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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모닝제이 Sep 20. 2016

독서_정희진처럼 읽기

페미니즘을 꿈꾸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극중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도적인 시점이 있다. 대부분의 관객은 그러한 시선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작가가 비교적 집중하지 않는, 그러니까 그 자체가 아니라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인 주변인, 조연, 엑스트라에 신경을 쓰거나 주의를 환기하고 동일시하는 관객은 드물다. 그러나 주인공만이 아니라 주인공을 주인공이게 하는 주인공과 타자(다른 인물, 동물, 사물, 자연)의 관계에 집중해서 텍스트를 읽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제와 줄거리가 달지는 것은 물론이고, 근본적으로는 다른 정치적 세계(범주)가 만들어진다. 텍스트 자체도 감상문도 달라진다. (299p)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변화의 요인, 변화의 의미, 변화의 결과..... 그러니 독후의 감이다. 당연히, 내용 요약으로 지면을 메울 필요가 없다. 독후에 자기 변화가 없다면? 왜 없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대해 쓰는 것도 좋은 독후감이 된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아무 느낌이 없을까도 좋은 질문이다. 자기 탐구가 깊어진다는 점에서 더 좋은 독후감이 될 확률이 높다. 자신의 경험, 인식, 지식, 가치관, 감수성에 따라 여정의 깊이는 달라진다. 독후감의 수준은 여기서 결정된다."(정희진처럼읽기 중)


여성주의 작가 정희진처럼 읽기는 일반 서평 위주의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세상을 비뚤게 보고, 문장을 다르게 읽고, 그리고 그 속에서 변화를 일깨우는 독서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내가 이책을 읽고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말이다.
열심히 읽었는데 딱히 느낌이 없고, 사유가 없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몰라서 헤메던 차에 던져진 한줄기 빛을 본것 같았다. 이책저책 부단히도 떠다녔지만 기록을 남기지 못했던 순간들이 이해가 되었다. 눈으로만 읽었던 문장들, 머리로만 들어가고 가슴으로 가지 못했던 책들...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쉽고 또 아쉽다.
이렇게 변화되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읽은 위대한 개츠비가 고전이라는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30대에 읽은 짜라투스트라가 흥미롭다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것이 세상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든~ 문장을 해독하는 눈이 달라진 것이든~

"다양한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는 통과 의례도 있다. 여운이 남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괴롭고, 슬프고, 마침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거나 인생관이 바뀌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은 여러 번 읽고 필사를 한다. 번역서일 경우에는 원서를 구해서 역시 필사한다. 필사를 하면, 최소 네 번 정도 일게 되다. 당연히, 읽을 때마다 다른 주제가 나타난다.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내 몸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다. (19p) "




"중고교 시절에 읽은 책 중 언급하고 싶은 마지막 책은 <무소유>다. 이 책은 나에게 일상을 초월한 남성적 자아에 대한 욕망을 품게 했다. 배낭에 약간의 현찰과 책만 넣고, 집 없이 책만 읽고 여행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설거지나 청소 같은 일상의 노동, 가족, 남자, 연애, 돈, 직업 '따위'가 나를 괴롭힌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현실은 그 반대였다. 대학에 가서도 집안일과 아르바이트에 시달렸지만 언젠가! 나는 24시간 책만 읽는 사람이 되리라, 그게 진짜 삶이라고 생각했다. (31-32p)

지금 여성들은 바깥일과 집안일, 두개 '학위'가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혼 제도가 지속되는 한  여성 해방은 여성의 이중 노동일 뿐이라는 얘기다. 비혼이나 저출산 같은, 당시(1970년출간) 파이어스톤이 제시했던 대안은 여성들의 생존 전략이 된 지 오래다.(102p)"

이 두 발췌만으로도 나는 이책에서 세상의 모든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자 한다. 어설프더라도~
페미니즘과는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지금 시대에서 남녀평등이란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가? 라고 콧웃음 치곤 했었다. 특별한 사람, 똑똑한 사람, 배부른 사람들이나 목청높어 떠드는 소리쯤으로 생각했다. 그 배부른 소리 덕을 한없이 보면서 살고 있는 이시대 여성이면서..... 여성주의의 세상의 이치를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아직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것으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것이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한다. 우선은 나를 위로하고, 내 세계를 구하고, 나를 변화시킨다. 라는 소망과 열정, 그리고 이기주의로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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