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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배 Jul 08. 2018

위풍당당한 너, Rooster Teapot

동물 모양 Teapot Project

닭은 소, 돼지, 양과 같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동물로서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했다.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 새 한 마리가 내려와 인간과 같이 살면서 너무 좋아 날기를 포기하고 주져 앉았는가 보다. 닭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야생하고 있는 들 닭이 사육 개량된 것이며, 서기 전 6~7세기경부터 사육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닭은 날개는 있되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를 않는다. 그 많은 종류의 새들 중 오직 닭만이 우리 곁에 머물고 왔으며 오늘날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에게 상상의 동물이 있다. 봉황과 용이다. 봉황은 주작이라고도 한다. 상상의 새이다. 마치 생김새가 닭과 비슷하다. 아마도 사람들이 닭을 보고 신비의 새를 상상하였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는 닭(한자어로 계(鷄) 이름이 들어간 지명이나 명칭이 많다. 계룡, 계산, 계족, 계림 등등이 생각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닭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그곳에 금궤가 있었고 그 속에 사내아이가 있었다. 그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였다. 그곳을 계림이라 하고 나라 이름을 계림으로 하였다. 충청남도 논산시에는 계산, 계룡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계’는 바로 닭의 이미지인 어둠 속에서 환하게 밝아오는 뜻으로 쓰였다. 12 지신 상중에 10번째 동물이 바로 닭이다.  


그만큼 닭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있었고 친숙하며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닭은 예술 작품에도 다양한 소재로 사용돼 왔다. 민화에서 암탉은 병아리와 함께 묘사되어 풍요를 상징하며, 반면 수탉은 홀로 그려지는 웅계(雄鷄)의 위풍당당한 이미지로 묘사되었다.  


닭은 또한 풍요로운 농촌을 표현할 때 사용되며 농경 유토피아의 심벌이었다. 붉은 벼슬은 높은 벼슬과 명예를 의미하였다. 나아가 닭 그림은 악귀를 물리치는 강력한 부적으로도 사용되었다. 닭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여는 존재, 즉 희망이었다. 위풍당당함과 풍요, 그리고 희망이라는 닭의 이미지는 세계 모든 국가에서 비슷했다. 



















김유신 장군묘, 12지신상의 10번째, 닭 유(酉)

























한국 민화, “육필닭”

















 피카소의 석판 “수탉”


















Flog of Wallonia Features, A Red Rooster


  

참고문헌 : 계룡시 홈페이지 

사진 출처: 고판화박물관 http://www.gopanhwa.com/museum 

wikivisually.com/wiki/Rooster 

wikipedia.org/wiki/Rooster 




나는 고신라 왕국 계림 국의 주무대였던 경주 지역에서 태어났다. 계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 고등학교 시절에 경주 계림(사적 제 19호)을 동네 정원처럼 들락거렸다. 어릴 때 농촌의 풍경은 비슷하였다. 마당에는 암탉이 병아리를 몰면서 모이를 쪼고 있었고 수탉은 주변을 어스렁거렸다. 가끔 어린 마음에 수탉을 몰아세우면 수탉은 벼슬을 세우고 덤벼들었다. 평온스러운 농촌의 일상이었다. 어른이 되어 가족이 생기면서 오랫동안 충청도 계룡(삼군부가 있는 대전 인근 신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계림 국에서 태어나서 계림에서 놀면서 계림초등학교에서 공부하였고 계룡에서 살았다. 이렇게 나는 닭과의 인연은 특별했다.


2015년 캐나다 대학에서 Jewellery/Metal Program을 졸업하고 2017년 Graduate Program을 신청하여 작품 활동을 할 무렵, 나는 특별한 Teapot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학부과정에서 손으로 직접 나만의 Teapot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기하학 형태를 자르고, 합치고, 그리고 은용접 과정을 조합하여 만들었다. 그러나 기하학 정형이 아닌 비정형 형태의 동물 모양 Teapot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스케치를 하다가 우연히 나도 모르게 붉은 벼슬을 세운 수탉이 연상되었다. 손작업으로 수탉 모양의 Teapot을 금속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면서 여러 번 스케치를 하는 동안 그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 내 손과 기술과 경험으로 큰 줄기에서 스스로 제작 가능함을 확신하고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세부적 작업 방법과 그것에 따르는 디자인은 그때그때 변경하리라는 생각이었다. “전체적인 기본 틀에서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일을 저질려라, 그리고 세부 해결책은 그때그때 찾아라” 는 것이 나의 창작과 작업 방법이었다. 

