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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sie Mar 19. 2020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절로

인생을 낙관해도 좋을 이유 중 하나(feat.주차도 잘하는 날이 오겠지)

지난 주말에는 운전연습을 했다. 동생이 운전하는 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운전대가 잡아보고 싶어지길래 공터에 갔다. 운전은 인생에서 거의 포기해가던 좌절의 영역이었는데, 그래서 보험 들어놨으니 운전 연습 좀 하라는 엄마의 말도 매번 한 귀로 흘렸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하긴, 좌절을 너무 쉽게 하긴 했었다. 낮은 공간지각력에 비해 길은 아주 잘 찾는 편이라 운전도 혹시 잘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었다. 길을 잘 찾으면 운전도 잘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꼭꼭 씹으며 운전대를 잡자마자 갑자기 베스트드라이버가 되는 그런 그림을 야무지게도 그렸다. 하지만! 면허를 따고 도로연수를 받으니 타고난 베스트 드라이버의 능력치 따위는 내게 없음을 빠르게 파악했다. 역시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근거에 비해 터무니없이 컸던 기대가 무너지며 도로가 무서워졌다. ‘이런 데에서도 사고가 나나? '저런 사고는 대체 왜 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하던 모든 종류의 교통사고를 내가 낼 것 같았다. 교통사고로 죽거나 누굴 죽이고 싶지 않음은 물론이요, 못하는 일을 계속 하는 것도 괴롭고 평소에 운전할 일도 없고 해서 빠르게 내려놨었지.


이번에는 기대도 없고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없어서 그랬는지 재밌었다. 그렇게 공터도 돌고, 그러다가 차가 없는 도로도 짧게 나가보고 그랬다. 그리고 전에는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도통 모르겠던 ‘차가 차선 안에 잘 들어와 있는지’를 그냥 알게 됐다. 다들 그냥 안다길래 나는 왜 모르나 싶어 억울했는데, 정말 그냥 알겠더라. 내친 김에 주차도 도전했는데, 주차는 아직도 못하더라. 연습하다가 현기증이 나길래 포기했다.

 

나도 늘 하는 고민들을 말하는 주인공들이 나와 좋은 영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아무튼 그렇게, 인생에 '그런 날'이 하루 더 늘었다. 영영 모를 거라고 생각하던 걸 갑자기 알게된 날. 돌아보면 그런 날은 종종 있었고, 어쩌면 인생은 그런 날을 기다리는 재미로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에 다 알고 나면 지루할테니까. 또,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절로 알아지는 게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애쓰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주차를 잘하겠다고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뭐 이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갑자기 주차도 잘하는 날이 오겠지! (과연) 주차는 연습을 엄청 해야 느는 거니까 결론이 좀 이상한가 싶은데, 아무튼 당장 어쩔 도리가 없는 것들은 낙관해도 좋을 이유를 찾아내 가능한 열심히 긍정회로를 돌려주고 싶다. 인생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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