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nine Apr 20. 2018

가을

2010.09.26.

며칠 사이 갑자기 날씨가 급변해서는 쌀쌀하니 드디어 가을 네가 왔나 싶다.
뜨거운 여름날 견디며 네가 오기를 계속 기다리며 재촉했었지만 
막상 오고 나니 그만큼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네가 오고 난 며칠 뒤인 지금에서야, 
어쩌면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에서야,
미안하단 말 슬그머니 내뱉어 본다.

네가 왔으니 이제 다시 떠날 것도 알고 있고, 
또 언제 어디서건 만나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난 네가 좀 더 오래 머물었으면 좋겠다.
너 가게 될 때면 떠나는 즈음에 손 흔들어 보낼 수밖에 없겠지만.
앞으로도 잘 지내자고. 식상한 말이지만 진심 담아 슬그머니 내뱉어 본다.

오늘, 일찍 일어난 아침.
휑해진 날씨에, 휑해진 방안에 기댈 사람 하나 없이 가만히 있어보니
괜히 코가 근질근질한 것이 자꾸 재채기가 나온다. 

재채기, 가난, 사랑은 참을 수 없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힘든 것도 변한 것도 없이 네가 잠시 왔다 가는 것뿐인데 
그 쓸쓸함 참아보려 해도 참을 수 없어 자꾸 재채기만 나온다. 

에취.

작가의 이전글 철원으로 온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