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쯤 기다림과 회피적 방어기제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그 사이 또 느낀 점이 있어 몇 자 적어봅니다.
그 글은 지원하고 싶은 정부지원사업의 하반기 계획이 취소되어 좌절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었죠. 4~5일이 지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고를 다시 한번 보고는 미친듯이 심장이 두근거렸죠. 제목에 단어 1개만 바뀌어서 똑같은 공고가 난 거예요!! 심지어 17일 날 난 공고였던 거죠. 제목이 달라서 찾지 못했던 거였어요.
저는 다행히 23일 이후 샘플을 만들어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원 서류에 넣을 자료가 생겼던 거예요.(서류에 샘플 자료를 넣으면 자료 신뢰도가 올라가 점수가 높아진답니다.) 자료 제출까지는 10일 정도가 남아있던 상태였습니다. 흥분한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겼죠. 만약 지원사업이 취소된 것을 마지막 정보로 알고 다음 공고를 기다리기만 했다면 샘플이고 뭐고 서류작성에 바빠 제대로 갖추지도 못했을 거예요.
마침 주위에 같은 사업을 지원하는 분이 계셨고, 그분은 샘플 준비를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솔직히 짜릿했습니다. 23일 좌절만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겠다 싶었어요.
엊그제 서류접수는 정상적으로 마쳤고 결과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아쉬움 없이 열심히 몰입했습니다.
지금 뭘 기다리고 있는 건지 다시 한번 짚어보세요.
저는 공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일은 공고일이 미뤄진다고 멈춰 선 안되었던 거죠. (마치 현실화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번 일로 뭐든 멈추지 말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을 얻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제 일', 그러니까 작더라도 제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작년 퇴사를 했습니다. 한 걸음씩 걸어가고는 있는데 버거운 몸뚱이와 정신을 끌고 가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나태하고 수동적인 마음이 다짐 하나로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되새기며 미세하게나마 앞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문득 제가 기다리는 '그 날'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더라고요. 모든 일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여유를 찾는 그 날. 기다리기만 하면 오는 것인가. 아닌 것 같아요. 그 날은 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찾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멈춰서 기다리면 제 목표도 멈춰서 있고, 제가 느려도 조금씩 다가가면 천천히 가까워지죠.
제가 퇴사하고 종종 듣는 질문이 있어요. "회사 다닐 때보다 잘 벌어?"
돈 번다고 나갔으니 당연한 질문이긴 하죠. 근데 전 그 질문이 참 시시하더라고요. 제가 수입과 상관없이 더 괜찮은 장점이 있거든요.
회사를 다닐 때는 그저 하루가 '시작- 끝'을 반복하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느껴져요. 하루가 시작이나 끝이 아니라 연장선이라는거, 조금씩 어디론가 가고있고 내가 멈춰야 멈추는 기분. 오늘 내가 하는 (하찮아보일 수 있는)이 일이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기분이거든요. 그래서 치사하고 번거로운 일도 기분 좋게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반복되는 삶이 아니라, ‘조금씩 어디론가 가고있구나.’ 이 기분이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싱겁나요?ㅋㅋ
아무튼 모든 일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여유로운 그 날. 그날도 그저 기다린다고 오지 않으리란 걸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제가 한걸음 걸어야 그 날이 한걸음 가까워진다는 거. 그거 기억하려고 이 글 썼어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