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1. 06.
저녁 9시 30분. 일 년 정도 됐을까? 가볍게라도 매일 일기를 써야지 하는 생각에 알람을 맞춰놓고는 어제랑 별다를 것 없었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 무언가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하는 핑계... 이런저런 핑계 속에 매일을 살아왔다. 하지만 뭐든 다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새 해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으니 짧게나마 오늘을 적어보려 한다.
추운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기온이 슬금슬금 내려가더니 오늘은 영하 11도 며칠 뒤에는 18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물론 겨울과 추위가 함께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느낌이 들어 서울이 원래 이렇게 추웠나, 작년에도 이렇게 추웠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매 해 겨울 드는 생각일지도.
매서운 추위와 더불어 퇴근 시간 즈음에는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에는 눈 비슷한 것들만 만나다 이제야 진짜 눈이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반가운 마음으로 걷다 보니 눈이 많이 오던 어느 날들, 그 순간 함께했던 이들, 그리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잃어버린 사람들이 떠오른다.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 어쩌면 이 일기도 새 해 다짐이나, 매일 울리는 알람과는 별 관계없이, 때 아닌 옛날 생각에 젖어 쓰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한 없이 따뜻했던 사람에게 나는 얼마나 모질고 얼마만큼 차가운 사람이었던가. 노트 한 구석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은 어째서 혼자 남은 방 안에서만 적히는 걸까.
집에 돌아와 보일러를 먼저 켜고, 씻고, 밥을 먹고, 집안일을 좀 하다 보니 방 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추위 또한 가혹일 텐데 따뜻하게 살며 배곯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도 역시 미안하고 감사한 일이다.
추운 겨울 추운 날, 그리고 차가웠던 내 모습들 안에서 앞으로는 언제나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마무리해 본다.
올해도 새 해가 어김없이 돌아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