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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녕그것은 Feb 14. 2020

치즈, 그 쓸쓸함에 대하여

[편의점에서 유럽까지] 시작하는 이야기



 왜 사람은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싶을까? 이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 한순간부터 아이러니하게 나는 취향에 대한 '강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동시에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취향은 말 그대로 취향일 뿐인데 나누고 싶다는 나의 일방적인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강요로 느껴지지 않았을까라는 염려가 어느 날 문득 스쳤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나의 세계는 압도당한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함께 열광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누고 싶은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무언가에 대한 나의 애정이 너무 순박하고도 열렬해서 혼자만의 기대치를 만들고 그것이 무너졌을 때는 혼자 실망하는 것 또한 나의 성격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치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걱정이다. 치즈가 선사하는 맛과 시간을 넘어 그 가치에 대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글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얼마나 가닿을지 궁금하고 어렵다. 그렇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취향에 대한 흔적이라는 생각에서 시작이었는데, 또 걱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결국 나는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좋은 건 함께 나누고 싶어 안달 나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보다. 



 갑작스레 백수였던 지난 몇 달 나는 월급을 받지 못해 치즈를 살 수 없었다. 더도 덜도 없이 비참했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그저 작고 귀여운 월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조그만 숫자가 날 위협할 줄은 몰랐다. 월급 천만 원 이천만 원을 버는 것도 아닌데 그냥 알바하면 된다고 호기로웠던 나는 아는 언니의 가게를 도우며 근근이 월세를 내기 바빴다. 동시에 고고하게 나의 취향이라며 누렸던 호사들은 군말 없이 그 자취를 감췄다. 치즈는 취향이 아니라 호사였다. 치즈뿐만 아니라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한 권씩 야금야금 결제하던 책, 시간을 쪼개어 받던 첼로 레슨, 네 캔에 만원인 맥주, 마트에서만 사던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와인, 펫 마트에서 양손 잔뜩 사 가던 가을이 간식,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러 가는 길, 심지어 그들과 보내는 시간까지도. 나는 호사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었고 내 작고 귀여운 월급은 내가 무시해서는 안 되는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것을 그 몇 달이 호되게 날 가르쳤다. (돈에 대해서라면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있는데 거기서 솔직하게 다 얘기할 셈이다)



 아무튼. 그 당시 처음으로 치즈는 왜 이렇게 비싼지에 대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들은 깔깔 웃으며 그럼 이다음에 네가 다시 월급을 받게 되었을 때 먹는 치즈가 너의 구원의 치즈가 되지 않겠냐며 웃음기 어린 얼굴로 나를 응원했다. 

 그러게, 왜 치즈가 이렇게 비쌀까? 우리나라는 목장을 많이 만들 수 없는 지형이고 그렇다 보니 원유의 수급이 외국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유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목장이 존재할 이유가 부족하다. 치즈를 좋아하지만 치즈는 너무 비싸고 그래서 한번 먹을 때 잘 먹어야 한다. 편의점에서부터 마트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의 목장들까지, 우리 주변 곳곳에도 사실 치즈가 많지만 잘 사서 잘 먹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치즈가 비싸기 때문에. 방법이랄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조차 '강요'는 아니겠지?

 그냥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 합리적으로 즐겁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치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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