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YUNIQUE Jun 14. 2018

[태국] 방콕의 향기

10년이 지나 돌아본 방콕에서 느낀 정취


 시큼 텁텁한 향, 도시에도 향기가 존재한다면 내게 방콕은 그런 곳으로 기억되어왔다. 10년 전, 타이 항공을 타고 유럽을 경유해 돌아올 때 잠깐 스치듯 돌아보았던 짤막한 시간 동안, 끈적이는 더위에 허덕이기는 했지만 도시 곳곳에서 짙게 배어 나오는 향신료의 향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던 곳.



 어느새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하게 된 도시 방콕은 내가 기억하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던 나의 외국 여행 및 생활에 대한 경험치가 크게 늘었다는 것과 하룻밤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닌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 바쁜 도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묽은 베이지 빛의 물 위에서 배를 탔던, 가끔 방콕을 생각할 때면 어렴풋이 떠오르곤 하던 곳이 '짜오 프라야 (Chaopraya)' 강이었다는 것을, 10년이 지났음에도 두 시간에 만 원을 주고 태국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태국 요리 강습을 통해 팟타이 (Pad Thai) 말고도 태국 음식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의 묘미는 단연, 짜뚜짝 (Chatuchak) 시장이었다.





 주말에만 열리는 짜뚜짝 마켓은 마치,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에 명동을 합쳐 놓은 듯한 정도의 규모로 마치 하루 종일 구경해도 끝이 없을 요새 같았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태국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주 자연스레 쇼핑이라는 행위가 시작되었고, 이는 여유롭고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현금 융통성을 바닥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결국 지하철 역까지 가서 현금을 더 뽑아야 하는 사태를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진한 녹색의 나무들로 우거진 숲의 색을 연상시키는, 진짜 가죽으로 만들어져 발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예쁜 플랫 슈즈와, 태국 장인의 손으로 직접 짜서 만들어진 동그랗고 아기자기한, 여름에 들고 다니기 제격인 라피아 (Raffia) 가방, 그리고 칙칙한 옷차림에 화려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빨간색 수술 귀걸이까지... 온갖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쇼핑을 하다 보니, 허기가 급격하게 빈 뱃속을 관통했다. 상점 옆 열렬히 위치한 차도 근처의 음식점을 골라 허겁지겁 먹어치운 후 다시 쇼핑을 시작하고 보니, 반대쪽에 엄청난 규모의 외부 푸드 코트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너무 늦은 후였지만,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도 600원 남짓의 튀긴 치킨과 오리지널 코코넛 안에 담겨 나오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에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4박 5일 동안 둘러봐도 다 못 볼 것 같은 규모에 나가떨어진 우리는 결국, 다음번에 태국을 오게 되면 반드시 짜뚜짝 시장 근처로 숙소를 잡고야 말리라는 굳은 다짐을 나눈 후,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머지 일정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짜뚜짝 시장 말고도 우리가 처음 묵었던 숙소 근처에 있었던 청과 시장에서 사 먹은 신선한 망고와 갖가지 제철 과일들, 그리고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 천 원 남짓의 그린 커리 (Green Curry) 등... 태국에서의 음식 탐험은 아주 즐거운 여정이었고, 여행의 추억을 더욱 향기롭게 남겨주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태국 여행은 코코넛처럼 달콤하고, 망고처럼 상큼하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서울, 낯설게 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