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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모닝제이 Sep 29. 2016

꿈 이야기

불안에 대하여

'남동생과 친정식구들과 여행을 가서 즐거웠다. 잘 놀다가 아기 우유를 먹여야 하는데 젖병도 분유도 챙겨오질 않았다. 물놀이를 해서 옷이 다 젖었는데 여벌옷도 없어서 결국 집으로 가야하는데 짐 정리도 안되고 혼자 마음만 바쁘다.' 


그제 낮에 무거워진 눈꺼플과 싸우다 결국 패하여 잠시 즐긴 오수때 꾼 꿈이다. 프로이드와 친분도 없고, 그를 알려고 해본적도 없기에 저 꿈의 해석을 전문적으로 할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불안'에서 오는 것이라는 정도는 감으로 알수 있었다. 전문가는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을수도 있겠으나, 내 심리상태를 볼때는 '불안'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라는 게 더 타당한듯하다.


해야할 일은 많은데 제대로 준비도 안되어져있고, 그 때문에 더욱 마음만 바빠지고 복잡해지는 상황.


잠들기전 내가 했던 생각들이 '잠으로 시간을 보내긴 아까워' 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낮시간이 내 일을 처리할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나는 집안일을 해야하고, 글을 써야하고, 책을 읽어야하고, 공부를 해야하고, 운동을 해야하며, 가끔 친분관계를 위한 교류도 해야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보내는 시간이 아이의 입장에선 긴듯이 보이지만, 저 모든 일을 처리해야하는 나에게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기에 마음이 자꾸만 급해질수밖에 없다. 글을 쓰고자 컴퓨터를 커면 전원이 들어오는 동안 읽다가 멈춘 책이 궁금하고, 책을 읽다보면 쓰레기를 버려야한다는데에 마음이 쓰인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면, 수학이 걱정되고, 수학공부를 하고 있으면 과학이 걱정되는 수험생 시절의 마음이 이와 비슷했던것 같다. 결국 하나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시험을 망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마음이 분잡하여 어느하나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니 초조함만 더해지고 어느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채 시간만 흘러가버리는 것이다. 결국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란 형국에 몸은 또 매일 고단하여 시시때때로 잠이 몰려오니, 어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수가 있으리.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 서적을 본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두어라'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것이 그것이지만, 그 우선순위를 결정할 마음조차도 잡을수가 없음은 높은 하늘을 자랑하는 계절탓으로 돌려보고자한다. 확연히 서늘해진 날씨는 드디어 가을이 왔구나 하고 내 일상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짧은 바지와 반팔티셔츠 차림으로는 추워져 긴바지를 꺼내입어야 했고, 앞뒤로 활짝 열린 창문을 닫는 횟수가 늘어가고 있다. 아침마다 아들 옷을 뭘 입힐까 하는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완전 가을옷 입긴 덥고, 여름옷은 추울테고... 덥지도 춥지도 않는 옷을 매일 아침 정하는 것도 나에겐 마음을 써야할 일이되고 있다.  


각설하고 어떤 날은 글쓰기가 좋고, 어떤 날은 독서가 좋고, 어떤 날은 청소가 좋다면 매번 내 기분에 따라 일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그렇게 확실하게 마음이 쓰이는 곳이 있다면 덜 고민이겠으나 이도저도 아니게 모든 일에 다 마음이 쓰인다는 것이 문제다. '가을이 왔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 '곧 겨울이 오겠구나', '올해도 벌써 다 지났구나' 라는 조급증을 내포하는 것이다. 그러면 '올해가 가기전에 어찌어찌~' 라는 욕심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와 그 위를 날아다는 잠자리가 내 마음을 분잡하게 하는 것이라고 핑계를 대어본다. 그러면 조금은 편해질지도 모를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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