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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평한 미아 Dec 11. 2021

나는 최적화되어 살고 있는가 (나도 해봤다 MBTI )

그리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를 위해

MBTI 검사, 사실 처음은 아니다


스무살 때 대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MBTI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 입학 하자마자 학교에서 주관해서 한 번, 1년 후 쯤 개인적으로 학교 상담실을 찾아가서 추가로 해봤다. 당시에는 MBTI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있지 않을 때이기도 했고, 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때여서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겼었다. 

=> 당시 나온 결과는 ENTP


그동안 나는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스스로에 대해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막상 이직준비를 하려고 하니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전혀 몰라 막막했다. 그래서 목표를 잡을 수도 없었고, 이직 준비도 계속 헛바퀴를 돌며 제자리 걸음 중이었다. 2022년은 다가오는데, 다들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했고, 자신감은 자꾸 떨어졌다. 

 

올해가 너무나 힘들었기에 이 시간이 빨리 가고 2022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가오니 초조해지는 모순적인 나의 마음.


그러던 중 이런 쪽(심리, 사주, TCI  등 각종 테스트)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블로거를 찾았고, 검사를 받고 와서 나에게도 추천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흥미만 있는 정도였는데, 상담일지를 보니 나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과연 나는 최적화되어 살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FB/INS 광고를 운영하면서 최적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때여서 최적화라는 키워드를 내 삶에도 적용해봤)다. 


5년간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힘든 순간들이 많긴 했지만 현재는 꽤 안정적이고 '그리 나쁘지 않은' 무난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70% 정도의 만족일 뿐 90-100%의 만족과 즐거움은 아니었다. 물론 100% 만족이란 것은 없겠지만, 지금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삶이 내가 찾는 답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다음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 나에 대해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내 성격이 어떻다거나 유형을 확정짓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는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마음 속으로 추정은 있지만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작아진 나를 위해.





내가 되찾아야 하는 나의 모습은..?


상담 전에 온라인으로 테스트를 해서 제출했다. 그 결과는 상담사님이 그냥 참고만 할 뿐, 3시간 동안 대화하고 여러 질문에 답변하면서 하나씩 내 유형을 찾아갔다. (온라인에 흔히 알려진 것처럼 유형을 특정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능,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에 8기능까지 다루며,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점이 약한지, 어떤 건 무시해도 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상담 전에 나는 자신을 I 유형으로 예상했다. 사회생활 하면서, 특히 작년의 일시적인 우울증과 올해 오랜 연인과의 이별, 회사에서의 갈등과 수많은 직장 동료들을 떠내보내는 시간을 겪으며 위축되고 안으로 파고들던 나를 계속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 결과는 놀랍게도(?) ENTP. 스무살 때 했던 것과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흔히 말하는... 또라이...?


상담 결과에 따르면 나는 발산적인 아이디어(나의 주기능 Ne)를 펼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적극적이며, 에너지가 많아 열정적이고, 실패해도 복기하고 분석하고(부기능 Ti) 덕분에 금방 회복하고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아 나서고, 독립적이면서도 협업적인 사람이다. 대신 세세한 것을 살피는 것을 잘 못하고, 복잡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나 반복되는 업무는 싫어한다(나의 열등기능 Si).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회사가 직원 30명에서 70명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점점 체계화되고 절차가 복잡한 업무가 많아지면서 나에게 '안 맞는(회사가 틀린 것이 아닌)' 조직이 된 것이다. 


상담사님은 지금의 바뀐 회사 분위기라면 이직이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누구든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즉, 나의 고유한 강점과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자신감을 회복했을 때 단점을 보완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못 하는 것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에게 맡기라는 말도! ㅎㅎ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길..)


결론은, 나는 (되든 안 되든) 다양한 것에 시도하고 도전하고 제안하는 일을 해야 최적화가 되는 사람!






MBTI 상담 자체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고, 나 자신에 대해 더 긍정하게 됐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MBTI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유형의 틀에 가두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나에게 맞는 것만 하겠다는 편향된 생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나에게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직준비를 하면서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찾아보는 중이다.



내년을 준비하며, 이직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새 다이어리를 샀다. 평소에는 노란색, 다홍색 같은 알록달록한 다이어리를 샀는데 이번에는 새하얀 표지의 다이어리를 시작했다. 백지에 꿈을 그려나가듯, 새하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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