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Nov 05. 2022

과연 사만다와 루이스가 한 짓은 생고생일까

섹스앤더시티1 영화 리뷰

왜 항상 돌아보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친구들과 술과 대화로 깊은 밤을 지내던 시간과, 일이 잘 풀려서 하이라이트를 받는 시기가 동일하게 반짝이는지.

어쩌면 사람은 이제까지의 자기인생에서 성공의 총량보다 실패의 총량만큼 성장하는지도 몰랐다.


지난 달 요가 페스티벌을 가면서 미쉘은 본인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진학 전에 1년정도 갭 이어를 가졌으며 그 후로도 대학교에서 전공을 한 번 바꿨고, 일하고 있는 지금 역시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제서야 늘 그녀로부터 느껴지던 용감함이 이해가 됬다. 실제로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점프하며 찾아 온 사람.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미련 없이 선택하고 아픔보다는 미래에 집중하지 못한채 10년을 달려 왔는지.


지금은 방황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방황에 그 어떤 때보다 박한 시기다.

다들 안될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라고, 이제 지난하게 도끼를 열번씩 찍어보던 시기는 지났다고,

미련해지면 안되는 시기라고 한다. 늘 미련하게 앞만 보고 달렸고, 열정이 많아서 상처도 많았던 나는 늘 쉽게쉽게 가는 것 같은 타인이 부러웠다. 그래서 이번엔 나도 고생하기 싫어, 라고 쉽게 포기했던 몇년 전 그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지금까지 후회한다. 내 인생 전반에 걸쳐서 앞으로도 후회할 그 날이 아프게 맺혀 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루이스는, 사랑을 찾아 뉴욕에 와서 캐리의 어시스턴트가 되고, 다시 사랑을 찾아 고향으로 세인트 루이스로 돌아간다. 결국 자신의 사랑을 고향에서 찾았으니 그녀가 뉴욕에 온 건 그냥 다 돈낭비이고, 시간낭비일까? 서른이 넘도록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다가 서른 중반 즈음에 결혼을 한다면, 그건 어차피 할 일의 지연인걸까? 청소년이 진로에 대한 방황을 걸쳐 엄마나 어른들이 그러게 우리 말 들으랬잖아, 라고 훈수를 두어서 결국 그들이 말하는 바대로 따른다면 그 방황은 무의미해지는걸까?


전혀 아니다.

빠르게 결정하라는, 괜히 쓸데없이 시간낭비하지 말라는, 쉽게 가는게 최고라는 사회의 지배적인 목소리가 두리번 거릴 기회 자체를 빼앗지만 고민을 하고 두리번거리는 시간은 소중하다. 설령 고민 끝에 고민 전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를 단기간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유튜브를 보고 배울게 없다고 느끼고, 누구보다 고민하는 콘텐츠에 깊은 위로를 받는 거다. 어쩌면 그 두리번거리는 순간 사람은 가장 반짝이기에.

어차피 이렇게 될거 왜 그렇게 고민했을까 성찰했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하동쌤은 나에게 열심히 고민하고 있네요, 라고 했다. 그 말이 최고의 칭찬처럼 들렸던 건 고민이 어쩌면 나라는 사람의 자기 결정을 끝내는 내리게 한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지난 2년은 두리번거림과 방황, 고민,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 전부였던 시간이 맞다. 하지만 그 시간의 가치를 폄하하고 싶지도 않다. 사회도, 나 스스로에게도 그런 부분에 대한 자유권을 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 시간은 긴 터널처럼 끝나지 않는 우울증과 같기도 하지만 끝내 이겨낸 이들은 그를 종결하고 자기결정을 내리니까.


그렇게 자기결정을 거듭한 사람들은 사회가 일단편적으로 "순리" 라고 생각하는 것에 딴지를 걸어볼 수 있게 하는 강한 자아와, 의지를 가지고 하고

갈림길의 순간 자신 안의 나침반과 이제껏 그려온 별 지도를 바탕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한 인간은 스스로 "살아 나아가는 사람"이 된다.


몇년이 지나도 빛나는 그녀의 용감함


매거진의 이전글 제시 인생드라마 리뷰-로맨스가 필요해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