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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Sep 29. 2016

백수일기 5화

즉흥 여행

떠나자 선운산으로!


퇴사를 하거나 앞둔 사람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여행을 꿈꾼다. 나는 지금 고창으로 떠난다. 퇴사 후 첫 여행! 평소 같이 운동을 하던 형과 즉흥적으로 떠난다. 서로의 등반 파트너가 되어 선운산 등반을 할 예정이다. 다양한 여행을 생각하고 계획했었는데 가장 먼저 떠나게 되는 것이 등반여행이다.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낼 모해?"

"뭐 안 해요"

"선운산 갈래?"

"콜"


남자들의 대화란 때로 매우 단순하다. 장비도 빌려야 하고, 짐도 챙기고, 숙소 예약, 일정 계획 등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지만 무작정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비까지 온다. 비가 오고 안개가 깔린 고속도로는 운치가 있다. 때마침 요시마타 료의 'The whole nine yard'가 흘러나오니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즉흥적인 여행의 매력은 이런 것 같다. 떠남을 이유로 한없이 관대 해지는 것. 등반여행에 있어 비 소식은 여행의 목적이 없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그럼에도 완벽함을 이야기한다. 완벽하지 못하면 또 어떠랴? 도착한 그곳에 비가 올지 안 올지의 불투명함이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온다.

럭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또다시 틀렸다. 세상 좋은 날씨로 우리를 맞아주는 선운산! 일상의 스트레스와 번뇌는 온데간데없고 평온함과 여유로움만이 가득하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이다. 암벽등반의 세계는 좁고도 좁다. 한두 다리 건너면 대부분 알 수 있다. 선운산에서의 등반도 그렇다. 평일 오후였는데도 후미진 선운산 속살바위 앞엔 먼저 등반을 하고 있는 클라이머가 있다. 같이 온 형님이 5년 전 선운산에서 한번 뵌 적이 있는 베테랑 클라이머다. 정중히 인사드리고 등반을 시작하니 하나하나 친절히 알려주신다. 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덕분에 수월한 등반을 할 수 있었다. 둘이서만 등반을 했다면 이렇게 알찬 등반은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즉흥적이고 급하게 떠난 우리의 등반 여행은 대 성공이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온다. 며칠 전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온 형에게 쉬는 동안 여행을 다녀오려 하는데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되는 지를 물었다.


"비행기 표부터 사!"


참으로 간단한 답변에 성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우문현답이었다. 즉흥적으로 다녀온 여행에서 느낀 것은 계획이 없이 떠나도, 외국이 아니어도,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떠남' 그 자체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감정, 좋은 사람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로운 마음가짐. 그동안 여행을 떠나고 싶다 생각은 하면서도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자유를 꿈꾸면서도 적당한 구속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완전히 자유로워짐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번 등반여행을 계기로 다시 자유를 만끽하고자 떠날 것이다.

그곳이 어디가 되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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