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기록에 반성과 개선, 감시를 더해서
요즘 나는 의식적으로 하루를 기록하려고 한다. 생각 없이 흘러간 시간들을 붙잡아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두며 때때로는 SNS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올해 초에는 지금보다 열심히 하루를 기록했었다. 마지막 발악이었을까? 인정 욕구에 목말라있던 나는 모두가 알아보는 실력자를 꿈꾸며 매시간 한 일과 집중도를 적었다. 반성과 개선을 위해서. 그 노력이 내가 속한 곳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곳을 벗어나게 되었지만.
내 작은 기록의 노력이 좌절된 후 한동안 소홀히 했지만 나는 요즘 다시 기록하기를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그날 했던 일들과 하지 못했던 일들을 발라내고 있다. 하루의 끝에서 엉켜서 흐르던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일들을 발라내는 일은 의외로 중요하다. 해야 할 일과 우선순위를 내가 정해야 하고 더 많이 할수록 나에게 돌아온다.(사실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예전과 달라진 건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뿐. 그래서 요즘 내가 하는 기록은 반성과 개선에 더해 감시 역할도 하고 있다.
예전 어느 프로바둑기사가 '의미 없이 놓은 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했던 인터뷰가 있다. 나는 기록으로 내 하루를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내 모든 하루가 나의 미래에 의미 있는 돌들이 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