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엉덩이가 무겁다
이유가 거창한 사람들은 행동에 옮기기 위한 계획과 준비도 어마어마하다. '미국에 가서 공부 한번 해보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있고, '미국에 가서 박사를 따고, 취업을 해서 실리콘밸리에 취업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가 이미 있고, 미국은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 도와주는 환경에 불과하다. 한 번 가 보는 거고, 가 보고 생각과 다르다 싶으면 언제든 돌아올 유연성이 있다.
반면 후자는 어떨까. 미국에 가기 위해 박사를 따려면 일단 돈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할 길부터 찾는다. 석사까지 공부만 해 온 이 사람은 어떻게 돈을 마련할 지 앞길이 막막하다. 학비를 지원해 주는 미국 학교를 찾으려 하니, 막상 합격증과 학비를 모두 대 주는 학교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박사 졸업장을 따기도 전에 어디에 취업할 지부터 생각한다. 박사가 목적인지, 취업이 목적인지도 불분명하다. 둘 중 어떤 것 하나도 미끄러지면 미국에 간다고 마음먹었던 그 선택은... 실패다.
2. 남들 이야기만 듣는다
내 머릿 속에서 나온 '나의 이유/동기'는 싹 무시하고, 남들이 내 생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부터 물어본다.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 애인에서부터 부모님, 선생님, 교수님 등 평소 안면 트고 지낸 모든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좋은 의견, 충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가장 처음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이유들은 하나둘 잊혀지고, 오로지 남들이 '아니야', '걱정돼', '되겠어?', '멀리 봐' 하는 따위의 충고들이 머리 속을 헤집어 놓는다. <한다, 안한다> 가 아니라 <될까, 안 될까>가 앞서고,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그것을 해야 하나>로 바뀐다. <Positive에서 Negative>로, <Yes or No에서 Right or Wrong>으로 바뀐다. 내 생각이 옳다, 그르다의 잣대를 대는 순간, 그 생각의 중심에 '나'는 사라진다. 가장 중요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내 주변의 많은 목소리'들로 가득채워지는 인생의 가장 불행한 순간이다.
3. 된다보다, 안되는 쪽으로 끝난다
결국 그렇다. 무거운 이유가 나를 짓누르면, 가장 처음 '된다'로 시작했던 나의 확신이 점점 '될까?', '과연?', '에이...' 순으로 나약해진다. 적군이 내 앞에 있으면 총을 쏴 죽이고 전선을 올릴 생각을 해야 되는데, 적군이 있으니 <나는 빨리 후퇴하자, 죽은 척 하자, 어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자>가 먼저 떠오른다. 피하고, 숨고, 도망친 자에게 돌아오는 칼날은 결국 '포기'라는 성적표다. 대학시절 받았던 B+, C 학점도 아닌, 바로 F학점. F학점은 수업을 안 들으니만 못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최악의 평가다. 결국 인생 최악의 평가를 받는 것이, 바로 '무거운 이유'로 시작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포기의 삶'이다. 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이유'라도 갖지 말던가.
차라리 생각이 없는 편이 낫다
생각이 많으니 이유를 생각하고, 동기부여를 가진다. 뭘 해 보려 하니까 자꾸 못한 것이 생기고, 못한 것들이 쌓여 포기하면 후회가 남고, 못 이룬 것들의 과오가 쌓여 매년 마지막 날 나에게 '실망'만을 안기곤 했던.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이유도, 동기도, 원인도 다 버리고. 내가 왜 움직이는지, 내가 왜 이러는지도 생각하지 말자. 그냥 움직여라. 몸이 이끄는 대로, 발길이 이끄는 대로. 그것만큼 가벼운 몸놀림이 또 있을까. 때론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삶이 최고의 지름길일 때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