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퇴사유랑단 Oct 28. 2021

자기소개서를 진짜 보긴 보나요?

처음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보긴 보냐는 질문입니다. 뭔가 스펙이 좋아야만 뽑히는 것 같고, 오타를 내도 붙더라, 누구는 회사 이름을 잘 못썼는데도 붙었다더라 이런 얘기들도 있고, 자소서가 엄청 많이 들어올텐데 진짜 보는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그럴 것입니다.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저도 취업준비생 시절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현직자가 된 지금, 그리고 인사팀에 재직하는 지금 이순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답변은 "봅니다" 입니다. 자소서 분명 봅니다. 회사마다 어느 정도로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10% 반영 50% 반영 등등이 다를 수도 있고 정성적으로 +알파로만 볼수도 있고 등등) 어쨌든 보는건 확실합니다. 제가 다녀본 많은 회사들에서도 모두 그랬고요.


"그럼 뭘 보고 뽑죠?"


만약 자기소개서를 안 본다면 기업은 무엇을 보고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라고 반문을 하고 싶습니다. 경력사원은 경력기술서라는 항목에서 얼마나 경력을 깊이있게 쌓았는지로 판가름이 나는 싸움이지만, 신입사원의 취업에서는 자기소개서마저 안 본다면 볼 요소가 없습니다. 스펙? 한 회사 A학교 나온 사람들 수십 수백명이 씁니다. B학교 나온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학점이 4.0인 사람도 수두룩이고 3.5인 사람도 엄청 많습니다. 토익이 900점인 사람도 많고 800점인 사람도 많습니다. (통상 토익점수를 막 5점 단위로 일일이 쪼개서 점수를 환산하진 않습니다.) 신입직은 경력이 없거나 있어도 1년 내외의 얕은 경력정도뿐입니다. 그런 비슷비슷한 요소들만 가지고 사람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모든 평가에서 평가항목이 다변화되면 객관성은 높아지게 되어있습니다. 그 중 자기소개서는 꼭 필요한 항목입니다.


"현업의 도움을 받는다"


자기소개서가 현업의 소수의 인사담당자들이 다 처리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입니다.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는 회사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구요. 그래서 현업의 도움을 빌립니다. 인사담당자들도 자기소개서를 병행해서 체크는 하지만 각 직무의 각 부서의 현업에 자기소개서를 배분하고 다 보게끔 합니다. 인사담당자들은 전반적인 공통 역량과 회사의 가치나 비전, 조직문화와의 Fit을 주로 본다면, 현업에는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역량을 평가하게 맡깁니다. 이 중에서 현업의 의견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제대로 하는 곳들은 스펙이나 정량적인 모든 정보는 모두 가리고 자기소개서만 읽게끔 합니다. 그래서 모 그룹에서는 한 공간에 모아놓고 비밀유지 서약서를 쓰고 하루는 아예 업무에서 배제를 시키고 종일 자기소개서만 보면서 현업 실무자들에게 체크를 하게끔 하기도 합니다. 실제 주변에서도 아는 형, 누나, 오빠, 언니 들 중에서 인사팀에 재직하는 사람이 아닌데 자기가 자기소개서 평가하고 왔다고 무용담을 푸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모든 글에서 항상 강조하는 '직무'와의 매칭이 정말 중요합니다. 자기소개서를 그 직무의 수행자들에게 맡겨서 보게끔 하기 때문에 진짜 그 직무를 잘 이해하고 쓴 자기소개서들은 당연히 합격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아무리 외부에서 첨삭을 받고온 번지르르한 자기소개서라고 하더라도 직무에 대한 고민이나 접점이 느껴지지 않는 자기소개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듭니다. 오타를 조금 냈어도, 회사 이름을 잘 못 썼더라도 자기소개서에서 직무매칭이 너무너무 잘 되어있다면 실수겠거니 하고 약간의 감점만 받고 살아남기도 합니다. 그정도로 직무와 Fit이 맞는 자기소개서는 강력합니다.