Rooster Teapot 초기안

벼슬, 수염, 꼬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전체적인 몸체의 균형과 Movement, 그리고 상징성을 무엇으로 묘사할 것인가? 고민 고민하면서 수탉의 개념을 잡고 디자인에 들어갔다. 초기 디자인에서는 몸통에 Handle을 별도로 부착하는 방식이었는데 주임교수와 대화를 하면서 “닭 벼슬을 핸들로 하면 어떨까?” 하는 그분의 지나가는 말을 나는 바로 낙아챘다. “그래, 그것이야” 하고 탄성을 내었던 것이다. 그래서 벼슬을 Handle로 사용함에 따라 그 크기가 커졌고 닭의 위풍당당함을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크고 볼륨 있는 수염을 달아 그 위엄을 높였다. 수탉의 아름다운 깃을 Lid로 사용되는 꼬리 부분에 표현했다. 수탉의 벼슬, 수염, 꼬리를 천연적으로 진한 붉은색을 띠는 Padauk나무를 사용했다. 그리고 발에 비행기의 랜딩 바퀴를 달았다. 그것은 근엄하고 용감한 수탉이 새벽을 열면서 사람이 사는 세상에 착륙하는 순간이었다. 

Model

보통 Teapot은 기하학 형태가 사용된다.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기하학 형태를 만들어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고 덧붙이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망치와 톱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정형은 망치로 두드려서 만들 수가 없었다.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해본 경험이 없었다. 교수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먼저 진흙으로 Model을 만들고 여러 번 보고 또 보았다. 이때 희미하게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것은 전개도였다. 몸통을 머리, 중간, 꼬리 부분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 종이로 전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세 개의 형태를 만들고 서로 맞추어 보았다. 모델과 거의 같았다. 작업이 쉬워지도록 좀 더 전개도를 단순화시키고 세 부분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연결 부분의 치수를 일치시켰다.

종이본 작업


종이 본을 은판에 붙이고 자르고 그리고 본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해서 겨우 전체 몸통을 완성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였다. “이제 됐어” 하며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다리를 만들어 붙이는 과정이 중요했다. 굵은 Silver Wire 혹은 두꺼운 은판을 잘라 다리를 만들어 검토해 보니 많이 빈약했다. 그래서 허벅지 부분을 두툼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발끝에 미리 만들어 놓은 Wheel를 끼웠다. 비행기의 랜딩 바퀴처럼 하나의 앞바퀴와 양축의 뒷바퀴 형식이었다. 앞 바뀌는 큰 사이즈이고 뒷바퀴는 작은 사이즈이며, 바뀌는 실제 축이 있어 회전이 가능하며 이중으로 된 Wheel이다.

작업은 겨울방학으로 잠깐 중단되었다. 여기 겨울 방학은 방학이 아니고 연말 연휴라고 한다.  X-Mass부터 연초까지 약 2주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나는 한국을 방문했다. 고국에서 나는 Teapot에 사용할 나무를 구하기 위하여 동분 서분하였다. 단단하면서 내부가 붉은 색인 나무를 원했다. 수소문한 결과 Padauk이 그랬다. 대전에 있는 어느 원목가구 공방을 방문하여 Rooster Teapot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두께 5cm 이상 되는 Padauk을 좀 구해 달라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후 공방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Padauk을 특별히 구하여 전해 주었다. 참으로 귀하고 고마운 분이었고 나무였다. Padauk은 식용유만 발라도 붉은색이 반짝거렸다. 위풍당당함은 Padauk의 붉은색과 벼슬 크기 덕분에 더 강조되었다. 


완성되자마자 Rooster Teapot는 학교 전시관에 올려졌다. 그것은 하늘에서 이제 막 랜딩 하는 봉황이었다. 나 스스로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였다. 작업 중에서도 그 의심은 여전했었다.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만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그리고 재시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첫 시도에 이렇게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놈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나도 모르게 너를 자꾸만 보게 된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이제 막 하늘에서 지상으로 랜딩 하였구나. 그래, 새벽을 열고 악귀를 쫓는 너는 위풍당당하다. 이제 너는 지상에 사는 봉황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차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너에게 담아 두 손으로 너를 잡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너를 위하여 잔에 따르리라


Rooster has specific meanings. Dauntlessness in the pen and the sword. Ward off ghosts and evil spirits. Tell coming of dawn.
 So……
 Who is treated with the Rooster Tea Pot would have wisdom and brave. He might open the wonderful world.
 
 A rooster has the meaning of announcing dawn and her comb is symbol of bravery and wisdom so that it said that the rooster ward off ghost and evil spirit and it has been regarded as a holy and mysterious animal in oriental. Inspired by rooster’s comb, I created the teapot. Her big red comb made with Padauk Wood means the confidence and it is used as a handle of teapot. The wheeled rooster now lands on the table to serve tea. Her mouth is spout and tail is pourer of teapot.

Rooster Teapot, L24 x W6 x H14 cm, Sterling Silver, Padauk wood, 450 g, 2018
Exhibition in Saint Andrew, NB, Apri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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