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May 28. 2024

옥스팜 트레일워커 참가후기

 옥스팜 트레일 워커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인생기부 프로제트이다. 우리가 모금한 기부금이 굶주린 아이를 살리고 그 아이가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참여프로젝트다. 우리가 누리는 완주의 기쁨을 꿈을 향해 달리는 아이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100km 4인 1조 38시간, 50km 4인 1조 18시간, 25km 4인 1조 12시간 이렇게 정해져 있다. 

내가 참가한 일정은 100km 4인 1조로 우리 클럽에서 7개에 팀이 결성되어 28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는 200조로 800명이 참가했다.

퇴근 후 출발하는 차량에 합류해 등록마감시간 전에 등록을 마치고 다음날 행사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옥스팜트레일워커 출발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대회장에 갔을 때 벌써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출발신호와 함께 함성을 지르며 달리는 사람들과 걷는 사람들로 거리를 가득 메웠다.

천해의 자원을 갖은 인제군은 조금 걸으니 아름다운 숲으로 연결되었다.

보슬비가 내려 옷과 가방이 젖을 까봐 걱정을 했다. 

왜냐하면 비가 많이 와 옷과 신발이 젖으면 몇 배로 몸이 힘들기 때문이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기분 좋은 향기가 미풍에 풍겨온다.

산목련꽃, 아카시아꽃, 고광나무꽃, 민백미꽃등 하얗고 예쁜 꽃들은 눈과 코를 즐겁게 해 주고, 천해의 자원을 갖은 인재의 숲 속은 태고의 숨결이 살아있는 것 같이 양치류 식물들이 아름다운 숲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이번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10CP마다 음식과 음료, 화장실이 준비되어 있어서 좋았다.

먹는 것과 배설문제에 걱정이 없어서인지 좀 더 여유로운 여행이 된 것 같다.

각 조마다 4인 1조로 되어있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주 만나는 팀과는 함께 이야기도 하고 힘들어하는 대원에게는 가방에 넣어둔 간식도 아낌없이 나누어 주며 서로 우정을 다지며 걸었다.


양치류 식물과 자연의 조화

 아침에 잠깐 내리던 비는 그치고 우리 조 이름처럼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 조 팀장은 앞서가며 리더해 주고 달존 리더는 전체를 관리하며 가시느라 바쁜 시고,  팀에서 초보인 나와 제* 씨는 한 마음이 되어 걷고 뛰기를 반복한다.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옥스팜트레일워커 제*


멋진 배경의 장소가 나오면 사진도 함께 찍어준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한국사람의 수가 많았지만 외국인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언어는 달라도 생각하는 마음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는 다 같이 서로를 응원해 주면서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옥스팜트레일워커

다른 장거리 경기와 다른 것이 있다면 각 CP마다 식사와 과일, 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스포츠 마사지와 무릎보호테이핑을 해주는 코너도 있었다.

그런데 각 cp에서 먼저 도착해서 먼저 식사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먼저 출발할 수는 없는 시스템이었다. 4명이 다 도착했을 때 스켄을 해서 기록으로 넘기기 때문에 함께 걷고 함께 뛰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옥스팜트레일워커 프로젝트를 위해 길을 새로 만들기도 했고, 이미 만들어졌던 길은 복구해서 걷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조성이 잘 되어있었다.


50cp에서 마사지와 테이핑

걷다가 어딘가 아픈 듯하면 뛰고, 뛰다가 힘들면 걷기를 반복하며 무난히 50CP까지 도착했다.

50CP에서는 스포츠 마사지를 해준다고 했다. 식사도 뒤로하고 마사지를 먼저 받았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50CP에 보낸 짐을 찾아서 해드랜턴과 추워질 산속의 밤 날씨를 생각해 보온용 옷으로 갈아입고 일어서려는데 오금 위 허벅지가 불편했다. 마사지 후유증이 금방 나타난 것이다.

