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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짱이 May 04. 2024

팀장이라는 자리

몸살과 함께하다

2024년 4월 15일 나는 팀장 보직을 받았다.

옛날말로 하면 계장이 된 것이고 공무원의 꽃이라는 팀장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공무원의 꽃인 이유는 실무가 아닌 검토를 하는 입장으로 업무의 책임이 조금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팀장 자리가 없어서 보직은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주말에 나와서 남은 업무를 정리하고 인수인계서를 쓰고 책상을 정리했다.

19년 동안 주무관으로써 직장 생활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웃는 날보다 힘들고 지친 기억밖에 없지만 그래도 사표를 쓰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온 내가 대견했다.


월요일 드디어 팀장 자리에 앉았다.

팀장이 처음이기에 어색함과 정신없음으로 일과를 보냈고 퇴근하면 집에서 쓰러져 자기 바빴다.

업무시간 8시간이 아닌 24시간 몸살기운을 계속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계속 채찍질과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팀장이 되어야 한다.'

'상사나 민원인의 질문에 정확하고 신속히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을 믿고 결재해야 한다.'

'막내가 직장생활을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4시간 이런 잔소리를 나에게 쏟아내니 몸이 안 아플 수가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리고 직원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냥 나인데 팀장인 나는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존재구나.

밥을 먹을 때나 이야기를 하다가 농담을 할 때도 조심하게 되었고 내가 하는 말을 자체검열하는 나를 발견했다.

앞으로는 친해지려고 가까이하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말자.

나의 과잉 친절이 직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나 스스로를 불편하하고 있으니


19년 동안 내가 지켜본 팀장님들은 편하게 있는 줄만 알았는데...

내가 그 자리에 앉아보니 또 다른 어려움과 불편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적당한 거리 유지와 적당한 참견(?)을 배워서 남은 직장생활을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모두에게 적당한 정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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