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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Nov 30. 2024

좋은 시니어와의 대화는 좋은 약을 먹은 것과 같다

건강하고 씩씩한 기운이 며칠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0. 최근 우선순위와 목표가치기준을 재정립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내 주변의 지형지물이 변하고 내 입장이 달라졌기에, 앞으로 기준삼아 달려나가야할 매트릭스와 Mesurement를 재조정해야 하는 것도 있고. 어떤게 적합한지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 내가 잘해왔던 것을 일부 덜어내고 새로운 상황속에서 새로운 가치기준과 평가로 나를 정의해야하기에 당연히 새 매트릭스 속에서 순간적으로 나라는 벡터가 낮은 밸류를 기록하게 되는데, 거기서 오는 취약성(Vulnerability) 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은 선형대수가 아니라서 이것보다 더 복잡하겠지



0-1. 예전에는 내 주변 상황이나 입장이 변함에 따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아직도 아이로서, 20대 풋내기로서, 대학생으로서의 기준으로 (이제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의사결정을 하기도 하고,

고집부리기도 하면서 참많이 아프기도 하고 주위를 아프게도 많이 하며 잃기도 많이 잃었다.

그래도 30대 입성했다고 메타인지력이 올라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고민을 하도록 깨우치게 되어서 다행이다.


1.  동시에 내가 보지못하는 것을 말해줄 좋은 선배, 좋은 시니어들이 지금 현재 내 옆에 많아서 더 다행이고.

조언해줄 선배가 갈급해보았던 사람은 알고 있다. 모든걸 다갖춘 완벽한 신입은 희소하고, 십 몇년동안 정직하고 탄탄한 길을 걸어온 선배는 몇배로 더 희소하다.


1-1. 지지난주에 만났던 글로벌 헤드와의 Fireside Chat (스몰 그룹으로 이루어진 패널 디스커션 또는 1: Small group 톡, 주로 글로벌 회사들의 리더/헤드들과 직원들과의 허심탄회한 캐주얼 대화의 장을 지칭함) 에서 헤드는 "아웃소싱은 중요하고, 적합한 사람에게 아웃소싱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고 했다.


조언을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언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내 문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백그라운드나 고민을 전혀 공감할수 없거나 나에게 조언이 아닌 본인하고싶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봤자 정신건강에도 안좋고 시간낭비고 감정도 더 상한다.


2. "자기 기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했던가.

어떻게 보면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전혀 다른 타임스탬프에서, 전혀 다른 상황 안에서, 서로 일면식이 없는 선배들이 나에게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뼛속에서 스스로 긍정을 길어내는, 그 특유의 정진하는 배우고싶은 에너지로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거다.


2-1. "제시님 자기 기준이 중요한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래요. 부모님은 앞으로 점점 더 내가 생각하는 거랑 멀어질 테니까." - 2024년 10월, N


2-2. "스스로 먼저 정해야되요. 내 목표를 일단 크게 정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지금 현재 이 조직 이 포지션에서 뭘 할지 주체적으로 그려 나가면 조직이 어쩌든 상관 없거든요. 어쩌든지 상관 없고 내가 정한 선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아요. 중심은 나기 때문에." -2022년 9월, J


2-3. "회사가 변했냐 보다 내가 더 변했다고 느끼고, 그게 더 크다. 기준은 나다. 내가 먼저 목표를 정하고 그 마일스톤에서 뭘 얻어갈지 정하는 거다. 조직이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변했는지보다, 지금 내가 동기부여를 가지고 해볼 무언가가 있냐, 그게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 그런 결론이 났으면 그때부터는 이게 괜찮은 선택인지 고민은 그만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금의 선택이 괜찮았음을 증명할건지 고민해야한다." - 가장 최근의 1:1


2-4.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는 건 없다. 결국엔 자기 기준인데,

너도 자기 기준이 확실한 사람 아니냐 라는 평가를 종종 받지만 사실은 나도 이걸 잘 못한다.

나라는 사람이 주변 상황의 다이나믹이 변하는 것에 예민하기 때문엔데, 날카롭고 예민하고 빨라서, 일단 그 변화를 감지하고 나면 넥스트를 세우기보다는 거기에 계속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느낌.


최근의 대화들로 느낀건, 항상 역동적이고 변동적인 환경에서 (어쩌면 앞으로 더더욱 변동성이 높아질 그 안에서) 내 거를 스스로 계속 그려나갈수 있는 힘이 있어야된다.

어차피 조직은 계속 변한다. 환경도 계속해서 변할거고.


3. 지난 10년간 느낀건, 1) 경력이 가장 활발하게 꽃피울 시점은 40대 인데, 

2) 그 40대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30대 로 대부분 결정이 되며, 

3) 사실상 인생의 대부분은 30대 에서 모양이 이루어진다 라는 거였다.


좀 있으면 나도 서른이 되기때문에 지금 이것저것 인생을 재정립 하려고 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이제부터는 내가 다 결정하는 거다. 부모의 영향권이 가장 강한 10대, 그 영향력이 아직 큰 차이를 만드는 20대와 다르다.



4. 주위에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안다라고 해도,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한번 더 aspiration 을 불어넣어주는 건 또 다르다. 어떻게 해야할지 안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실현하며 행동하긴 어려운데, 해보면서 깨쳐봐야 한다. 애초에 행동하며 깨치기 전까지는 그걸 정말 안다고 하기 힘들기도 하고.


안다고 해도 살다보면 수많은 유혹과 혼돈에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든데, 내가 알고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숨을 불어 넣어주고 실현하며 살아나갈수 있게 도와주는 건 결국 내 주위의 좋은 사람이었다.


4-1. 최근의 1:1 과 경험들로 내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지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과거가 어땠든 간에 나는 지금 좋아하는 기술업계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가고 있고, 커리어를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기에 더 큰 도약을 위해 충분히 노력해볼 시간도 있다. 가치있는 삶을 살겠다는 갈망은 넘치는데, 이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던 20대를 생각해보면 사실 지금 힘든건 그다지 힘든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왕왕 한다.


내 고민이 너무 중요하게 느껴졌다 보니 좋은 약같은 이야기를 해주신 세 분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충분히 못한거 같은데 비겁하게도 이 글로 대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대뜸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정말 진솔하게 들어주고, 본인의 이야기도 나눠 주고, 내 스스로 뭐가 필요한지를 몰라 먼저 청하지도 못했는데 차분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나를 수렁에서 꺼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더 좋은 에너지로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나에게 불필요한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덧칠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스스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내는 힘을 길러내 좋은 방향으로 팡팡 나아가기에도 모자란 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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