"스펙이 낮은데도 붙는 사람들"


자기소개서를 보는게 맞는 두번째 이유는, 실제로 정량적인 스펙이 좋지 않는데 붙는 사례들이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생각보다 꽤 많다는 점입니다. 저도 취업준비생 시절 토익성적도 낮고, SKY명문대도 아니었고 문과에 그나마도 상경계도 아닌 스펙이었는데도 서류 합격한 적이 꽤 많았습니다.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소서에서 뒤집은 것 말고는 다른 경우의 수가 없습니다.


비단 제 사례 말고도 종종 취업카페같은 곳에 누가 합격했다 라는 인증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님 스펙이 어떻게 되시나요? 라고 많이들 물어봅니다.(제일 쓰잘데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는 것중 하나) 그런 댓글들 보면 엥? 나보다 학교도 안 좋은데 나는 떨어졌는데 붙었다고? 아니면 아니 나보다 토익점수도 낮은데 이사람 붙었다고 뭐야, 있는거 아니야? 주작아니야? 라고 느낀적들 한번쯤 있으실겁니다.


그대로 받아들이셔야합니다. 당신보다 정량적인 스펙이 낮았지만 그 분들은 자기소개서를 훨씬더 직무에 맞게 공들여 쓴 거고, 그래서 합격한 것입니다. 즉, 자기소개서를 기업에서 생각보다 잘 봤다는 뜻이겠지요.


"그럼 어떤 문항을 젤 많이 보나요"


다른 회사 인사담당자들중에서는 항목마다 지원자들 모르게 배점이 다르게 책정이 되어있다는 회사도 있고, 아예 특정 문항위주로만 본다는 회사도 있고 다양하긴 해서 콕 찝어 말하긴 어렵지만 그냥 일반적인 지원동기, 성격의 장단점, 강점, 입사후포부 이런 항목들로만 구성된 베이스를 토대로 봤을 때는 '지원동기'와 '입사후 포부'가 제일 시선이 많이간다고들 말을 합니다.


성격의 장단점이나 강점들은 거의 뽑아내는 키워드가 대부분 비슷하긴 합니다. 거기에서 좀 더 눈에 띄는 사례나 과정들 그리고 그 속에서 직무에 맞는 경험들이 있다면 좋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원동기와 입사후 포부는 잘 쓴 자기소개서가 좀 더 티가 납니다. 그리고 뭔가 '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뽑아내기에도 구성상 지원동기와 입사후 포부가 좋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히 더 두 항목에는 신경을 쓰시면 더 '읽히는' 자기소개서가 될 것입니다.


지원동기는 나는 너희 회사가 이러이러해서 좋고 내가 성장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라는 패턴 보다는 나는 ~~한 직무에 ~~한 이유로 ~~게 관심이 있어왔는데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너희 회사의 ~~한 면 때문에 제격이라고 생각을 했다. 특히 동종업계의 다른 경쟁사보다 너희 회사는 ~~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정도로만 써준다고 해도 참 좋습니다. 큰 차이 없어보이지만 역시 '직무' 적인 관점에서 먼저 '자기만의' 스토리가 나와주는 것이 남들 다 구글링해서 나오는 회사정보를 기반으로한 맹목적인 찬양 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입사후 포부도 막연하게 나는 열심히 하겠다, 너희 회사에서 시키는건 다 할 준비가 되어있다, 온갖 명언으로 열정을 강조하는 타입은 뻔합니다. 하지만 입사후 포부에서 진짜 그 직무를 수행했을 때의 커리어플랜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직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여러가지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신입사원때, 3년뒤, 5년뒤의 모습을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면 좋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그런 작은 계획들이 그 직무사람이 아니면 모를 만한 정보들이나 역량개발 루트가 보이면 좋은 점수를 받을 것입니다. (그럴려면 현직자도 실제로 많이 만나보고 해야겠죠! 방 안에서 컴퓨터로만 정보를 찾아보지 말고)


"자기소개서만 중요하다는 것 아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몇 자만 더 적어보겠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자기소개서만 중요하다는 것 아닙니다. 스펙도 보긴 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유독 취업준비생들이 스펙만 중요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소개서도 분명 중요하고 생각하는 것 보다 현업에서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하나의 평가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니 충실하게 잘 준비를 해나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