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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 Oct 20. 2019

사람과 기술을 잇는 다리

인간을 이해한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점진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후 물기를 닦아내고 싶었는데 도통 티슈를 찾을 수 없다. 핸드 드라이기라도 있을 법 한데 아무것도 없다. 물 묻은 손으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갈 수는 없는데...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옷에다 닦자. 대충 엉덩이에 슥슥 손을 문지르며 뒤를 돌던 찰나! 세면대 안쪽 깊이 손을 넣어 뽑아 쓸 수 있는 티슈를 발견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난감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경험한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커피머신, 아무리 당기고 밀어도 열리지 않는 미닫이 문. 이 뿐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경보 알람, 소리 없이 움직이여 깜짝 놀라게 하는 전기차. 지금 나열한 것들은 내가 주위가 부족해 알아차리지 못한 시그널 같지만 사실은 모두 잘못된 '디자인'의 예다.


리모컨은 도대체 뭐가 뭐고 뭘 눌러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만 그래?


문을 열고 닫는 방향에서부터 삶을 편리하게 하는 기기 작동법까지 우리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들이다. 잘못된 디자인은 우리가 쉽게 사용할 수 없거나, 잘못 사용하도록 한다. 우리 삶에는 디자인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기술과 인간, 비즈니스와 정치, 문화와 상업을 묶을 만큼 놀라운 분야이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하고 좋은 디자인으로 사람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의외로 디자이너에게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인간은 창의적이고 똑똑하지만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쉽게 피로하며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대할 때, 긍정적일 때와 부정적일 때, 몰입 상태, 화제와 같은 긴급 상황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달라진다.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시각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 선 디자인이 필요하다. 인간의 필요, 능력, 행동을 우선으로 두는 '인간 중심 디자인(HCD)'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 중심 디자인 과정은 5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① 관찰, ② 아이디어 생산, ③ 시제품과, ④ 시험, 그리고 ⑤ 앞에 과정 반복하기 
자동차, 라디오, 텔레비전 발명은 급진적인 혁신이다. 이런 기술은 몇 달안에도 탄생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게 빠르게 적응할 수 없다. 위 5가지 과정은 더 좋은 디자인으로 점진적인 혁신을 일으킨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해 기능할 수 있는 디자인들이 탄생하기까지. 급진적인 혁신은 삶과 산업을 바꾸고 점진적인 혁신은 일을 더 좋게 한다. 자주 실패하고, 빨리 실패할수록 디자인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혁신된다. 


좋은 디자인 사례 '옐로피켓'.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노란 페인트로 눈에 잘 띄게 디자인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며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꾼다. 하지만 사람과 문화는 천천히 변하며 심지어 오류 투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사이 간극을 채워나가는 것이 어찌 보면 디자인의 역할일지 모르겠다. 인간을 위해 발명된 기술이 정말 인간을 위해 역할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돕는 것이다. 기술의 사용성과 인간에 대한 고려한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 문화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우리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창의적이고 유동적이며 때로는 피곤하고 오판하는 우리에겐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이 혁신을 가져와도 우리에게 유용하지 못하거나, 실수를 유발하는 것은 결국 쓸모없게 된다. 인간을 잘 이해한 디자인은 기술과 우리를 상호작용하게 해 줄 것이다. 결국 좋은 디자인이 삶의 질을 향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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