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질문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들
늘 떨리는 면접! 그래도 마냥 긴장만 되던 시기를 지나고 보니 약간 설레기도 한다. 면접자와 면접관이 일단 만나기로 했다는 건 서로 어느 정도의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니까.
리더로 일하면서부터 몇 년 동안 수십 번 정도의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매일 보며 호흡을 맞춰 일할 동료를 대면 한 번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질문을 꽤 고심해서 준비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거의 매번 묻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면접관은 이런 질문 리스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최근 주위에서 내가 짠 면접 질문 리스트와 질문하는 방법에 대한 칭찬을 몇 번 들었더니 좀 으쓱해져서(☺️) 브런치에도 남기고 싶어졌다.
면접 질문은 어떤 기업, 무슨 직무에서 몇 년 차를 채용하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져 내용 전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상황과 무관하게 늘 묻게 되는 질문들을 추려봤다. 대충 8개에서 10개 정도였는데 글이 길어지길래 일단 4개만 먼저 썼다. 나머지는 반응이 좋으면 더 써보겠읍니다..
이 글이 면접 질문 준비가 고민되는 면접관(인터뷰어)+면접이 막연히 두려운 면접자(인터뷰이) 모두에게 실용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볼 수 있는 것: 기업・부서와 지원자의 핏/ 이탈 가능성
흔히 ‘지원 동기’라고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지원자 입장에서는(특히 주니어일수록) ‘아니 회사에 돈 벌려고 다니겠지 당연한 걸 꼭 물어봐야겠니?’ 싶을 수 있는데, 채용하는 사람들은 ‘돈을 굳이 왜 여기에서 벌려고 하는지’가 궁금하다. 지원자가 기업이나 부서와 얼마나 잘 맞을지, 이탈 가능성은 높지 않을지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이 잘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막연한 질문에는 막연한 답변이 올 가능성이 높다. 나의 경우 이전에 PR팀 면접에서는 ‘PR팀의 여러 업무 중 왜 언론홍보에/ 왜 소셜미디어 운영에 지원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지금 회사에서 팀 내 디자이너를 구하면서는 ‘다양한 팀의 여러 디자이너 포지션이 열려 있는 걸로 아는데, 왜 B2B 마케팅 디자이너로 지원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지원 동기는 묻는 이가 의도를 밝히며 자세히 물을수록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본다.
볼 수 있는 것: 문해력/ 정보 검색 능력/ 태도
면접의 기본 예의는 ‘서로에 대해 가능한 만큼은 알아보고 참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자는 채용공고(JD) 숙지 후 기업과 부서에 대해 최대한 검색하고, 면접관은 지원자가 제출한 모든 서류를 꼼꼼히 파악하고. 면접은 각자 이 과정을 거친 후 자연스레 떠오르는 궁금증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 되어야 효율적이다.
그래서 나는 채용공고에 팀 소개와 해당 포지션이 앞으로 진행하게 될 업무를 가능한 한 자세히 기재한다. 검색할 수 있도록 팀이 운영하는 채널명도 넣어주고. 그런데도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면접에서 가장 힘 빠지는 순간이다. 채용공고만 잘 읽고 검색 한 번만 했어도 말할 거리가 많은 질문에 대답을 못 한다는 건 문해력이 낮거나/ 기본 태도가 부족하다는 뜻이라서. 어느 정도 대답을 하는 경우에는 정보를 검색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가 보인다. 팀과 업무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들도 있다. 이 질문은 면접 전체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초반에 배치한다.
볼 수 있는 것: 업무 스타일/ 커뮤니케이션 방식
이건 내가 만든 질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만들었던 것 같은데, 업무 스타일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자세히 확인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위의 두 개는 오답이 있는 질문이라면 이건 딱히 그렇지는 않다. 아주 구체적인 피드백vs러프한 방향만 제시하는 피드백 중에 뭐가 더 좋은지/ 피드백의 방식(주로 말투 등)이 신경 쓰이는 편인지 아닌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피드백 방식이 있는지 등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이다.
볼 수 있는 것: 평판/ 자기 객관화/ 일관성
이 질문은 '일을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나도 그렇다'는 말로 시작한다. '평판'에 대해 직관적으로 들어보고 싶어 만들었다. 자기 객관화를 얼마나 하면서 일하고 있는지를 조금 볼 수 있기도 하고. 장단점을 묻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말들을 들어볼 수 있어서도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자의 성격에 따라 다 같이 웃게 되는 답변이 나오기도 한다ㅎㅎ.
이 질문은 면접 끄트머리에 배치하는데, 서류나 앞의 질문에서 지원자가 스스로를 소개한 것과 내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일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