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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 Jan 02. 2024

코타키나발루, 4박 5일 가족여행의 3가지 깨달음


1. (때로는)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

2023년 12월 한겨울, 그 어떤 겨울보다 춥고 매서운 칼바람을 선보이던 한국의 날씨는, 인천공항을 떠나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내려서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후덥지근하고 끈적한 한여름의 날씨로 순식간에 변모했다. 꽁꽁 싸매고 움츠리던 몸둥아리는 어디 가고, 반팔 반바지 쪼리 3종 세트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른하다 못해 게을러진 몸을 이끄는 내 모습을 보노라니, '참,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구나'. 서비스가 느리고 여유로운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을 뭐라고 해선 안 될 것 같다.


2. 말레이시아 국적을 위장한 제2의 제주도(?)

장정 6시간 비행기 시간, 드넓은 태평양과, 길고 긴 줄의 입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나온 이곳. 입국장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온갖 패키지 여행사의 한국어 남발, 한국인 가이드,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이 전부다. 외국인이라곤 관광객의 택시를 태우기 위해 호객행위하는 드라이버를 제외하곤 일절 보이질 않는다. 여행을 하는 중에도, 시내 한복판에서도 한국어 간판으로 된 한국 식당, 타이 마사지, 카페 등이 눈에 종종 들어온다. 이곳이 한국인가, 말레이시아인가. 해외여행인지, 국내여행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 친절하고, 편하다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에게 한국인이 어떻게 보였을 지, 어떤 평판을 쌓았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한국인을 대하는, 그리고 나를 대하는 곳곳의 직원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흡사 우리나라 시골에 갔을 때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의 풍경과 같아 괜스레 친숙하고 편하다. 분명 해외여행인데, 전혀 불안하거나 낯설지가 않다. 말도 안 통하는 택시를 불러도, 누구 하나 운전을 과격하게 하거나 무뚝뚝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심지어 영어도 잘하고, 중국인, 말레이시아 사람 등 국적과 인종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따스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보니, 관광지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친절했던 사람들, 그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Justin's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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