우리 팀은 짐을 정리해서 보내고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걷는 고즈넉한 시골의 저녁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아름다운 거리와 풍경이 있는 곳에서는 옥스팜자원봉사자인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어주신다.

군부대옆을 지날 때는 축구하던 군장병들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그런가 하면 잘 정돈된 막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해드랜턴을 켜고 주변에 붙어있는 시그널리본을 찾아가며 길을 찾아 걸어야 했다 때로는 시그널리본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해하며 걷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안내리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 씨는 "언니 난 60cp까지가 목표예요."라고 해서 가슴이 덜컹했다.

 "안돼, 힘들어도 완주를 해야 우리가 도우려는 모든 사람들도 완주를 하게 되는 거야." 

했더니 제* 씨는 웃으며 

"완주는 하고 싶은데 일단은 60cP로 목표를 세운 거예요." 


옥스팜트레이워커

 

여기서부터는 칭찬과 격려로 함께 가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내 발이 아파도 꾹 참고 제* 씨가 살면서 가슴 설레던 순간들, 남편을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며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 옥스팜에 참가하게 된 이야기 등 가슴 뛰는 이야기를 묻고 재*는 재밌게 때론 힘들게 이야기를 하며 걷고 뛰기를 하였다.


 순간 우리는 벌써 70CP에 도착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구름이 가득 찬 하늘은 해드랜턴의 불에 의지하며 걸어야 했다. 70CP에서 달존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모여 걷기로 했다. 그런데 마사지받은 다리가 무릎위쪽에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식탁 위에 주인 없는 진통제가 4알 캡슐에 쌓여 있었다. 일단 한 알을 먹고 주변에 다리 아픈 사람들에게 진통제를 나눠주고 80cp를 향해서 걸었다.  산을 깎아서 길을 만들고 한쪽은 낭떠러지였다. 순간 잘못하면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밤 11시 27분 수원마라톤클럽 여성팀인 사랑 해 팀이 1등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 저 멀리 하늘이 열리더니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다. 멀리 설악산의 실루엣이 함께 보였다.


인제 옥스팜대회에서 본 보름달과 설악산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20km도 더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를 비롯해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이 아닌 완주를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80cp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선두에 있다는 것을 다른 팀이 알려줬다. 아직도 뒤에 200 팀도 더 남았다고 한다.

기분은 좋았지만 어제저녁에 발에 테이핑을 해 발목이 부어서 중간에 떼어냈는데도 발바닥에 무리가 왔는지 발을 디딜 적마다 왼쪽 발바닥이 아프고 오른쪽발은 뒤꿈치 바깥쪽에 물집이 생겨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수원마라톤클럽에서 함께 운동을 하면서 잠깐씩 만나던 사람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걷게 되면서 더 친해지고 서로를 배려해 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변해가면서 의기투합되어 하나가 된 듯 행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9cp를 지나면서 이대로 몸을 질질 끌고 갈 수가 없다고 다 같이 뛰자고 했다. 마라토너 정신이 살아났구나 했다.


옥스팜트레일워커도착


 그런데 나는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뛸 수가 없었다. 내 옆에서 걷던 제* 씨는 뛰고 대신 발가락 다섯 개가 아파서 힘들다는 종* 씨가 남았다. 이제부터는 아스팔트길과 폭신폭신한 길로 조성된 길, 산을 걷다 흔히 하는 좋은 길 비단길만 남았는데 내발이 디딜 때마다 아파서 가시밭길 같았다. 

택시를 타고 갈까도 생각해 보고, 어느 집옆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완주를 위해서 살살 뛰고 걷기를 반복하면서 마지막 도착지점에 24시간 37분 42초에 도착했다. 


옥스팜트레일워커 완주

우리가 신체의 역경을 이겨내고 완주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기부 프로젝트도 어떤 역경이 있어도 힘차게 완주를 향해 달려가길 응원한다.

2024 옥스팜 트레일워크 스케치


달존: 달리는 그대를 존경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옥스팜트레일 워커 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