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럽 여행에서 숙소는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했다. 이번 여행은 코비드 19 상황이라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필요했다. 호텔 조식도 불편할 것 같았다.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을 했다. 파리 여행을 계획하다가 마지막에 목적지를 변경한지라 싸고 좋은 숙소는 예약불가였다.
리셉션이 있는 호텔만 가다가 숙소의 위치가 명확하지 않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려니 낯설다. 숙소 건물의 입구는 찾았지만 그 건물 안 어디가 내가 예약한 곳인지를 모르겠다. ‘들어가서 첫 번째 왼쪽, 첫 번째 왼쪽입니다’라는 호스트의 말에 나무 문에 걸린 자물쇠에 열쇠를 꽂았다. 아무래도 이 작은 자물쇠가 문 열쇠는 아닌 것 같지만 이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가 있다. 문제는 딱 맞게 들어갔지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 호스트는 자신은 부다페스트에 있다며 친구를 보낸다고 했다.
들어가서 첫 번째 왼쪽이라는 말은 계단을 올라가 1층 왼쪽 집이라는 말이었다.
아니 그럼 그렇게 말을 해야지. ㅠㅠ
(며칠 지나 우리가 문을 열려고 했던 자물쇠가 열려 있었다. 그곳은 작은 청소용구함이었다. )
현관 전실을 지나 원룸이 있고, 원룸에 더블침대와 작은 테이블, 장식장이 있다.
한쪽 구석에 아주아주 작은 개수대와 가열할 수 있는 플레이트 하나.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화장실에는 내가 들어가 간신히 몸을 돌릴 만큼 작은 샤워부스가 있다. 그리고 작은 발코니(?).
8박에 585 달러. 환율이 높을 때라 1박에 10만 원이 넘었다.
벽에 딱 붙어 있는 작은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려면 몸이 살짝 삐뚤어졌다.
싱크대 공간이 하나도 없어서 뭔가를 해 먹기가 어려웠다.
빵집이 바로 아래라 아침 일찍 새로 나온 빵을 살 수 있었고,
슈퍼도 바로 앞이라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었다.
작은 발코니에 고양이와 새가 놀러 오기도 했다.
발코니는 바람이 잘 통하고 오후에 해도 들어 빨래를 널어 말리기 좋았다. 세탁기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면티를 빨아도 금방 말랐다.
침대는 단단했고 병에 담아준 포트 와인 반 병은 포트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가 기분을 내기에 적당했다.
작은 샤워부스는 이전 여행에서도 몇 번 경험해본 적이 있고, 우리는 둘 다 중년 한국인 표준 사이즈여서 괜찮았다. 그가 조금만 더 컸어도 많이 불편했을 거다.
1층이어서 평소에는 계단을 이용했고, 짐을 옮기는 날에는 2인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숙소는 작고 조용하고 햇빛이 잘 들었다.
발코니 문을 열면 바람이 불었고 아침엔 빵 굽는 냄새가 났다.
저녁엔 저 멀리 노을이 조금 보였다.
중심가에서 딱 한 발 비껴 있어서 걸어다니기에 좋았고
딱 한 발 비껴 있는데 조용하고 관광객이 적었다.
주변엔 빈티지 가게가 많아서 연필을 수집하는 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에 들렀다.
포르투에 집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