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3.
덕이 2주동안 갇혀있던 방
그방에 뭐가 있었다더라
흡연 숙면 식사 독서 끝없는 공상
이 다섯 단어로 말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12번도 찔끔찔끔 읽다 놓아버렸다던
도스토예프스키 '죄와벌'
그안의 덕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저런거
딱 저부분에서 멈추었다.
웃었다.조그맣게
이상하게 뭉클했던
...
그리고 내생각을 했다.
나는 ..?
나는
뭐 별거없다
무의미한 기억의 파노라마
책상을 가득 메운 책
서울로 떠나보낸 기형도
(그래서 정신적으로 공허함)
그리고 가끔 소년명수처럼 하품하는 나
가끔씩 '원고지'를 보는 것 같아
으스스 해지는 내생활
:) 근데 덕아
우리가 진정 견딜 수 없는 건
시간이지
너에겐 510일쯤 남은 제대
나는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수 조차 없는 끝
(아,이런얘긴 편지에 써야되는데 ㅎㅎ)
그래도 메마른 우리가슴에 한줄기 희망은
너에겐nationalgeographic을 보며
꿈꾸는 세상
나에겐 서른에 떠나는 유학
어쩜 우린 의도하지 않고 만날지도 몰라
세계 어딘가에서
너무나 당연스럽게말야
ㅎㅎㅎ
세상에 그런 우연이 존재할까
_
땅바닥에 온도계를 꽂으면 42도까지 올라간다는 곳에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덕아
너무 더운날이면
너와 시원한 콩국수가 생각나.
둘이 비벼먹으면 정말 시원해지지
집에오니 내방에 온도계를 내려놓으면 얼마나갈까
하는 의문이 든다.
덜덜덜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너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면서
너는 어디에 복이 들어서
나를 만났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ㅎㅎㅎ
뜬금없이 나중에 우리 둘이 웃기지도 않는 책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니가 나보다 사진도 잘찍고 글도 잘쓰니깐
우리라는 말이 무색해져서
그냥 그생각을
버려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