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ssie Mar 29. 2021

10년차 직장인의 이직전직썰.txt

PR ➞ Marketing

회사를 10년이나 다녔다니 세상에

2020년에 10년차 직장인이 됐다. 살면서 뭘 10년이나 꾸준히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무려 회사를 10년 다녔더라고. 사수들 컨펌 없이는 보도자료 하나도 혼자 못써내고 기자미팅도 혼자 못가던 때가 있었는데.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며 2020년을 맞았었다. 커리어 10주년을 기념하며 글이라도 써두고 싶었는데, 10년 일했다는 사실 말고는 특별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은 별 내용도 없이 반 년 넘게 임시저장돼 있었고 결국 11년차인 2021년 완성되었다..)


계속 PR 담당자일 줄 알았는데

그러다가 이직을 했다. 인생에  이상의 이직은 없을  알았는데. 심지어 전직도 했다. 전직을 위한 이직이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계속 PR 담당자일  알았는데. 10 동안 직종을 바꿔버릴까 싶던 환멸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일하면서 재밌는 순간들도 있고 잘한다는 평가도 듣는 일이니 좋았는데. 좋으니까 끝까지 해봐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머물렀던 건데. 하지만 역시 인생은 예상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고. 그렇게 10년만에 PR 업무랑 헤어졌다.


쇼핑은 지그재그가 맛있어 (찡긋)


뷰티 브랜드 → 패션테크⎜PR → 비즈니스마케팅

디어클레어스라는 뷰티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의 PR 부서에서 지그재그라는 쇼핑 앱을 만드는 기업의 파트너마케팅 부서로 옮겨왔다. 새 명함을 받아드니 서운하고 산뜻했다. 10년이면 직함에도 정이 드는지 PR이라는 단어가 빠졌다고 약간 서운했고, 처음 가져보는 단어가 산뜻했다. 파트너마케팅. 말그대로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다. 지그재그에는 현재 4천 개 이상의 패션 소호몰과 120개 이상의 패션 브랜드가 입점해있는데, 바로 이 플랫폼에 입점한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큰 맥락으로만 보자면 결이 많이 다르지는 않지만 대상이 달라진만큼 일을 할수록 새롭고 다르다.


입사 첫 달쯤에 찍었던 지그재그 오피스의 단면들


갑자기 웬 전직이냐면

이직도 전직도 계획에 없었는데 지원 제안을 받았다. 애드테크 기업에서 일하면서 쇼핑몰 마케팅 칼럼을 썼었는데, 그런 식의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마케팅 업무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그리고 고민을 깊고 길게 했다. 긴 세월 온라인 쇼핑 매니아로 살았으니 업계에 들어가 더 넓은 범위의 일을 해볼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게 분명했으나 10년간 달고 있던 직함을 바꿔도 괜찮을지는 모호했다. 하지만 같은 포지션으로는 굳이 회사를 옮기고 싶지 않았다.


계속 배우고 싶어 다양한 도구를 쓰고 싶어

어떤 종류든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능력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소재의 핵심을 빨리 파악하는 것.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잘 전할지 전략을 짜는 것. 핵심을 파악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건 오래 하면 내공이 쌓이고 쌓인 걸 계속 활용할 수 있을듯한데, 어디에 어떻게 잘 전할지를 아는 건 그렇지 않다. 메시지를 전할 플랫폼들이 계속 새로워지고, 그에 따라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어법도 변하니까. 계속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온라인으로 행해지는 만큼 데이터를 보고 해석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고. 이것들을 모두 도구라고 칭하자면,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대상을 접해보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요새 뭐하냐면(tmi,,)

12월에 입사했으니 벌써 네 달이 됐다. 어떤 일을 어떤 사람들과 하게 될지 걱정을 산더미처럼 안고 왔는데 운좋게도 정말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즐겁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새로 만들어진 팀에서 모든 걸 새로 만들며 일하고 있다.


파트너사들에 도움이 될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 블로그에 쌓고 있고, 뉴스레터인 '제트레터'를 기획해 발행하고 있다. 올 봄엔 어떤 옷이 많이 팔릴지 데이터를 보기도 하고, 스마트스토어에서 시작해 자사몰을 구축하며 계속 성장중인 쇼핑몰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구독자랑 클릭률이 꾸준히 늘고 있어 같이 일하는 팀원 분과 즐거워하고 있다. 메인 블로그를 포함한 채널은 차차 늘려갈 계획이다.


그리고 파트너사를 위한 마케팅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컨퍼런스 이름은  'with지그재그'. 꾸준히 파트너사와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지그재그의 가치가 잘 드러나길 바라며 지었다. 의미에 맞게 브랜딩 디자인도 잘해주셔서 아주 마음에 든다. 오늘부터 모객을 시작했는데, 온라인으로 의류를 판매하는 스토어에 도움될 세션들을 준비했으니 꼭 지그재그 입점사가 아니더라도 많이들 와서 들어보시면 좋겠다! >>참가신청하기



전직, 추천할만한지

새로운 걸 접하고 배우기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옮겨가려는 분야가 본인의 관심 분야라면, 그리고 스스로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볼 수 있는 일이라면 도전해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연결고리가 없는 곳으로의 이동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아하고 잘하면서 지속가능한 일?

이직과 전직에 대한 고민은 일단 잘 끝났지만 여전히 '일' 자체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든다. 좋아하고 잘하면서도 지속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지나는 중인 것 같다.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깊게 고민하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며 하루하루를 잘 보내다보면 맞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방향감각과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바로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들은 집착하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잘 보내고 버티는 게 최선이지 않나 싶고. 늘 어렵고 잘 모르겠다.


대충 다 잘될거예요

커리어를 돌아보며 그간의 근황과 고민을 남겨두고 싶어 써본 글인데,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싶어 제목을 저렇게(...) 써봤다. 막연한 말이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고민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우리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시대 속에서 늘 흔들리겠지만, 대충 다 잘될거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