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ds of bug
디자인공예대학에 입학하여 1년간 미술 기초를 배웠다. 그리고 전공과목으로 Jewellery/Metal Program (2년 과정)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Photography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카메라만 있으면 쉽게 공부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3학점의 사진학을 선택하여 수강해보았다. 많이 돌아다녀야 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고객과 많은 대화도 필요했다. 셔터만 누르면 되지만 쉬운 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쉬워 보이고, 근사해 보이고, 또한 취미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전문가가 되는 것은 달랐다. 말이 어눌하고 활동적인지 않은 이민자인 나로서는 선택할 과목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Fashion Design였다. 건축을 공부하기 전에 내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래서 Fashion Design도 잠깐 수강해 보았다.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은 매우 쉬웠고 재미가 많았다. 그러나 패션은 더더욱 개방적인 성격과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했다. 그다음으로 Ceramic을 경험해 보았다. 이것은 정말로 노동집약적인 일이었다. 깨끗한 몸과 옷을 유지할 시간이 없었다. 많은 노동도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Jewellery/Metal이었다. 정말 나에게는 생소한 분야였으나 손재주가 있었기에 잘할 수가 있으리라 여겼다. “까지것 만들어 놓으면 되는 거지, 작품이 말을 하겠지”라고 생각하고는 Jewellery/Metal Program을 신청하였다.
첫 수업부터 나는 무척 갈등했다. “이것 뭐야? 먼지 풀풀 나는 작은 철공소 같네? 정말 정밀 세공이네? 눈이 침침한데? 네가 이런 짓을 하려고 대학에 들어왔어?” 하고는 3일 학교를 나가고 그 이후로는 나가지 않았다. 일주일 후 주임교수로부터 수업에 참석하라고 전화가 왔다. 왜? 무엇 때문에? 하면서 귀찮을 정도로 나를 붙잡아 두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해보자 하고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되었다.
첫 수업의 첫 Project는 Making a Bug였다. “그래, 해보자.” 하고는 달려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저절로 작업에 몰입하게 되었다. Bug를 조사하고, 내 식으로 Drawing 하고, Bronze로 디자인하고, 그리고 만드는 것이다. 부분을 만들고 조립하고 텍스처를 넣으니 실물 같으면서 실물같이 않는 Bug가 탄생하였다. 만들어 내라고 하니 그냥 만들어 보았는 것이다.
Bug1은 첫 수업의 첫 project에 대한 작품이다. 이것이 나의 인생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금속 작업에 몰입하였고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 있게 되었다. 자주 혼자 멍하게 있기도 하고 갑자기 스케치하기도 할 때가 이때부터가 아닌가 한다.
a pair of bug는 흑백의 한쌍으로 몸체가 좌우상하로 휘어지고 길이도 늘렸다 줄었다 할 수 있다.
Bug2은 몸체가 좌우상하로 휘어진다.
이 둘은 “금속으로 a flexible bug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만든 것들이다. project가 아닌 개인적인 습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