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use me~ Housekeeping~!" (실례합니다, 하우스키핑입니다!) 라는 말과 노크로 시작되는 청소. 객실 내 손님 투숙 여부를 확인하고 조심스레 문을 연다. 체크아웃한 방 하나당 최대 25-30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객실 문 하나를 열 때마다 최대한 손님이 사용하고 간 방이 깨끗하기를 바라며 문을 연다. 드르륵... 전 고객님이 사용하고 떠난 방은 술냄새, 사람의 체취, 과자 및 라면냄새 등 온갖 것들이 뒤섞여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나 나의 할일은 방청소. 자 가보자...
# 1. 팁(Tip)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객실 문을 열고 침대 시트를 갈러 침대로 향한다. 침대 하나당 놓인 소중한 1달러. 2베드에 엑스트라 1베드가 추가된 방이라면 총 3달러의 팁이 놓여져 있는 셈이다. 고객이 팁을 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부도 사람인지라 팁이 있고 없고에 따라 몸이 움직이는 템포가 다르다. 뭔가 침대도 더 각을 잡게 되고, 머리카락 한올도 더 유심히 보고 치우게 된다. 물론 팁이 없는 방을 대충 한다는 뜻이 아니라, 돈의 크기에 관계없이 하우스키핑 청소부를 인지하고 있다는 고객에 대한 감사함이 가장 클 것이다. '아, 나도 내 일에 대해 인정받고 있구나', '누군가는 알아주는 구나'. 물론, 그 1달러를 놓는 의미가 모두 같은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모두 차치하고, 중요한 건 1달러 그 자체다.
# 2. 쉬운 일은 없다
어떤 일도 쉽고 어려운 것은 없다. 새로 접하는 모든 일은 어렵고, 일이 손에 익어 쉽다고 할 때쯤, 예상치 못한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 그 일을 어렵게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일을 해야 할 명분과 이유가 명확하고 또 절박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는 그 일을 해낸다. 멈추거나 주저함은 없다. 고객들이 체크인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체크인 하기 전 끝내야 할 청소 시간도 정해져 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땀 닦는다고 쉬어버리면, 고객들은 그 시간만큼 로비에서 대기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시간을 기록한다. 청소한 방에 들어가고 나오는 시간, 한 객실마다 청소하는 데 소요된 시간, 그리고 그 모든 청소시간을 합쳐서 내가 오늘 일한 시간. 그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 3. 사용한 흔적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고객이 떠난 객실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얼굴과 성향이 마치 떠오르는 듯 하다. 쓰레기통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이 뭘 먹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놓여진 베개 위치만 봐도 그 사람의 자는 습관과 자세를 유추할 수 있다. 캐리어가 놓여진 방법만 봐도 이 사람이 성격이 급한 사람인지 아니면 꼼꼼하고 섬세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사람은 드러난 행동으로 증명된다. 말과 행동, 그것은 곧 자신의 성향과 생각에서 비롯된다. 곧,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의 고유한 정체성(Identity)을 지키겠다고 지나치게 내면, 속만 강조하는 것보다, 때로는 외형으로 드러나는 나의 모습도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