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카페에 가는 길이야.
내리던 비가 그쳐서
오늘까지만 울 거라는 다짐을 했어.
나갈 때마다 이리저리 비추어보던 거울을 외면한 채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지 않고서
모자 하나 눌러쓰고 문 앞에 서있기를 몇 번...
마침내 며칠 동안 나가지 않던 현관을 지나
나의 발걸음은 우리가 함께 갈 것을 약속했던 공원에 가는 길이야
길을 걷다 문득 바닥에 고인 물이 흐르는 곳에
눈길이 갔어.
노란 은행 나뭇잎이 떠내려가는데 마치
니모들이 줄 지어 헤엄쳐 내려가는 것 같더라.
그래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널 잊을 수 있는데,
밖에 나오길 참 잘한 것 같아.
길을 계속 걷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어.
길을 걸으며 듣는 것도 좋지만, 카페에서 여유롭게 즐기면서
흥얼거리고 싶은 노래야.
그래 이런 우연찮은 것에서도 널 잊을 수 있는데,
밖에 나오길 참 잘한 것 같아.
비가 갠 후 비를 감싸 안은 흙에서 풍겨오는 내음새가 난 좋아.
무언가 형용할 수 없어도 그 포근한 냄새가 좋아.
그래서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는데, 덩달아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것만 같아.
그래 이런 일상적인 것에서도 널 잊을 수 있는데,
밖에 나오길 참 잘한 것 같아.
너와 자주 갔었던 카페를 마주할 순 없더라도
인근의 아무 카페나 들어가서 너를 상상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계속해서 길을 걸었어.
너무 좋아 지금 이 순간이.
네가 더 이상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지금 카페에 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