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Apr 23. 2023

사실적인, 너무나 사실적인

이 책은 책 자체의 내용에서 정보를 얻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명징하게 질문하는 책입니다. "마냥 멋져"보이는 스타트업 대표의 삶, 어쩌면스타트업 대표에 범주를 가두지 않고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한 삶을 사는 모든 사람의 진면목을 낯낯히 보여주며 너도 이런 삶을 정말 살고 싶느냐고 책을 끝낸 순간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건네게끔 하는 책. 아, 물론 그래 나 혼자만 인생이 지긋지긋하고 지난하지만은 않구나라는 것을 보여주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강한 사람이든 약한 사람이든 시련은 똑같이 오고, 그 시련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을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강해서 강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연약한 인간이지만 강해지기 위한 선택을 하는 순간 사람은 아주 조금씩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정해 나가는 거죠. 내가 원하는 춤을 추겠다고 칼날 위에 서는 무희는 똑같이 연약한 사람인지라 칼날 위에 서서 바들바들 떨수도 있고 아파서 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잠시 칼날에서 넘어질 지언정 자신의 소망에 대해 뭉뚝해지지는 않습니다.


이가희 대표는 묻고 있습니다. 헐빈한 지갑사정을 버텨내고 싶느냐고, 하지만 청계천의 점심시간에 우울하게 다시 돌아가는 회사원들과 달리 자유로운 바람을 느낄 수는 있다고. 정말 그런게 하고싶은 건가요?

동시에 이 책은 내가 이만큼 힘들었다와 개인사업자가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는 책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성을 누리는 것과 현실의 고단함을 버텨내는 것은 항상 선택에 있어서 같은 위계를 가집니다. 그걸 보여주는 책이자, 같은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흔들림을 공유하는 책입니다.


사실 회사 밖에서 일하든 회사 안에서 일하든, 타인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와 멋져요" 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좋기도 한데 멋지다는 말을 들을 때 나를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못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참 얄팍하게 들릴수도 있고요. 반대로 저는 주위에 대기업 다니는 분들도 많아서, 대기업 안정적이고 좋겠다/하는것만 하는 포지션이지, 라는 말도 참 얄팍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까요. 물론 팀바팀이긴 한데 빡센데는 대기업 거기만한 야생도 또 없습니다.


요새는 별로 신경안쓰는데 정확하게는 신경쓸 시간이 없는데 외국계 기업과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감사하게도 멘토링의 기회나 인터뷰의 기회를 받았습니다. 제 생각을 공유하면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과분하지만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제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이건 하등 멋진일이 아니라고요.

제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주는 정말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한주였습니다. 갱년기 부모님과 싸우듯 통화하며 1차 현타에 고객과 통화를 n개 하고 미팅을 하고 아직도 채워야 할 타겟은 남아있고 개인 프로젝트와 개인 공부도 한가득 밀려있었고 필라테스와 요가 레슨을 한주 내내 캔슬로 채웠습니다. 지방 고객사를 다녀오고 할일좀 하고 상담을 받다 보니 시간 약속을 안지키는걸 죽어도 싫어하는 저는 스트레스를 또받고, 써야할 리포트는 3개정도 남아있었고 이렇게 산지 몇주쯤 됬는데 한창 일해야 할 2분기이니 참아내는 요즘입니다. 주말에 또 한번일찍 일어나지 못했고 기절하듯 탈진해서 누워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후 4시였는데, 와중에 집은 난장판이고 팀 워크숍으로 싫어하는 술을 억지로 많이도 마신 탓에 50kg까지 감량했던 체중이 2kg 가량 늘어서 또 72시간 절식을 하고 있는데요. 겨우 일어나 남산 하이킹, 달리기를 하고 겨우 얻은 피톤치드로 밀린 설거지와 옷정리와 빨래를 하고 집 주변 코워킹 스페이스에 앉아 급한 일들을 처리하니 현재 시간이 밤 11시 45분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만났던 멋진 사람들은 그런 지난한 순간을 멋지게 넘길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있어서 제가 힘든 순간 악에만 받치지 않고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합니다. 너무나도 용기있게 자신의 사실적인 이야기와 경험담을 나누며 이가희 작가님이 질문을 던졌으니, 저는 대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와, 어떤 삶의 자세를 원하는지 말이에요. 그리고 누구에게나 X같은 순간은 오는데, 나의 건강한 대처방법은 무엇일지. 어쩌면 한마디 한문장으로 그 대답은 끝나지 않고 삶의 평생에 걸쳐 해냄으로서 증명하며 대답해야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질문의 답은 항상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 흔들릴지언정 포기하지 맙시다. 너무 힘들어도 다들 잘 버텨봤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이 순간 살인적인 스케쥴과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는 저 자신에게 가장 강력하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트렌드의 파도가 계속해서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놓치면 다시는 못돌아올수 있을거 같기도 하지만 그냥 지쳤을때는 좀 쉬다가 그 다음 파도에 올라타면 된다고 합니다. 내 삶의 어려움과 흔들림을 직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단단한 발붙임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볼 시야도 함께 갖출수 있다고 믿습니다. 진짜 너무 힘든데 그래도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도 해내는" 그 순간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야되는" 여러분 진짜 힘내시고요, 진짜 사는게 쉽지가 않네요. 근데 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히려 해볼만 하지 않나요. 억울하게 나만힘든거도 아니고 말입니다.


위로와 힐링 일변도의 이 비문학 흐름 속에서 반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말 그런 인스타 손글씨 카드뉴스 자기위안으로 위로가 되면 우리는 계속 위로 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뭔가 마음 속에 허한게 있고 자기 명제가 필요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게 되니까 계속 떠다니는거 같은거 아닐까요? 그 답은 다들 스스로 알고 있잖아요. 정말 행복하면 애초에 타인과 주변상황에게서 위로를 구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현실을 명징하게 보고, 용기를 내서 공유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가는 시작입니다. 그 시작을 포기하지 말고, 하나씩 본인 인생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풀어나가 봅시다. 우선 해내고 나면 힘들긴 해도 어렵진 않은 것들도 있으니까요. 이 책의 내용의 말마따나, 때론 그냥 해야하는 것을 해야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