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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Nov 22. 2024

백두대간 이야기

태백산을 향해서 갑니다.

  백두대간 무박산행을 하기 위해  밤 11시에 버스에 탔다. 다음 구간에서 짝꿍이 탔다.

"연습 많이 했어요?"

짝꿍이 물어보는 말에 

"이번에는 산에는 안 가고 마라톤 연습만 했어."

그렇게 말했는데 짝꿍은 

" 마라톤 했다고 하니까 생각이 났어요. 지난번 덕유산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했죠. 저 지난주에 ㅇㅇ 산악회에 갔었는데 함께 가던 여자들이 덕유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

그래서 

"나는 ㅇㅇ산악회 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갔어."

했다. 그런데 짝꿍은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 지난번 덕유산에서 죽은 사람 찾았데요. 죽은 사람은 백두대간, 정맥, 기맥은 당연하고 마라톤이며 산악마라톤등 운동을 아주 잘하는 여자였데요. 그런데 여자들끼리 소변을 보자고 했는데 그 여자는 가방을 풀러 놓고 그 위에 핸드폰도 놓고 조금 아래 가서 누고 온다고 했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ㅇㅇ산악회는 시간 안에 안도 착하면 차가 그냥 가기 때문에 갔다고 했어요."

그런데 5월에 만난 후배가 덕유산에 갔을 때 수색견을 동원했는데 가방하고 핸드폰밖에 없었다고 했다. 나는 죽은 사람이 남자려니 추측했다.

죽은 사람의 딸이 우리 엄마가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 찾아달라고 해서 다시 드론을 띄워서 찾았다고 한다. 죽은 사람은 바위에 끼여서 죽었는데 하체는 옷이 다 벗겨졌었다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같이 산행했던 여자들도 다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버스에서 잠을 청했지만 머리가 혼란스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그 여자를 위해 기도하며 또 놀라고 당황했을 딸을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 봤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백두대간이야기

그렇게 밤을 새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은빛가루가 날아다니듯 해드랜턴빛에 이슬 같은 빗방울이 날리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해서 해드랜턴의 불이 강해도 몇 m까지 보이지 않았다. 

 옆을 보니 낭떠러지였다.

 "여기서도 발만 헛디디면 떨어져 죽겠다." 

했더니 짝꿍이 잊고 있었는데 무섭게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화를 냈다. 그래서 지난겨울 혼자서 등산하던 이야기를 해줬다.

"신발끈을 매는 동안 선두가 앞으로 갔다. 후미를 남겨놓고 부지런히 쫓아갔는데도 선두는 보이지 않았다. 눈길에 발자국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겼다. "놔, " 하고 가방을 힘을 주며 당겼는데 뒤에서 또 잡아당겼다. " 놔아"하고 소리쳤다. 그런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섭지만 뒤를 돌아보았다. 가방끈이 나뭇가지에 걸린 거였다. 간이 쪼그라졌다 펴지는 순간을 천천히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올라가는데 선배가 따라와서 간식을 주고 함께 가다가 해드랜턴이 아래고 내려갔다고 했더니 짐 풀고 모자 잘 쓰고 다시 착용하고 오라고 하며 먼저 갔다. 빨리 쫓아갔는데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길에 발자국이 없어졌다. 뒤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대장님, 여기 길이 없어요."라고 외쳤더니 나오라고 해서 뒤로 돌아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눈만 내놓고 있었다. 어느 산악회냐고 물어봤다. 우리 산악회 선두였다. 그들도 눈길을 헤매고 있는 듯했다. 그 후부터는 혼자서는 절대로 산길을 걷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이야기를 안개가 자욱한 깜깜한 밤에 하면서 가는데 멀리서 청색안갯속에서 나무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태백산

겨울이어서 날이 늦게 밝아온다. 순간 숲 속이 아름답게 때론 무섭게 다가왔다. 청색의 안개는 회색으로 그리고 흰색으로 그러더니 햇볕이 잠시 비치면서 온산의 나뭇가지에 물방울이 수정처럼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그 풍경은 아름답지만 사진에는 담기지 않고 내 눈을 통해 내 안에 나의 기억 속으로 저장되었다.


태백산


너무 아름답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연의 아름다움이 어둠 속의 무서운 악몽 같은 이야기들을 밀어내고 소설 속의 안개가 자욱한 풍경 속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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