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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Dec 27. 2016

백수일기 14화

SEWOL X

'타진요'를 기억하시나요?

에픽하이의 맴버 타블로의 학력 위조를 주장하던 단체이다. 타블로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학력을 위조하였고, 그가 제시한 모든 증빙 자료는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였다. 물론 여기저 타진요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싶어 하는 것을  편집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며 특히 부정적인 정보에 대해 더욱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다큐 'SEWOL X'를 보면서 '이러한 경향이 나에게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세월호 사건은 나한테 흐릿한 기억 또는 이슈가 될 때나 생각해보는 주제였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관련한 'SEWOL X'가 공개 된다는 얘기에 유튜브를 주목하고 있었다. 파일의 용량 때문에 업데이트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와 관련된 다양한 영상을 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파파이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월호 고의 침몰설, 인신공양설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이유로 모든 것이 조작 되었고, 세월호가 단순 사고가 아닌 고의에 의해 만들어진 살인사건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그 방송을 본 나는 어떠한 의심도 갖지 않은  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번째는 정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다. 안 그래도 정부와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았고, 최근 정부의 어처구니 없는 행보를 보며 그 어떤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것이 설사 인신공양설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만큼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러한 불신은 제대로된 검증 과정을 생략한 채 방송에 의지하여 그들이 주장한 것들을 믿게 만들었다.


둘째, 권위에 대한 신뢰. 아이러니하게도 권력의 꼭지점에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불신하지만 그 외의 권위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편이다. 의사와 박사, 그 밖에 공신력이 있는 인물이나, 자료들이 그렇다. 파파이스를 보며,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보며, 자료를 검증했다는 출처없는 각종 전문가를을 의심 없이 믿었었다.


셋째, 정보의 비대칭성. 나는 항해, 선박, 레이더, 유체역학 그 외 주장을 뒷받침 했던 어떠한 부분에서도 전문가들과 비교해서 아니 상식수준의 지식도 없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이 했다는 검증에 어떠한 의구심도 품을 수 없었다. 심지어 출처가 불분명 했음에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 세가지 이유로 고의 침몰설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면서도 사실이 아니길 빌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SEWOL X'를 보고나서 어느정도 고의에 의한 사건이 아닌 사고라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었다. 배가 넘어가는 과정까지는.

'자로'는 다큐 'SEWOL X'에서 파파이스측을 비판한다. 비난이 아닌 비판이다. '자로'는 파파이스 측이 계속해서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측이라 생각한다. 다만 답을 정해놓고 증거를 끼워 마췄던 부분을 비판하고 있으며, 권위가 있는 이는 검증 절차에 대해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말한다.(이는 대중이 권위 있는 이의 말을 쉽게 믿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한다. 파파이스에서 제시한 많은 증거들이 진실같아 보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자신들의 검증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전체의 측면이 아닌 자료 하나하나에만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파이스 뿐만아니라 다양한 언론에 대해서도 의혹만 툭 던져 놓지 말고 실제로 검증을 해보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 의혹 제기도 가설 설정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언론사의 이름을 끼고 활동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촉구한다. 검증 없이 던져 놓은 의혹들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진실에 대한 접근을 더 힘들게 한다고 한다.

사실 'SEWOL X'에서의 다양한 검증 과정도 과학적, 이론적으로 내가 이해를 하고 자로의 의견에 동조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건에 대한 그의 접근 방법과 논증을 통한 검증 및 확실한 출처, 그리고 자신의 논증에 집착하지 않고 진실에 접근하길 원하는 자세에서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진리나 논리가 완벽할 수 없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옹호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고, 그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다. 과학적 검증으로 얼마든지 과거의 진리도 거짓이 될 수도 있다. 자로는 다큐의 초반부에 8시간이 넘는 다큐를 꼭 끝까지 봐주길 당부한다. 단순히 자신이 고생해서 만든 다큐른 중간에 끄지 말길 당부하는 것이 아니다. 후반부엔 왜 그리도 세월호 진실에 매달렸는지 이야기한다. 'SEWOL X'를 끝까지 본 나는 말한다. 그 어떠한 가설도, 의혹도 정치적 논리가 아닌 얽혀있는 권력과 자본 관계가 아닌 순수하게 진실을 밝히고자 함에서 출발하기를.

그리고 묻는다. 생업이 있는 한 낱 개인도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는데, 수 많은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에 잠들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그리고 세월호 사고에 대한 무수한 논증을 한 7시간의 시간동안 정부와 대통령은 무엇을 하였는지.


'자로' 스스로도 익명성의 한계와 비 전문가라는 한계로인해 자신의 다큐가 모든 상황을 한번에 바꿀 폭탄이 되지는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강력한 세월호 진상규명 특조위를 만드는데 일종의 도화선이 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그 도화선에 활활 불이 붙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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