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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면?

현지에서 분투 중인 대표님들께 들은 시장의 명과 암.

by 빈센트
HSBC에 따르면 베트남의 디지털 경제는 2030년까지 11배 성장하여 2,2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야. 외국계 기업의 실패율은 70%에 달하지만, 성공하는 기업들은 평균 25%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보이는 '될 놈 될' 시장인거지. 베트남에서 분투 중인 스타트업 대표 6인과 한국 IT기업 베트남 지사에 계신 분들께 귀동냥한 내용을 바탕으로 베트남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봤어.




디지털 전환으로 급성장한 분야는?


베트남의 디지털 인프라는 코로나를 계기로 훅~ 하고 성장했어. 우선 코로나 전 30% 남짓이었던 은행계좌 보유율이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80%(2023년)까지 올라갔데. 거기에 더해 코로나 초기인 2020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비현금 결제 건수가 전년보다 76%, 거래 금액은 124%나 증가했데. 어떤 대표님이 얘기하시길 "최근 2년간은 QR결제도 사용률이 급격히 올라 이젠 노점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1710896489_1fa3a095b6a279ca47cc72827eaeb1be_v1710896489_xlarge.webp 식당 벽에 붙어있는 결제용 QR코드


이런 상황에서 성장한 IT 분야들은..

모바일 결제: 2023년 전자결제 거래액은 290억 달러로, 동남아에선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어. 모모(MoMo), VNPay 같은 현지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커머스: 연간 25% 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쇼피(Shopee), 틱톡숍(TikTok Shop), 라자다(Lazada)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시장을 접수했어.


기술 아웃소싱: 선진국 대비 가성비(?) 좋은 개발자들 덕분에 베트남의 기술 아웃소싱 산업은 연간 2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대표 IT기업들도 베트남에 개발센터를 운영 중이지.


에듀테크: 연간 30% 이상 성장 중인데 이는 한국 못지않은 베트남의 뜨끈한 교육열 덕분. ELSA Speak, TOPICA 등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데.


배달 : 2020-2023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 약 30-40% 정도. Now Delivery(베트남)와 Grab(글로벌)의 양강구도였는데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인 Shopee가 Now Delivery를 인수해 이젠 글로벌 업체 간의 싸움이 됐어.


게임: 베트남 게임 시장은 연간 20% 이상 성장 중이며, 그 유명한 Sky Mavis의 NFT 게임(일명 돈 버는 게임) Axie Infinity가 대표 성공작이자 문제작이지.


▶️ 함께 보면 좋은 글
베트남 디지털 플랫폼 지도에 대해 정리한 글 ☞ https://brunch.co.kr/@bigline/35




베트남 스타트업들의 현황은?


어떤 스타트업 대표님의 표현을 빌리면 '좋은 과실이 열릴 것 같은데 대체 언제 익을지 알 수 없는 시장'이라 하더라. 한동안 기대감으로 많은 투자가 이어졌으나 덩치만 키우고 수익을 내지 못해 쪼그라들거나 글로벌 플랫폼들에게 밀려버린 경우가 많았데. 주요 플랫폼들 중 메신저(Zalo)와 모바일 결제(Momo)를 제외하곤 모두 글로벌 플랫폼들에 밀려버렸어.


베트남 투자 1위 국가가 '한국'인 만큼 한국 스타트업들의 진출사례도 많았으나 성공 사례로 눈에 띄는 건 없었어. 반대로 '배달의 민족', '토스'같은 대표선수급 스타트업들이 베트남 철수를 결정하며 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식힌 것도 있데. 네이버도 한때 '브이앱'이 급성장했으나 하이브에 해당서비스를 매각(위버스로 흡수)하고 지금은 개발센터만 운영 중이야.


bm.png 점유율 12%를 찍고 철수를 결정한 배민


베트남의 2023년 스타트업 투자액은 5억 2900만 달러로 2022년 대비 16.6% 감소했는데,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하면 베트남이 괜찮은 거래. 2023년에 동남아 6대 스타트업 시장(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의 투자 자본과 거래 가치가 각각 약 29%와 53% 감소했는데, 이 중 베트남이 가장 적게 감소한 것.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80% 이상 하락했다고..




베트남 사람들과 일하는 건 어때?


베트남은 매년 약 5만 명의 IT 관련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어. 이들의 업무 방식이나 기대치는 한국 기업들이 익숙한 것과는 달라. 내가 만난 분들의 얘기론 "베트남 개발자들은 똑똑하지만, 근태같이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 한다"고 했어. 물론 베트남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한국 개발자의 약 30~40% 수준이란 걸 고려하면 "알려준 대로만 해줘도 충분하다."라고도 했지. 사내 해커톤에 전사원의 절반이 참여하고, 회식이나 워크숍 같은 행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할 만큼 분위기는 좋데.


hack-4842-1589518138.jpg?w=460&h=0&q=100&dpr=2&fit=crop&s=t7L-CkRJUh-4N7HhLpVERw 베트남의 해커톤 행사 현장


그리고 여러 번 들은 건 '레퍼런스 체크'와 '잦은 이직'에 대한 부분이었어. 베트남 채용 시 생각 외로 경력을 부풀려 기재한 경우가 많아서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이력에 거짓이 없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래. 그리고 베트남은 이직이 잦은 편이라 이를 전제로 인력을 운영하래. 관리자급 인재가 떠나면 출혈이 있긴 하나 반대로 인사 적체가 없는 것은 장점이래. 항상 이탈 가능성을 염두하고 새 인재를 키워 보완하는 준비가 필요해 보여.


