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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저널 Nov 02. 2020

About a Father - 오늘의 패션 편

패션을 키로 제 2의 전성기를 일궈가는 아저씨즈의 젊고 노멀한 이야기

패션은 기본, 그림과 음악 등 여러 라이프 스타일에서 멋을 가꾸어가는 시니어 패션모델 ‘아저씨즈’를 만났다. 흰머리가 무성한 그들의 표정에서 연륜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닌 어린아이가 보였다. 패션을 키로 제2의 전성기를 일궈가는 아저씨즈의 젊고 노멀한 이야기. 




언젠가 다시 그림을 그릴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패션 덕분에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찾아온 거 같아요.

이건화 / 그림 그리는 모델


‘아저씨즈’를 이끄는 정현 대표는 늘 우리에게 패션 이외도 다양한 걸 해보라고 권해요. 한 번은 ‘건화 선생님, 닉 우스터와 같이 유명한 시니어 모델 그려보는 건 어때요’ 제안하더라고요. 제가 그림을 전공했거든요. 처음에는 망설였죠. 붓을 놓은지 너무 오래됐으니까. 용기를 쥐여짜내 인스타그램에 그의 그림을 올렸더니, 글쎄 닉 우스터가 맞팔을 한 거예요. 지구 반대편에서 제 그림에 반응해주니 놀라우면서도 신이 났죠. 그 이후부터 다른 시니어 패션 모델도 이리저리 찾아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태리 패션 모델 ‘알렉산드로 스쿠아르치’를 그렸어요. 이 다음에는 ‘지아니 폰타나’를 그려볼 계획이에요. 언젠가 다시 그림을 그릴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패션 덕분에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찾아온 거 같아요.





‘음악은 국경 없는 언어’라고 하잖아요.
어른들의 놀이 문화에 등산이나 당구 말고 음악하는 문화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홍인국 / 음식점 운영


저는 뭔가 하나에 빠지면 유난히 깊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패션은 이전에 구두 사업을 해서 자연스레 관심이 많았고, 아이스하키나 트럼펫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즐기고 있지요. 트럼펫에 대한 열망은 중학교 때부터 있었어요. 알랭 드롱 주연의 ‘태양은 아득히’ 삽입 곡 중 트럼펫 소리가 너무 영롱해, 언젠가 꼭 한번 직접 연주해보고 싶었죠. 50대가 되어서야 트럼펫에 입문해, 지금은 ‘용인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공연을 하기도 해요. ‘음악은 국경 없는 언어’라고 하잖아요. 어른들의 놀이 문화에 등산이나 당구 말고 음악하는 문화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60세 넘어서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 생각이 들게끔 선봉장이 되고 싶어요. 참, 나중에는 꼭 한번 춤도 배워보고 싶어요. 패션쇼에서 팝핀 추는 게 제 꿈이거든요. (웃음)







최근에는 틱톡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영상으로 챌린지 하나씩 따라 해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정우 / 인형 만드는 할배 모델


요즘같이 SNS가 대세인 시대에 오프라인 활동만으로 시니어 모델 입지를 다지기란 쉽지 않아요. 온라인에서 나를 어필하는 게 중요하게 됐죠. 하지만 저희는 여태 살아온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트렌드를 받아들일 때 약간 당혹스러움이 있어요. 사고의 전환이 무척이나 필요하죠. 그럼에도 계속 시도해볼 수 있었던 건 SNS가 지닌 소통의 힘 덕분이에요. 과감한 패턴이나 컬러 그리고 그에 걸맞은 포즈를 잡아 업로드했더니,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거든요. 자신감이 생겨 해시태그도 달아보게 됐고요. 최근에는 틱톡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영상으로 챌린지 하나씩 따라 해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물론 젊은 친구들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더디긴 하죠. 하지만 인스타그램 처음 배울 때에 비하면 훨씬 나아요.







은퇴 이후에는 안방 늙은이로 전락하기보단
오히려 현역 시절보다 더 멋있게 살고 싶었어요. 




지성언 / 차이나다 공동대표, 패션 칼럼니스트, 중국인민일보인민망 한국지사 고문


은퇴 이후에는 안방 늙은이로 전락하기보단 오히려 현역 시절보다 더 멋있게 살고 싶었어요. 갑작스레 은퇴를 하고 나면 명함이나 직위가 사라지니 스스로 초라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은 세월을 그간의 경험과 교훈을 나누는 '인생 2막'을 살고 싶더라고요. 중국에서 상사 주재원과 패션 법인장으로 지낸 30년을 돌아보니 '중국'과 '패션'이라는 두 가지가 남았어요. 한국에 돌아와 중국어 교육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고, 요즘은 패션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기도 해요. 작년에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책 '그레이트 그레이'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패션은 단순히 옷 잘 입는 것을 넘어 평소 식습관과 운동에도 신경 쓰면서 건강하게 살려는 애티튜드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이제는 100세 시대잖아요.  환갑 넘었다고 당장 죽는 거 아니니까, 남은 세월을 '패포자'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찢어진 청바지도 입어보고 백바지도 도전해 봤으면 좋겠고요. 이 나이쯤 되면 이제 남 눈치 안 보고 맘껏 멋도 부릴 수 있는 시기 아닌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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