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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Oct 06. 2017

4가지 없는 세상, 책이 답이다

헬조선 보고서 2

싸가지 :
'싹수(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의 방언. 그러나 '예절'이나 '버릇'과 같은 의미로 더욱 많이 쓰인다.


4가지 없는 세상이다. 부장과 대리, 선임과 후임, 교수와 대학원생, 고객과 직원, 대기업과 하청업체, 공무원과 국민, 어디든 그렇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해 화부터 내고,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해 불만만 많아 보이며,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자꾸만 예전 생각이 나고, 해야할 노력을 하지 않 일을 떠넘긴다. 갑에 대한 이야기지만, 을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위로는 격하게 눈치를 보며 2~3가지를 챙기지만, 그 때문에 피곤서 그런지 아래로는 다시 4가지를 잃는다. 우리는 이들을 '꼰대'라 부른다. 그리고 이들이 지난 글에서 말한 '일하지 않는 갑'이자, 헬조선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에게 너무 많은 힘이 쏠렸고, 적절히 통제되지 못해 이 지경이 되었다. 훌륭한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어 이를 견제해야겠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 우리의 문화와 의식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엔 다른 이야기다.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1/3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며, 1년 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놀라운데, 아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독서율(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사람의 비율)은 OECD 평균과 비슷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책을 읽는 간헐적 독자의 비율이 매우 높고, 책을 자주 읽는 습관적 독자의 비율은 밑바닥이다. 또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독서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국민들이 책을 거의 읽지 않으며, 나이가 들수록 책을 더욱 멀리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OECD 국가 독서실태·정책 비교 ①] 우리나라 '습관적 독자' 가장 적다, 내일신문, 2016.03.07
글은 본질적으로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쓰인 글들은 인간학이고, 세상학이다.
<나이 서른에 책 3,000권을 읽어봤더니>

책을 읽지 않아서 4가지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4가지 없는 세상엔 책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누군가의 깊은 고민과 생각이 아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작품이고, 독서는 이를 이해하면서 함께 고민해보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그 결과 자기만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된다. 

타인에 대한 이해

책을 읽으면 타인의 입장에 서 볼 수밖에 없다. 다른 이가 겪은 상황을 생생히 체험하고, 그들의 짧지 않은 생각을 비판적으로 따라가보게 된다. 그는 왜 거짓말을 했는지, 그녀는 왜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갔는지. 평소엔 분노를 하거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독서를 통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이해하게 되면, 배려하게 되고, 존중과 연대의 가능성이 열린다.

나는 누구인가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의 상황에서 어땠을까, 나는 왜 그녀의 주장에 반감이 들까. 다른 이의 삶과 생각은 나의 본질을 비춘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자아을 만난다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는 좀 더 너그러워지고, 다양해질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이해

책은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편견이 바로잡히고, 무지가 사라지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의 위치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 강력한 관성의 힘을 이겨내고 좀 더 합리적인 세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타인을 이해하며 나를 알게 되고, 세상을 알게 되면, 결국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게 된다. 이것은 개개인의 주관이 되고, 가치관이 되고, 삶의 목적이자 방향이 된다. 그러면 비로소 우리는 각자의 다양한 장기적 목표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자신만의 행복론을 찾아 나가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이동진 독서법>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모두가 책을 읽는다고 현자들의 유토피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책을 많이 읽게 될 때, 서로를 존중하며, 더 다양하고,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되어 싸가지가 충만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제 막 애독자가 된 사람으로서 섣부르고 오만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책은 읽다보면 습관이 된다. 처음에는 지루하고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책을 읽고, 그 위대함과 유용함에 빠지게 되면 계속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태가 된다. 있어 보이고 싶든, 호기심을 해소하든, 고민에 답을 찾든, 상처를 위로 받든 읽고 싶은 것을 찾아 읽어나가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책이 좋다는 건  안다. 본질적인 문제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독서할 여유조차 없는 세상의 해결방안으로 책을 읽자고 하다니.. 헬조선 탈출이 이렇게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인이 책을 읽는, 만인이 지식인이 되는, 만인이 싸가지가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그럼 할 일 없는 나는 책이나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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