308983_ezgif.com-webp-to-jpg.jpg 베트남의 취업박람회 현장


여담으로는....1) 베트남은 전쟁의 영향으로 모계 중심 사회였고, 개도국 중에선 여성의 사회참여가 높은 편 이래.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은 남성보다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도 들었어. 2) 가끔 연봉 협상을 시장에서 가격흥정하듯 크게 올려 부르고 조율하는 사람도 있데. 처음엔 당황했으나 베트남은 그렇게 서로 흥정을 통해 좋은 가격을 맞추는 방식이 통용되는 문화라고 이해했고, 이젠 본인이 먼저 동결카드를 던지기도 한데. 3) 많은 대학들이 기업 인턴십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한다니 인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좋아 보여.




베트남에 진출을 고민 중이라면?


1. B2C는 동남아 주변국 확장을 고려

베트남만 타깃으로 하면 규모는 나와도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어. 쇼피나 그랩처럼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전체 시장(6억 6천만 명, GDP 3.6조 달러)을 노리면 가장 좋겠으나 그만한 자본은 없을 테니... 적어도 베트남+1 정도의 확장 로드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내가 만난 베트남에서 B2C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표님들 중 1) 수익화가 중요한 분은 태국으로 확장을, 2) 볼륨을 더 키우려는 분은 인도네시아로 확장을 준비 중이었어.


069215900_1565770280-20190814_133900.jpg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쓰는 부자 쇼피



2. 베트남인이 돈을 쓰는 분야 공략

귀동냥과 서칭으로 정리해 보니 베트남인들이 실제로 돈을 쓰는 분야는 이 정도인 듯.


교육: 베트남 가정은 소득의 20~25%를 자녀 교육에 투자한데. 한국도 그러했듯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라며 없는 살림에도 교육비는 아끼지 않는 거지.


건강: 중산층 증가로 더 나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Buymed(제약 유통), Gene Solutions(유전자 검사) 같은 곳들이 눈에 띔.


모빌리티: 베트남의 오토바이 사랑은 유명하지. 최근엔 소득이 오르며 자동차 구매도 많이 늘었는데 2023년엔 전년 대비 20% 성장했어. 관리, 보험, 주변기기, 중고거래, 주차관리 등 산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상품-서비스의 성장이 기대되지.


B2B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모델은 소비자 소득 수준에 제약받지 않는 장점이 있어. 물론 영업이란 큰 허들이 있지. 하나마나한 얘기해서 쏘리 ㅋ


nc7_7SJrTSq2cXFseCblHCL4sGU.jpg 오토바이로 라이딩하는 부모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1. 베트남 교육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매스프레소(콴다) 베트남 지사분 인터뷰 ☞ https://www.youtube.com/watch?v=ZCFEgIwku5g
2. 베트남 오토바이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오토바이 중고거래 플랫폼 '오케이쎄' 대표님 인터뷰 ☞ https://www.youtube.com/watch?v=jTIncrqyezI



3. 개발 아웃소싱 센터

가장 검증된 방향이 가장 안전하지. 많은 대표님들이 베트남 소비자를 대상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베트남 개발자들을 고용해 한국을 서포트 하는 개발 조직을 꾸리는 걸 추천하셨어. 그 이유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돈을 너무 안 쓴다. '자식교육'같이 다른 지출을 줄일 만큼 중요한 게 아니면 최근 시장이 경직되면서 더 지갑을 안 연다. B2C 수익화 힘들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에서 돈을 벌어가는 기업보다는 베트남에서 고용을 늘리고 돈을 푸는 곳에 우호적이다. 베트남에서 돈버는 기업은 세무-법무에 더 신경 써야한다. (더 강한 표현을 쓰셨으나 자체 필터링)


베트남의 신입 개발자와 한국의 신입 개발자는 실력면에서 별 차이가 없으나 연봉 차이는 크다. 그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좋은 디렉터만 있다면 해볼 만. 더 하려는 의지도 있고, 조직 분위기도 베트남이 좋다.


좋은 디렉터는 비싸다. 소규모로는 디렉터 비용을 뽑기 어려우니 적어도 두 자릿수 이상의 규모를 두고 운영하는 걸 추천한다.


news-p.v1.20241018.c8e8c3fc4eba4167a32b2d03999db720_R.jpg 베트남도 빨간색을 좋아한다




마치며...

서두에서 말했든 베트남은 '될 놈 될' 시장이야. 인건비가 적은 만큼 수익도 적어. 절대 쉽게 보고 시도할만한 시장이 아니지. 하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한국인에게 우호적이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사실이야. 위 얘기들은 10여년 현지에서 사업을 해온 분들의 이야기니 베트남에 관심있는 기업들에 참고가 되었길 바래. 혹시 베트남 현지 B2C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VC 심사역 있어? 연결 가능하니 여기로 메일주면 소개가능한 곳 알려줄게 bigline@gmail.com



✅ 마지막 편은 타오디엔 맛집 리스트나 공유하고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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