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발전과 함께해 온 빈그룹의 과거와 현재
베트남 경제를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빈그룹(Vingroup)에 대해 내가 이해한 수준으로 정리해 볼게. 빈그룹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서 베트남 국가 발전의 상징이야. 어떻게 이런 회사가 됐고 현황과 이후 전망에 대해서도 정리했어.
빈그룹을 알려면 창업자 팜 녓 브엉의 인생을 알아야 해. 그는 소련에서 유학을 마친 후,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작은 베트남 국수가게로 사업을 시작했어. 시장에서 기회를 발견한 그는 엄청나게 높은 이자율(월 8%)로 돈을 빌려 라면 공장을 차렸는데, 이게 대박이 났데.
그의 라면 브랜드 '미비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너무 유명해져서 인스턴트식품을 부르는 일반명사가 될 정도였다니까. 2010년에는 네슬레에 1억 5천만 달러(약 2,200억 원)에 브랜드를 팔았어.
2001년에 그는 고향 베트남으로 돌아와서 부동산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어. 나트랑이라는 해변 도시에 럭셔리 리조트를 개발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바다에 돈 쏟아붓는다"라고 비웃었지만, 결국 '빈펄리조트 나트랑'은 대성공을 거뒀데.
부동산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빈그룹은 정말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어. 처음에는 '빈컴(Vincom)'이라는 쇼핑몰 체인을 전국에 세웠는데, 이게 베트남 최고의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 빈컴 쇼핑몰은 하노이와 호치민같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까지 진출해서 '도시화의 상징'이 됐지.
그다음으로는 '빈홈스(VinHomes)'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만들었어. 빈홈스는 도시 내 최고 입지에 현대적인 설계와 편의시설을 갖춘 대규모 주거단지를 지었고, 이건 베트남 신흥 중산층의 꿈의 주택이 됐어.
재미있는 건, 빈그룹이 단순히 부동산만 하지 않고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모두 채워가려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이런 사업들도 시작했지.
- 빈마트(VinMart): 고급 슈퍼마켓 체인으로, 깨끗하고 현대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
- 빈스쿨(VinSchool):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네트워크
- 빈멕(Vinmec): 호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병원 체인
- 빈펄랜드(Vinpearl Land): 베트남 전역의 관광지에 설립한 리조트와 테마파크
빈홈스 단지 입주자에게 입학 가산점을 주는 빈스쿨도 있었데.
2015년부터는 기술 분야로도 뛰어들었어. 스마트폰과 TV를 만드는 'Vsmart'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연구소인 'VinAI'도 세웠지. 그리고 2016년에는 베트남의 이커머스 플랫폼 '티키(Tiki)'에 투자하면서 온라인 시장도 공략했어.
이렇게 빈그룹은 부동산, 소매, 교육, 의료, 관광, 기술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발을 담그면서 베트남인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어. 2013년, 팜 녓 브엉은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포브스 선정 '빌리어네어'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베트남의 트럼프'라고 불리기도 했지.
최근 빈그룹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어. 주요 사업 일부를 매각하거나 접고, 전기차 제조 자회사인 빈패스트(VinFast)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로 한 거야. 그 결과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이런 변화가 생겼어.
빈마트(VinMart)와 빈에코(VinEco, 유기농 식품 사업)를 마산그룹에 매각
관광 전문 항공사 빈펄에어(Vinpearl Air) 사업 계획을 철회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 했던 스마트폰과 TV 생산을 중단
빈패스트는 2017년에 설립됐고, 처음에는 가솔린 자동차도 생산했지만 2022년부터는 순수 전기차만 만들기로 결정했어. 이건 베트남 정부가 미래 산업으로 전기차를 육성하려는 계획과도 잘 맞아떨어진 거지.
이 회사는 이미 북미,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동까지 진출했고, 미국에 생산공장도 짓는데(지금은 중단 상태). 23년 8월엔 나스닥에 상장해 잠깐! 시가총액 250조 원을 찍으며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업체가 됐었어. 하지만 7년 동안 누적 손실이 10조 원이 넘고, 쏟아지는 자동차 퀄리티에 대한 혹평이 계속되며 적자행진, 주가는 곤두박질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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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형에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빈패스트의 나스닥 상장과 배경얘기 ☞ https://www.youtube.com/watch?v=tr6_klrJKcw
객관적으론 빈그룹의 전기차 사업이 글로벌은 차치하고, 베트남에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이유를 정리해 보면...
베트남은 충전소가 너무 적고 전력 공급도 불안정해. 특히 여름엔 정전이 자주 일어난데.
집에서 충전하고 싶어도 대부분의 집엔 오토바이 세울 공간밖에 없어.
아직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커.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불나는 건 아닌지 등.
베트남은 1인당 GDP가 약 4,000달러 정도야. 중산층이 전기차를 샀다간 카푸어 될 수도.
핵심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판매 가격을 후려치면 바로 손해야.
제조 경험이 적어서, 완성도를 높이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해. 그런데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이미 테슬라 목전까지 갔더라.
회장 팜 녓 브엉이란 사람은 이전에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 전적이 있어. 그리고 "내 돈이 바닥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한국 1세대 기업인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신화가 있듯 베트남도 팜 녓 브엉이 그런 신화를 만들어주길 고대하고 있나 봐.
회장의 의지를 볼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 작년 베트남 내에서 도요타, 현대차를 제치고 빈패스트가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1위를 달성했대. 그 정도로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건가 싶었는데.... 파격적인 가격 할인, 무료 충전, 무료 주차 같은 마케팅으로 30% 판매, 빈그룹 회장 개인이 소유한 택시회사가 구매한 물량이 70%였지. 결국 회장의 의지로 판매 1위를 만든 거야.
베트남 정부는 빈패스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전기차 세금을 면제해 주고, 충전 인프라를 지원하고, 심지어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빈패스트를 홍보하고 있지. 베트남 미래를 위해선 전기차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주도권을 놓쳐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베트남 내에선 한동안 빈패스트에게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 돼. 내수 판매로 얻은 경험과 돈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전략인데, 희한하게 낯설지가 않네.
이 회사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걸 구경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야. 요즘 한국에선 보기 힘든 낭만이 있달까... 성공하든 실패하든 꿀잼일 거고, 베트남의 산업화에 큰 경험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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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패스트의 현황에 대한 분석을 좀 더 상세히 듣고 싶다면 여기 ☞ https://youtu.be/2_XqbJSlEW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