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벗어나지 못해
여행의 목적은 내가 윈하는 것을 찾아보고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만의 경험을 하자는 것이었다. 여행의 3분의 2가 지나간 시점의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중간 평가
나만의 경험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폴란드로 날아갔다. 파리 경유 후 폴란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의 유일한 동양인. 여행의 시작부터 내가 생각한 그림이 딱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진짜 나만의 경험을 해야 했고, 나에 대해 더 생각을 할 시간들이었다. 허나 어느새 동행을 알아보게 되고, 정보의 출처는 네이버의 블로그가 되었다. 나만의 경험을 윈했으면서 남들이 좋다는 곳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 대분이 그렇게 흘러갔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많은 생각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의 일정을 정하고 오지 않은 터라 이동 중엔 일정 계획과 버스, 숙소 예약을 해야 했다. 하염 없이 걷는 중에도 타지에서 홀로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느라 정작 해야 할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그나마 짧막한 글을 적고있을 때가 생각이라는 것을 조금은 하고 있는 순간이다.
청개구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청개구리라는 소리른 참 많이 들었다. 항상 반대로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어려서 왼발과 오른발을 거꾸로 신기도 했고, 왼손잡이 이기도 했고, 축구할땐 왼발잡이에, 대다수가 좋다고 하는 것엔 항상 반기를 들었다. 최근 다녀온 여행의 목적지 선정에도 이러한 기질이 반영되었다. 남들이 다 좋다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모두 조금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러고는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몰도바, 루마니아 이런 곳들을 고려 했었다. 그렇게 남들과는 조금 달라보이고 싶은 욕구가 컸다. 남들이 정해 놓은 궤도를 싫어하면서도 그 근처를 맴돌며 크게는 비슷한 경로를 따라 살고 있다.
무지=두려움
나는 왜 나만의 궤도를 그리지 못 할까? 이번 여행을 통해 느끼게 된 것은 무지에 대한 두려움이 선택의 폭을 좁힌다는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여행지엔 정보도 없다. 즉 내가 모르는 곳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밟을 들여 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이 만들어 놓은 궤도 주변을 맴도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의 궤도에 맞춰 살긴 싫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벗어나긴 두려워 남들의 궤도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경계 어딘가를 헤매며 살아간다. 단편 적으로 여행에서는 언어에 대한 무지가 두려움이 되었고, 인생에선 미래에 대한 무지가 두려움이 되어 안정적인 선택에 무게가 실렸다.
그리고 나는 두려움 자체를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행에 필요한 정도의 영어는 구사가 가능하다. 그게 안통하면 바디 랭귀지도 있다. 실제 의사소통 중 70%는 비언어적인 의사통이라고 한다. 약간의 영어와 손짓, 발짓이면 충분 했을 터인데도 두려움이 행동 범위를 제한시켰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말했던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는 말이 참 와닿는 여행이다.
잘하고 있는걸까?
이 대답은 여행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릴 것이며, 그때까지 더 많은 것을 느끼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