를 주문했다. 




근처 벤치에 앉아 푸딩을 먹었다. 
한 숟갈. 맛이 없다. 
두 숟갈. 맛이 없다. 바나나 냄새가 많이 난다.
이 큰 걸 고른 내가 싫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 큰 걸 골랐는지.
한 숟갈 더. 정말 맛이 없다. 
미지근한 으깬 바나나 맛에 단맛과 인공향이 느껴지는 슈크림 맛이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곤 내가 이걸 샀다는 기억까지 버렸다.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모든 건 자신의 취향 문제입니다. 그것이 맛있었는지, 그곳이 좋았는지는 그날, 그 순간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 입맛은 여러분과 다를 수 있습니다.) 


퍼레이드 가까이 접근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 쪽으로 이동하려는데 사람에 밀려 한 걸음을 나아갈 수가 없다. 내가 게이 퍼레이드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저 인파 속에 있을 때는 사진을 찍을 수조차 없었다. 근처에 가는 걸 포기하고 지하철역으로 후퇴한다. 간신히 빠져나왔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뻔히 교차로 건너편에 지하철 입구가 보이는데 도로가 통제되어 건널 수 없다. 통제되지 않은 길을 따라 멀리 돌아돌아 3-4 블록 떨어진 지하철역으로 간다. 

유니언 스퀘어, 워싱턴 스퀘어,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멀리 가야겠다. 난 저기에 끼어 구경하거나 환호하기엔 너무 늙었다. 에너지가 부족하다. 

지하철을 탄 김에 아예 위로 올라왔다. 
자연사박물관이다. 
그런데 잘못 접근했는지 영 입구를 찾을 수 없다. 분수처럼 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곳에 가족과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근처 관리원에게 입구를 물어보니 저쪽이란다. 가보니 문은 있고, 아무도 없다. 그냥 들어간다. 

자연사박물관은 기부 입장이라 그냥 들어가기도 하나보다 생각하고 입장했다. 아래 사진 근처의 문이다. 









여기서 제일 보고 싶은 건 공룡 뼈다. 
공룡의 크기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천체관, 우주의 기원, 빅뱅 등과 공룡만 보고 일단 나간다. 미로처럼 되어 있어 박물관 내에서 방향 잡기가  어렵다. 남은 건 다음으로 미룬다. 기부 입장이니 한 번에 다 볼 필요가 없다. 





맨해튼 중심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쇼핑을 좀 하기로 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어서(나름 미니멀리스트임) 아웃렛을 일정에 넣지 않았다. 그래도 시어머님, 시누이, 아가씨 선물 정도는 사가야 할 것 같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메르시 백화점에 코치가 있다니 거기로 간다. 
출입구 들어가자마자 코치 매장이다. 50% 세일이다. 
손에 잡히는 크기의 반지갑을 죽 늘어놓고, 세 가지 색을 골랐다. 
세 사람이 하나씩이다. 가죽의 질이 좋아 가볍고 부드럽다. 
쇼핑 끝. 백화점을 나간다. 









저녁은 치폴레다. 멕시칸 음식이라니 맛있을 것 같다.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 치폴레에 간다. 

내가 주문한 방법은 처음에 보올을 고르고, 바로 옆 브라운 라이스 조금, 두 가지 콩 추가(콩 좋아함), 피망 양파 데친 것 많이(좋아함), 치킨, 마일드 살사, 콘, 치즈, 레터스 이다. 






치킨이 짜다. 치킨만 반쯤 남기고 다 먹었다. 뉴욕 온 후 첫 배뚱뚱이다. 아주 맛있다. 












오늘은 여기서 해 질 때까지 있을 거다. 
편하게 다리 올리고 책을 본다. 


















건물 꼭대기에 무지개색이 밝혀진다. 










옆 건물에도 무지개가 떴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의 티셔츠에 LOVE WINS나 LOVE FIRST가 많이 새겨져 있었다. 
정말 간결한 문구다. 정말 명확하다. 
사랑이라는데, 사랑을 하겠다는데, 
싸움도 아니고, 사기 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랑을 하겠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 건지...

미국이라는 나라를 호감보다는 비판의 시선으로 보는  글들을 더 많이 접하고 살았지만 며칠 전부터 상점과 카페와 레스토랑에 무지개 장식을 하고, 건물들이 무지개를 밝히고, 깃발을 걸고, 여러 사람이 동참하는 이 퍼레이드는 참 멋있었다.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잠드는 날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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